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기
피고인 A는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현금 수거책 역할을 하면서, 총 6회에 걸쳐 5명의 피해자로부터 합계 9,448만 원을 직접 전달받아 조직에 송금했습니다. 피고인은 보이스피싱 가담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피고인이 자신이 하는 행위가 사기 범행을 돕는 일임을 적어도 미필적으로는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하여 사기방조죄를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이에 피고인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이 선고되었습니다.
피고인 A는 2020년 9월 중순경, 온라인 구직광고를 통해 '서류 전달 및 출력 업무'를 하면 월 200만 원과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는 성명불상자 B의 제안을 받았습니다. 피고인은 B과 텔레그램으로 연락하며 그의 지시를 따랐으나, B의 신분이나 소속 업체를 확인하지 않았고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피고인은 업무 지시가 '서류 전달'에서 '피해자로부터 현금을 받아 무통장 입금'으로 변경되었음에도 별다른 의심 없이 이를 수행했습니다. 피고인은 2020년 9월 21일부터 24일까지, F은행 직원, C금융기관 직원, 금감원 직원 등을 사칭하며 5명의 피해자로부터 총 9,448만 원을 직접 전달받았습니다. 수거한 돈은 B이 알려주는 타인 명의의 계좌에 수십 명의 송금인 명의와 주민등록번호를 돌려가며 무통장으로 입금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은 ATM 화면에 나타나는 보이스피싱 경고 문구를 보았고, 수고비 명목으로 수거한 돈에서 15~20만 원씩, 총 97만 원가량을 받았습니다. 결국 피고인의 이러한 행위로 인해 보이스피싱 조직은 피해자들로부터 9,448만 원을 편취했습니다.
피고인 A가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에 가담한다는 '고의'가 있었는지, 그리고 그 역할이 사기죄의 '공동정범'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사기방조'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 A를 사기방조죄로 인정하여 징역 1년을 선고했습니다. 다만, 이 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2년간 형의 집행을 유예하고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습니다. 또한, 검찰이 기소한 사기죄(공동정범)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으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사기방조죄가 유죄로 선고되었으므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전체적인 범행 구조를 모두 알지는 못했더라도, 현금을 수거하고 대포계좌로 송금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행위가 사기 범행을 돕는 일임을 충분히 인식했거나 적어도 그럴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고 보아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범행 전모를 알지 못했고 역할 비중이 낮으며 수사에 협조하고 일부 피해를 변제한 점 등을 고려하여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했습니다. 공동정범으로 기소되었던 사기죄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범행에 대한 기능적 지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동정범의 책임을 부정하고 사기방조죄를 적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