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법인 설립 후 통장 대여를 통한 사기 가담 사건

피고인은 성명불상자로부터 법인 설립 후 계좌와 연결된 접근매체를 보내주면 대출을 해주겠다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이에 피고인은 실제로 회사를 운영할 의사 없이 '유령법인'을 설립하고, 자본금을 일시적으로 빌려 입금한 후 바로 인출하는 방식으로 가장 납입하여 법인등기를 마쳤습니다. 이후 피고인은 이 유령법인 명의의 계좌를 개설하고, 통장, 체크카드, OTP 등 접근매체를 성명불상자에게 100만 원을 받고 건네주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행위들이 상법 위반(주금 가장납입),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및 행사, 그리고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은 이전에 사기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습니다.

관련 당사자

• 피고인 A: 성명불상자의 제의에 따라 유령법인을 설립하고 법인 계좌의 접근매체를 대여한 사람
• 성명불상자: 피고인에게 유령법인 설립 및 접근매체 대여를 제안한 사람
• B: 피고인이 법인 설립 시 자본금 가장 납입을 위해 일시적으로 2,000만 원을 빌린 지인

분쟁 상황

피고인 A는 2021년 10월 초 성명불상자로부터 법인 설립 후 법인 계좌와 연결된 접근매체를 보내주면 대출을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이에 피고인은 실제로 회사를 운영할 의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대표이사로 하는 'C 주식회사'라는 유령법인을 설립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피고인은 같은 해 10월 중순, 지인 B로부터 2,000만 원을 빌려 본인 명의 계좌에 입금하여 잔고증명서를 발급받은 직후 바로 인출하여 B에게 변제하는 방식으로 자본금 납입을 가장했습니다. 이러한 서류로 법인설립등기를 신청하여 등기담당 공무원으로 하여금 법인등기부에 허위 내용을 기재하게 했습니다. 이어서 피고인은 C 주식회사 명의의 농협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그 계좌와 연결된 통장, 체크카드, OTP 등을 성명불상자에게 직접 건네주고 그 대가로 현금 100만 원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행위가 밝혀지면서 피고인은 상법 위반,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및 행사,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피고인이 실제 운영 의사 없이 유령법인을 설립하고 자본금을 가장 납입한 행위가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및 행사죄에 해당하는지 여부, 그리고 대가를 받고 법인 명의 계좌의 접근매체를 타인에게 대여한 행위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피고인은 실제 운영 의사가 없었더라도 법적 절차에 따라 법인등기를 했다면 불실기재가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주금 가장납입의 경우 불실기재에 해당한다는 기존 판례를 유지하여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인의 상법 위반(주금 가장납입),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불실기재공전자기록등행사,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여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만약 피고인이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동안 노역장에 유치하도록 명령했습니다. 또한, 벌금에 상당하는 금액의 가납을 명했습니다.

결론

재판부는 피고인이 회사를 실제로 운영할 의사 없이 형식적으로만 자본금을 납입했다가 즉시 인출한 행위(주금 가장납입)는 회사의 자본이 실질적으로 증가한 것이 아니므로, 법인등기부에 허위 사실을 기재하게 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대가를 받고 법인 계좌의 통장, 체크카드, OTP 등 접근매체를 대여한 행위 역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범행들은 보이스피싱 등 다른 범죄에 악용될 위험이 커 죄질이 나쁘다고 보았으며, 피고인에게 이전 사기죄 확정 전력이 있는 점을 양형에 참작하여 위와 같이 선고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상법 제628조 제1항 및 제622조 제1항 (주금 가장납입)​: 회사를 설립할 때 주주가 회사에 납입해야 할 자본금(주금)을 실제로 납입하지 않고 잠시 돈을 빌려 넣었다가 바로 빼는 행위(주금 가장납입)는 회사 자본의 진실성을 해치고 투자자들을 속이는 행위로 간주되어 처벌받습니다. 이는 회사의 재정 기반을 속이는 행위로, 회사 설립의 건전성을 해칩니다.
2. 형법 제228조 제1항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및 제229조 (불실기재공전자기록등행사)​: 공무원이 작성하는 전산 기록(여기서는 법인등기부)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재하게 하거나, 그렇게 거짓으로 기재된 전산 기록(법인등기부 전산)을 행사(사용)하는 것은 처벌 대상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유령법인 설립 시 자본금을 가장 납입한 것이 등기 담당 공무원으로 하여금 법인등기부에 불실의 사실을 기재하게 한 것으로 인정되었습니다.
3. 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 제4항 제2호 및 제6조 제3항 제2호 (접근매체 대여)​: 대가를 받고 은행 통장, 체크카드, OTP 등 전자금융거래에 필요한 수단(접근매체)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됩니다. 이는 보이스피싱, 불법 자금 세탁 등 각종 금융 범죄에 악용될 위험이 매우 크기 때문에, 대여자는 형사 처벌을 받게 됩니다. 피고인이 100만 원을 받고 법인 명의의 통장 등을 건넨 행위가 이에 해당합니다.
4. 형법 제37조 (경합범)​: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여러 개의 죄(전단 경합범) 또는 이미 판결이 확정된 죄(후단 경합범)가 있는 경우, 형벌을 정할 때 이들 죄를 함께 고려하여 형의 형평성을 맞추는 것을 의미합니다. 피고인은 이전에 사기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확정된 전력이 있었기 때문에, 이 사건 범죄의 양형에 경합범 관계가 참작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상황에 처하지 않으려면 다음과 같은 점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1. 법인 설립의 진정성: 회사를 설립할 때는 실제로 사업을 운영할 의사가 있어야 하며, 자본금 납입도 진정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일시적으로 돈을 빌려 자본금을 넣었다가 바로 빼는 행위(주금 가장납입)는 상법 위반은 물론, 허위로 공공 기록을 남기는 행위로 간주되어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2. 통장 및 접근매체 대여 금지: 은행 통장, 체크카드, OTP(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 등 금융거래에 필요한 접근매체를 다른 사람에게 대가를 받고 빌려주는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엄격히 금지된 범죄입니다. 이러한 매체들은 주로 보이스피싱, 불법 자금 세탁 등 조직적인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3. 수상한 제안 주의: '법인을 세워 통장만 빌려주면 대출을 해주겠다'거나 '높은 수수료를 주겠다'는 등의 제안은 대부분 범죄와 연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제안을 받으면 즉시 거절하고 의심해야 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범죄에 가담하게 되어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4. 범죄 가담의 책임: 자신의 명의로 된 법인 계좌나 개인 계좌가 범죄에 이용될 경우, 설령 직접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더라도 그 계좌를 제공한 사람에게도 법적 책임이 따릅니다. 본인의 행위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신중히 생각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