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원고 A가 의약분업 예외지역 약국을 운영하는 피고 B로부터 장기간 스테로이드 성분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진단을 받자, 피고의 복약지도의무 및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피고의 복약지도의무와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고 손해배상 책임을 40%로 제한하여 총 95,269,262원 및 지연손해금 지급을 명했습니다.
원고 A는 2008년 7월 23일부터 2015년 10월 21일까지 약 7년 3개월 동안 의약분업 예외지역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피고 B로부터 아토피 피부염 치료를 위한 약을 전화로 주문하여 택배로 받아 복용했습니다. 피고는 원고에게 스테로이드 성분(트리암시놀론, 세레스타민 등)이 포함된 약을 조제하면서 직접 대면하여 증상을 듣지 않았고, 복약지도 및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으며, 조제기록부도 작성·보존하지 않았습니다. 원고는 피고가 조제해준 약에 스테로이드 호르몬제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과 과다 복용 시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으며, 부작용을 호소했음에도 투약 중단을 지시받지 못하고 스테로이드제가 포함된 약을 계속 복용했습니다. 그 결과 원고는 스테로이드로 인한 양측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진단을 받아 좌측 대퇴골두 표면 치환 수술을 받았고, 우측 수술도 필요한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원고는 피고의 이러한 주의의무 위반으로 350,673,155원 상당의 손해(기왕치료비, 향후치료비, 일실수입, 위자료)를 입었다며 피고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피고 약사의 조제기록부 작성 및 보관 의무 위반이 원고의 질병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 의약분업 예외지역 약사의 복약지도의무 및 설명의무의 범위와 이행 여부, 피고 약사의 복약지도의무 및 설명의무 위반과 원고 질병 발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인정 여부, 손해배상의 범위 및 책임제한 비율 산정.
제1심 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일부 취소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95,269,262원 및 이에 대한 2016년 2월 29일부터 2023년 1월 20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항소는 기각했으며, 소송 총비용 중 7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의약분업 예외지역 약사에게 의사에 준하는 복약지도의무와 설명의무가 있다고 보고, 이를 위반하여 환자에게 손해를 입힌 피고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되, 원고의 약 구매 방식 관여 및 질병의 복합적 원인 등을 고려하여 책임 범위를 40%로 제한하여 최종적으로 95,269,262원의 손해배상액을 산정했습니다.
약사의 복약지도의무와 설명의무 (의사에 준하는 주의의무):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의료행위의 특성상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 주의의무가 의사에게 요구됩니다. 판례는 이러한 주의의무가 약품 투여 시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며, 특히 의약분업 예외지역에서 의사의 처방전 없이 약을 조제하는 약사에게는 의사에 준하는 복약지도의무와 설명의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환자의 건강권과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설명의 내용 및 정도: 약사가 약을 투여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중대한 부작용, 특히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와 같이 발생 가능성이 낮더라도 일단 발생하면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환자의 교육 정도, 연령, 심신 상태 등을 고려하여 상세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설명, 지도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대법원 2005다64067 판결 등 참조). 약사가 설명의무를 이행했는지에 대한 증명 책임은 약사에게 있습니다(대법원 2020다248919 판결 등 참조). 상당인과관계: 설명의무 위반으로 환자에게 중대한 결과가 발생하여 모든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결과와 설명의무 위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이는 설명의무 위반이 환자의 생명, 신체에 대한 구체적 치료 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될 정도의 것이어야 합니다. 본 사건에서는 원고의 음주량 등 다른 요인이 특별히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스테로이드 누적 용량이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발병 역치인 2,000mg을 크게 초과한 점, 피고가 제대로 설명했다면 원고가 부작용을 살피고 과도한 복용을 피할 수 있었을 점 등을 종합하여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었습니다. 손해배상 책임제한: 법원은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불법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피해 확대를 막기 위한 피해자의 노력 여부, 기타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위해 가해자의 책임 비율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피고의 약사법 위반 판매 방식, 원고도 위법한 방식에 가담한 측면, 피고가 처방한 스테로이드제의 일일 평균 용량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 원고가 대퇴골 부위 통증을 호소하지 않아 피고가 선제적 검사를 권유하기 어려웠던 점, 질병의 원인이 다양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피고의 책임을 40%로 제한했습니다. 지연손해금 기산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는 손해발생과 동시에 이행기에 있으므로, 손해발생 시점부터 지연손해금이 발생합니다. 본 사건에서는 피고의 불법행위(설명의무 위반)와 손해발생 시점(원고가 대퇴골 부위 통증을 느끼기 시작한 2016년 2월)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어 손해발생 시점인 2016년 2월 29일을 기준으로 지연손해금을 산정했습니다.
의약분업 예외지역 약사의 주의의무: 의약분업 예외지역 약사라도 환자의 건강권과 자기결정권 보호를 위해 의사에 준하는 복약지도의무와 설명의무를 부담합니다. 약을 처방받을 때 약사의 설명 내용을 주의 깊게 경청하고 필요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요청해야 합니다. 스테로이드제 복용 시 주의사항: 스테로이드제는 아토피 피부염 등 다양한 질병에 효과적이지만,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등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약 복용 전 약사나 의사로부터 부작용 발생 가능성, 투약량, 복용 기간, 중단 시점 등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반드시 들어야 합니다. 장기간 약 복용 시 건강 모니터링: 장기간 특정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 신체 변화나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 전문가에게 알리고 적절한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특히 스테로이드제의 경우 누적 용량이 많아지면 부작용 위험이 커지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불법적인 의약품 구매 방식 지양: 전화 주문이나 택배를 통한 의약품 구매는 약사법 위반 소지가 있으며, 이 경우 충분한 상담이나 복약지도를 받기 어렵습니다. 합법적이고 안전한 경로를 통해 의약품을 구매하고 전문가의 지도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환자 본인도 불법적인 구매 방식에 일정 부분 가담했다고 판단될 경우 손해배상 책임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의료기록 및 증거 확보: 약물 복용 기록, 처방전, 의료기록, 상담 내용 등 관련 자료를 철저히 보관하여 추후 분쟁 발생 시 증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