의약품 할인 판매로 인한 의사면허 정지 처분 유지 판결

한 의사가 제약회사로부터 의약품을 시가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공급받아 경제적 이익을 얻은 사실에 대해, 보건복지부장관이 2개월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해당 의사는 이 처분이 부당하다고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의약품 할인이 금품 수수에 해당하며 직무 관련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처분이 정당하다고 보아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A (원고, 항소인):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로, 제약회사로부터 의약품을 할인받아 공급받았음.
• 보건복지부장관 (피고, 피항소인): A 의사에게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린 행정기관의 장.
• OO제약: A 의사에게 의약품을 공급하고 할인 혜택을 제공한 제약회사.

분쟁 상황

의사 A는 2011년 1월 4일부터 2011년 3월 18일까지 총 10회에 걸쳐 OO제약으로부터 약 1,231만 원 상당의 의약품을 공급받으면서 약 31%에 해당하는 387만여 원을 할인받았습니다. 보건복지부장관은 이를 직무와 관련하여 부당하게 금품을 수수한 행위로 판단하여 2014년 2월 27일 A 의사에게 2개월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에 A 의사는 이 처분이 부당하다며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A 의사는 의약품을 할인받았을 뿐 별도의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없고, 할인을 인지하지 못했으며, 직무 관련성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경제적 이익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한 금액에 한정되어야 하며, 처분은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의약품을 할인된 가격으로 공급받아 지급 의무를 면한 것이 구 의료법 시행령상 '직무와 관련하여 부당하게 금품을 수수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의약품 할인과 의사의 직무 사이에 관련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의사가 얻은 경제적 이익의 규모 산정 방식이 국민건강보험 적용 여부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지 여부입니다. 넷째, 보건복지부장관의 2개월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1심 법원(서울행정법원)은 원고 A 의사의 청구를 기각하며 피고 보건복지부장관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이 법원) 또한 원고의 주장을 추가적으로 검토한 결과, 1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여 원고 A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2개월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유지했습니다. 항소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의약품 가격 할인을 통한 경제적 이익은 '금품 수수 행위'에 해당하며, 제약회사가 의약품 채택이나 처방을 유도하기 위해 할인을 제공한 것이므로 의사의 직무와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경제적 이익의 규모는 실제 할인받은 총액으로 계산해야 하며, 2개월의 자격정지 처분은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지어 원고의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 취소 청구를 최종적으로 기각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구 의료법 시행령 제32조 제1항 제5호 (의료인의 준수사항): 의료인은 '직무와 관련하여 부당하게 금품을 수수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됩니다. 이는 의료행위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의료인에게 높은 청렴성을 요구하기 위한 조항입니다. 법원은 의약품 할인과 같이 지급 의무를 면제받아 얻는 경제적 이익도 이 조항에서 금지하는 '금품 수수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 구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1호 (면허 자격정지): 의료법령에 따른 의료인의 준수사항을 위반한 경우, 보건복지부장관은 1년의 범위에서 면허 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습니다. 이 사건 처분의 근거 법률입니다.
• 재량권 일탈·남용 판단 기준 (대법원 2013두963 판결 등): 제재적 행정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했는지 여부는 위반행위의 내용, 공익 목적, 개인의 불이익 등을 객관적으로 비교·형량하여 판단합니다. 특히 처분기준이 부령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더라도 이는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 준칙에 불과하므로 대외적 구속력은 없으나, 그 기준이 합리적이고 위반행위에 비추어 현저히 부당하지 않다면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쉽게 판단할 수 없습니다.
•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제1심판결의 인용): 항소심 법원이 제1심판결의 이유를 그대로 인용하여 자신의 판결 이유로 삼을 수 있도록 하는 규정입니다.

참고 사항

의료인으로서 제약회사나 의료기기 회사 등으로부터 의약품, 의료기기 등을 공급받는 경우, 다음과 같은 점들을 유의해야 합니다.

1. 할인도 금품 수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돈을 직접 받지 않고 물품을 할인받아 구매함으로써 얻는 경제적 이익 또한 구 의료법 시행령에서 금지하는 '금품 수수 행위'와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대금 지급 의무를 면제받는 것도 경제적 이익 취득에 해당합니다.
2. 직무 관련성은 넓게 인정됩니다. 반드시 명시적인 청탁을 받거나 대가 관계가 입증되지 않더라도, 의료인이 의약품 채택, 처방과 같은 자신의 직무와 관련하여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면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제약회사의 입장에서는 할인을 통해 해당 의약품의 채택이나 처방을 유도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볼 여지가 큽니다.
3. 경제적 이익의 규모는 실제 할인가액 전체를 기준으로 합니다. 국민건강보험 적용 여부와 관계없이 의료인이 얻은 총 할인액이 금품 수수의 액수로 산정될 수 있습니다.
4. 행정처분 기준은 참고사항입니다. 보건복지부 내부의 행정처분 규칙 등은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직접 구속하는 효력이 없습니다. 하지만 합리적인 이유 없이 해당 기준을 벗어난 처분이 아니거나 기준 자체가 위헌·위법이 아니라면, 기준에 따른 처분이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인정되기는 어렵습니다. 의료인의 높은 청렴성 유지 의무와 공익적 필요성이 처분의 정당성을 뒷받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