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지하주차장 통합 약속 불이행 및 단열재 하자 손해배상 사건

원고들은 피고 건설사가 빌라 지하주차장을 통합 설치하고 단열재를 특정 두께로 시공하기로 약정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아 손해를 입었다며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원고 E은 추가로 분양받은 빌라의 단열재 시공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1심은 일부 청구를 인용했으나, 항소심에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원고 E의 단열재 하자 관련 손해배상 일부만 인정하고 나머지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들 (A, B, C, D, E, F, G, H, I, J, K, L, M, N, O, P): 피고가 조성한 빌라단지를 분양받은 수분양자 또는 수분양자로부터 손해배상채권을 양도받은 사람들입니다.
• 피고 (주식회사 Q): 서울 강남구에 U 빌라단지 120세대를 조성하고 분양한 회사입니다.
• T (㈜AE 대표이사): 피고로부터 분양업무를 위탁받은 ㈜AA로부터 다시 분양업무를 재위탁받아 빌라 분양 상담 및 계약 체결 등 용역제공업무를 수행한 직원입니다.

분쟁 상황

피고는 서울 강남구에 전체 120세대의 U 빌라단지를 조성하며 수분양자를 모집했습니다. 피고는 토지를 매수하여 직접 빌라를 건설하는 방식이 아니라, 수분양자와 분양계약('동호인약정')을 체결하고 수분양자 명의로 건축허가를 받아 피고가 빌라를 건축하여 공급하기로 약정했습니다. 각 차수마다 토지 소유자가 달라 하나의 주택단지로 건축허가를 받지 못했지만, 피고는 여러 빌라가 하나의 단지처럼 이용될 수 있도록 단지화 방식의 개발을 추진했습니다. 피고는 ㈜AA에 분양업무 등을 위탁했고, ㈜AA는 다시 ㈜AE에 재위탁했으며, ㈜AE의 대표이사 T이 분양업무를 수행했습니다. T은 피고 소유의 건물에서 피고의 로고가 새겨진 명함을 사용하며 분양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T은 수분양자들로부터 주차장이 좁다는 지적을 받자, 앞으로 AB차 내지 AD차의 지하주차장을 통합하면 주차장 문제가 해결될 수 있고 공동경비관리를 통한 비용 절감으로 관리비가 아파트 수준으로 저렴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원고 E의 남편이 주차장 문제를 거론하자 T은 준공 후 가벽으로 나누어 놓았던 지하주차장을 허물어 지하주차장을 통합하면 된다고 말하며, '지하주차장은 세대 당 2대이고 지하 전체를 확장해서 사용하도록 하겠다'는 내용과 '단열재는 스티로폼 100mm를 사용한다'는 내용을 백지에 기재하고 분양팀장 직인을 날인하여 원고 E에게 교부했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빌라단지 설계단계에서 지하주차장 통합 방안을 검토했으나, 빌라 부지의 소유관계, 분양 시기, 시공 시기 등이 달라 수분양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등 법률상 어려움이 있어 통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지하주차장을 분리하여 설치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반영한 설계도면에 따라 지하주차장을 분리하여 설치했습니다. 실제 시공된 주차 공간은 AC차 세대 당 2대, AF차 세대 당 1.7대, AD차 세대 당 1.5대였습니다. 또한, 피고는 원고 E이 분양받은 AC차 AM동 AP호에 두께 100mm 단열재를 사용하기로 약정했으나, 실제 두께 약 80mm 단열재로 시공했으며, 일부 내벽에는 단열재 시공이 누락되거나 단열재 이음매 부분의 밀실 시공이 불완전했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T의 약속 불이행(지하주차장 통합 및 단열재 시공) 및 허위 과장 광고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피고를 상대로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피고가 분양대행사 직원 T의 약속(지하주차장 통합, 단열재 100mm 시공) 불이행에 대해 채무불이행 책임을 져야 하는지 여부.
2. 피고가 분양대행사 직원 T의 허위·과장 광고 또는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불법행위(사용자책임 또는 대표이사의 불법행위) 책임을 져야 하는지 여부.
3. 원고 E이 분양받은 빌라의 단열재 하자 시공에 대해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 또는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1. 피고는 원고 E에게 525,598원 및 이에 대한 2007. 2. 9.부터 2010. 9. 30.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
2. 원고 E의 나머지 청구 및 원고 E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원고 E과 피고 사이의 소송 총비용 중 9/10는 원고 E이,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하고, 원고 E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소송 총비용은 나머지 원고들이 부담한다.

결론

법원은 분양대행사 직원의 지하주차장 통합 및 단열재 100mm 시공 약속이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며, 피고를 대리할 권한이 없었고, 원고들 또한 그 권한 없음을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했다고 보아 피고의 채무불이행 및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원고 E의 단열재 하자 주장에 대해서는 피고가 100mm 단열재 시공 약정을 위반하여 80mm 단열재를 시공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이 하자가 중요하지 않으면서 보수 비용이 과다하다고 판단하여, 하자 보수 비용 전액 대신 100mm 단열재와 80mm 단열재의 재료비 차액인 525,598원만을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원고들의 청구는 기각되었고, 원고 E의 청구도 단열재 하자 관련 일부만 인용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채무불이행 책임 (계약 내용의 성립)​:

