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원고는 담낭 용종 제거를 위해 피고 병원에서 복강경 담낭절제술을 받던 중, 과거 수술로 인한 극심한 복강 내 유착으로 인해 우신장 정맥이 손상되어 우신장 절제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원고는 의료진의 술기상 과실, 개복술 전환 지연 과실, 신장정맥 손상 후 처치상 과실,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원고의 과거 병력으로 인한 유착이 우신장 손상의 원인이며 의료진은 최선을 다해 처치했고 설명의무도 이행했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원고는 2007년 7월 담낭 용종 진단 후 8월 9일 피고 병원에서 복강경 담낭절제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중 복강경 카메라로 확인한 결과 담낭 아래쪽 결장과 장막이 심하게 유착되어 있었고, 의료진이 유착 박리술을 시행하던 중 약 40분 후인 18시 30분경 갑자기 출혈이 발생했습니다. 출혈 원인과 부위를 확인할 수 없어 지혈이 불가능하자 곧바로 개복술로 전환했고, 우측 신장 부근의 정맥 혈관이 찢어져 심한 출혈이 발생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의료진은 손상된 혈관 봉합 등 지혈을 시도했으나 지혈이 되지 않아 불가피하게 우신장 절제술을 시행한 후 담낭절제술을 21시 10분경 마쳤습니다. 이 수술로 인해 원고는 우측 신장을 상실하고 좌측 신장 기능 또한 약 20-30% 감소하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원고는 피고 병원에 의료과실 및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금 99,990,000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복강경 담낭절제술 과정에서 수술 범위 밖의 우신장 정맥이 손상된 것이 의료진의 술기상 과실인지, 수술 중 심한 유착 확인 후 개복술 전환을 지연한 것이 과실인지, 신장정맥 손상 후 혈관문합술 등 충분한 처치를 하지 않은 것이 과실인지, 그리고 예상치 못한 우신장 손상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지 않은 것이 설명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하여, 제1심과 동일하게 피고 병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복강경 담낭절제술 중 우신장 손상 및 절제라는 악결과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과거 위공장문합술 병력으로 인한 극심한 복강 내 유착이 이러한 예상치 못한 결과의 원인이었으며 의료진은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했고 설명의무도 이행했다고 판단하여 피고 병원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의료인의 주의의무 기준, 의료과실 추정 원칙 및 설명의무의 범위에 대한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의료사고에서 의료인의 주의의무는 규범적으로 요구되는 수준으로, 사고 당시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사람을 표준으로 결정됩니다. 의사가 당시 의료수준에 비추어 최선을 다한 것으로 인정되면 과실이 없으며, 치료 방법 선택은 의사의 재량 범위 내에 속합니다.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유착된 부위를 박리하는 정상적인 시술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우신장 정맥이 손상되었고, 지혈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실패하여 생명 보호를 위해 우신장 절제술을 시행한 것은 의사의 재량 범위 내의 합리적인 조치였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전신마취 수술에서 수술 범위 외의 건강한 신체 부위가 손상되어 합병증 범위를 벗어난 악결과가 발생한 경우, 의사의 술기상 과실이 사실상 추정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의사 측에서 과실이 없거나 현재 의학수준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며 환자의 특이체질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이라는 특별한 사정을 입증하면 책임을 면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우신장 손상이 일반적인 합병증이 아닌 악결과임을 인정하면서도, 원고의 과거 위공장문합술 병력으로 인한 극심한 복강 내 유착이라는 특이 사정이 있었고 이로 인해 유착 박리 과정에서 우신장 정맥이 손상된 것으로 보아 술기상 과실 추정을 뒤집었습니다.
설명의무의 경우, 의사에게는 해당 의료행위로 예상되는 위험이나 당시 의료수준에서 예견할 수 없는 위험에 대한 설명의무까지 부담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우신장 정맥 손상 및 절제는 복강경 담낭절제술의 일반적인 합병증 범위를 벗어난 예외적인 결과였으므로 피고 병원에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의무가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더불어 피고 병원은 수술 전 출혈, 주변 장기 손상, 개복술 전환 가능성 등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았으므로 설명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과거 복부 수술 이력이 있다면 수술 전 의료진에게 위공장문합술과 같은 침습적인 수술 이력을 포함하여 상세히 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복강경 수술은 최소 침습 수술이지만, 복강 내 심한 유착이 있는 경우 예기치 않은 장기 손상이나 개복술로의 전환 가능성이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수술 중 출혈 등 합병증 발생 시, 의료진은 환자의 생명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여 필요한 처치를 할 수 있으며 이는 때로는 장기 절제와 같은 불가피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의료행위의 과실 여부는 당시의 의료수준, 환자의 개별적 상황, 의료진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되므로, 수술 범위 밖의 건강한 부위 손상이 발생했더라도 환자의 특이한 신체적 요인(예: 극심한 유착)이 밝혀진다면 의료진의 과실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