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재개발
이 사건은 해상 교량 기초 공사 중 잭업바지(jack-up barge)의 불안정성 문제로 공사가 중단되면서, 하도급업체인 A 주식회사가 원도급업체인 B 주식회사를 상대로 공사 중단에 대한 책임과 관련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본소와 B 주식회사가 A 주식회사를 상대로 공사 지연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반소 사건입니다. 1심 법원은 본소와 반소 모두 기각하였으나 항소심에서는 1심의 반소 관련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의 반소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또한 피고는 원고에게 가지급물 반환으로 4,747,013,308원과 이자를 지급하도록 명령했습니다.
이 사건은 해상 교량 건설 중 RCD 공사 과정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하도급업체인 원고는 해상에 설치하는 잭업바지(K, 이후 개조된 L)가 예상보다 강한 조류와 지반 특성(실트질 모래, 자갈, 전석층 등)으로 인해 불안정해지자 공사에 난항을 겪었습니다. 원고는 피고에게 공법 변경(독립형 자켓 방식)과 공사 기간 및 비용 증액을 요구했으나, 피고는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원고는 대체 장비 투입(M) 요청도 거부하고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하며 사실상 작업을 중단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공사 중단 책임이 현장 여건 자료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은 피고에게 있다고 주장하며 채무불이행 또는 계약체결상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반대로 피고는 원고의 일방적인 공사 중단이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며 이로 인해 추가 공사비용이 발생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해상 공사 중 잭업바지의 불안정성으로 인한 공사 중단 책임이 원도급업체인 피고에게 있는지 아니면 하도급업체인 원고에게 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하도급 계약이 원시적 불능 또는 착오에 의한 계약으로서 무효인지, 혹은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원고의 공사 중단이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는지, 이에 따른 피고의 손해가 인정되는지 여부입니다.
항소심 법원은 잭업바지 불안정성에 대해 원고(A 주식회사)에게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아 피고(B 주식회사)의 채무불이행 책임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원고가 주장한 계약 체결상의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원시적 불능 또는 불공정한 법률행위,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반면 피고의 반소 청구에 대해서는 원고의 공사 중단이 채무불이행에 해당하지만, 피고가 입은 손해액이 원고의 책임으로 초래된 것임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제1심 판결의 반소 관련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의 반소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또한 피고는 원고에게 가지급물 반환으로 4,747,013,308원과 이에 대한 2011년 11월 8일부터 2015년 3월 18일까지 연 5%의 이자,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법원은 해상 공사의 특성상 현장 여건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하도급업체인 원고가 해상 공사 전문 시공업체로서 현장 여건을 충분히 검토하고 예상치 못한 문제 발생 시 대안을 모색하여 공사를 완료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원고가 그러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 공사를 중단한 것은 원고의 책임으로 판단했으나, 피고가 공사 중단으로 인해 입은 손해액이 객관적으로 증명되지 않아 피고의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결국 본소와 반소 모두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나, 1심 판결의 일부 집행으로 지급되었던 가지급금은 원고에게 반환되도록 했습니다.
이 판례에서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민법 제535조 제1항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
민법 제104조 (불공정한 법률행위):
민법 제109조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민법 제390조 등 간접 인용):
민사소송법 제420조 (제1심 판결의 인용):
공사 계약 시 현장 특성, 특히 해상이나 지질 등 예측하기 어려운 자연적 요인이 있는 경우 계약서에 해당 위험 부담 주체를 명확히 하고, 예상치 못한 상황 발생 시 공사비 조정이나 공법 변경에 대한 절차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도급업체는 공사 현장 여건에 대한 자체적인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해야 하며, 본인 소유 장비의 성능과 현장 적합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공사 진행 중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즉시 원도급업체와 협의하여 대안을 찾고, 그에 대한 비용과 기간 조정 가능성을 문서로 소통해야 합니다. 일방적인 공사 중단은 채무불이행으로 판단될 수 있으므로, 대안 모색 노력과 협의 과정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도록 관련 자료를 철저히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공사비 증액이 필요하다면 계약서상 '설계누락' 또는 '예측 불가한 현장 여건 변화' 조항을 근거로 합리적인 증액을 요구하고 협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