   • 법리: 법원은 '청약'과 '청약의 유인'을 구분합니다. 청약은 이에 대응하는 상대방의 승낙과 결합하여 일정한 내용의 계약을 성립시킬 것을 목적으로 하는 확정적인 의사표시인 반면, 청약의 유인은 이와 달리 합의를 구성하는 의사표시가 되지 못하므로, 유인자가 다시 승낙의 의사표시를 해야 비로소 계약이 성립합니다. 상가나 아파트의 분양 광고는 일반적으로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또한, 대리권이 없는 자의 약속은 본인에게 효력이 없습니다.
   • 사안 적용: 법원은 분양대행사 직원 T의 지하주차장 통합 및 단열재 시공에 대한 설명이 피고의 확정적인 약속이 아닌 '개인적 의견 표명 내지 주차장 통합 설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정도'로 보아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T이 피고를 대리할 적법한 권한이 없었으므로 T의 설명만으로 피고가 지하주차장 통합이나 단열재 시공 약정을 체결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2. 불법행위 책임 (사용자책임 - 민법 제756조)​:

   • 법리: 민법 제756조는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여 사용자책임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피용자의 행위가 외관상 사무집행 범위 내에 속하더라도, 그 행위가 직무 권한 내에서 적법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상대방이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했다면 사용자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중대한 과실'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도 피용자의 행위가 직무 권한 밖임을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믿어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에 현저히 위반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 사안 적용: 법원은 T의 주차장 통합 및 단열재 설명이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들이 분양 계약 전에 지하주차장이 분리 설치되는 것을 알 수 있었으므로 T에게 고지의무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설령 T의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하더라도, 분양 카탈로그, 설계도면, 동호인 약정서 등에 통합 주차장 내용이 없었고, 각 차수마다 건축주가 다른 점 등을 고려할 때, 원고들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T이 주차장 통합 약정을 할 권한이 없었음을 쉽게 알 수 있었으므로 원고들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아 피고의 사용자책임을 부정했습니다.

3. 불법행위 책임 (법인의 불법행위 책임 - 민법 제35조)​:

   • 법리: 민법 제35조는 법인의 대표기관이 그 직무에 관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법인 자신이 불법행위 책임을 진다고 규정합니다.
   • 사안 적용: 법원은 피고 대표이사가 분양대행사 직원들에게 피고의 명함을 사용하게 하고 주택문화전시관에서 분양업무를 보게 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이를 넘어 대표이사의 업무상 고의·과실로 인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원고들이 T의 약정 행위가 권한 밖임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했으므로 대표이사에 대한 불법행위 책임도 물을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4.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 (도급 계약상 하자)​:

   • 법리: 도급 계약에서 완성된 목적물에 하자가 있을 경우 도급인은 수급인에게 그 하자의 보수나 하자의 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하자가 중요하지 아니하면서 동시에 그 보수에 과다한 비용을 요할 때에는 하자 보수나 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고, 그 하자로 인해 입은 손해의 배상만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통상 손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하자 없이 시공했을 경우의 목적물 교환가치와 하자 있는 현재 상태의 교환가치 차액이 되며, 교환가치 차액 산출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에는 하자 없이 시공했을 경우의 시공 비용과 하자 있는 상태대로의 시공 비용의 차액으로 봅니다.
   • 사안 적용: 법원은 피고가 원고 E과 100mm 단열재 시공을 약정했으나 80mm 단열재를 시공한 하자를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100mm와 80mm 단열재 차이로 인한 실내 온도 차이가 0.372~0.587℃ 정도에 불과하여 하자가 중요하지 않고, 이를 보수하는 데 29,550,398원이 소요되는 것은 과다한 비용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하자 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이 아닌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만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았고, 교환가치 차액 산출이 어려우므로 100mm 단열재와 80mm 단열재의 재료비 차액인 525,598원만을 통상 손해로 인정했습니다. 또한, 공사 기간 중의 실질 임료 및 인테리어 철거 비용과 같은 특별 손해는 피고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어 배상책임을 부정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1. 계약 체결 시 서면 확인 필수: 부동산 분양 시 분양 대행사의 구두 설명이나 광고 내용만으로 중요한 약정 사항을 신뢰하지 말고, 지하주차장 통합, 특정 자재 사용, 공동 시설 관리 등 핵심적인 약속은 반드시 분양 계약서의 특약사항으로 기재하거나 별도의 서면 약정을 받아두어야 합니다. 구두 약속은 법적 구속력을 인정받기 매우 어렵습니다.
2. 분양 대행 직원의 대리권 확인: 분양 과정에서 계약 당사자가 아닌 분양 대행사 직원이 중요한 약속을 하는 경우, 그 직원에게 실제로 계약을 체결하거나 내용을 변경할 권한(대리권)이 있는지 분양 주체인 건설사나 시행사에게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단순히 명함에 회사 로고가 있거나 회사 사무실을 사용한다는 사실만으로는 대리권이 있다고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3. 광고 내용의 법적 성격 이해: 분양 광고나 상담 시의 설명은 법적으로 '청약의 유인'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하는 행위일 뿐, 그 자체로 계약의 내용이 되지는 않습니다. 구체적인 약속으로 인정받으려면 계약서 명시 또는 명확한 합의 증거가 필요합니다.
4. 하자의 중요성과 손해배상 범위: 건물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하자의 중요성과 보수 비용의 과다 여부가 중요하게 고려됩니다. 하자가 경미하고 보수 비용이 과도하다면, 하자 보수 비용 전액이 아닌, 하자 없는 상태와의 재료비 차액 등 제한적인 손해배상만 인정될 수 있습니다.
5. 특별 손해에 대한 인식 입증: 하자 발생으로 인해 발생하는 거주 불능 기간의 임대료 손실이나 인테리어 철거 비용과 같은 '특별 손해'는 일반적으로 시공사가 그러한 특별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만 배상 책임이 인정됩니다. 특별한 사정에 대한 시공사의 인식을 입증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