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형사사건 · 의료
마스크 제조업체 대표인 피고인 C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의약외품으로 품목허가를 받은 보건용 마스크와 동일한 성능의 마스크 83,650매를 포장 및 표시 없이 벌크 형태로 판매한 사건입니다. 원심에서는 피고인 C에게 약사법 위반 고의가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으나, 항소심에서는 해당 마스크가 의약외품에 해당하며 피고인 C에게 약사법 위반의 고의와 위법성 인식이 있었다고 판단하여, 피고인 C에게 벌금 1,000만 원, 법인인 주식회사 D에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코로나19가 한창 확산되던 2020년 2월경, 마스크 제조업체 '주식회사 D'의 대표이사 피고인 C은 과거 '주식회사 E'으로부터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방식으로 생산 의뢰를 받아 시제품으로 생산했거나 '주식회사 E'에 납품하지 못하고 보관 중이던 'F(KF94)' 마스크를 소지하고 있었습니다. 이 마스크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약외품'으로 품목허가를 받은 제품과 동일한 생산 공정, 외형, 성분, 효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피고인 C은 평소 알고 지내던 A에게 건설 현장 인부들에게 지급할 마스크를 구한다는 제안을 받고, 약사법에서 정한 명칭, 제조업자 등 사항이 기재되지 않은 벌크 형태의 'F(KF94)' 마스크 총 83,650매를 1매당 1,000원에 판매했습니다. 이후 A와 B는 이 마스크를 온라인을 통해 일반 소비자들에게 'F(KF94)' 또는 그와 유사한 효과가 있는 보건용 마스크로 소개하며 재판매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 C과 법인인 주식회사 D이 약사법에 따라 의약외품 표시 사항이 없는 마스크를 판매했다며 기소했습니다. 원심은 피고인 C에게 약사법 위반 고의가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으나, 검찰이 이에 불복하여 항소심이 진행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인 C이 판매한 벌크 형태의 마스크가 약사법상 '의약외품'인 보건용 마스크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피고인 C에게 약사법 위반에 대한 고의 및 위법성 인식이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대표이사인 피고인 C의 약사법 위반 행위에 대해 법인인 주식회사 D에도 양벌규정을 적용하여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판결 중 피고인 C과 주식회사 D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다음과 같이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C에게 벌금 1,000만 원을, 피고인 주식회사 D에게 벌금 700만 원을 각각 처합니다. 피고인 C이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동안 노역장에 유치합니다. 피고인들에게 각 벌금에 상당하는 금액의 가납을 명합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 C과 주식회사 D에게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 마스크는 피고인 C이 이미 품목허가를 받은 'F(KF94)' 제품과 동일한 생산 공정, 외형, 성분, 사용 목적, 효능을 가졌으므로, 품목허가 여부나 개별 포장 완료 여부와 관계없이 약사법 적용 대상인 의약외품 보건용 마스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 C은 마스크를 직접 제조한 자로서 해당 마스크가 의약외품에 해당한다는 인식이 있었고, 공산품으로 판매하려 한 발언이나 물품 위수탁 계약서를 조작한 행위는 위법한 판매를 은폐하려는 시도로 보았습니다. 또한 식약처 직원 K에게 문의한 답변도 피고인 C이 위법성 인식을 가지고 유리한 답변을 유도하려 한 것으로 판단하여 약사법 위반의 고의를 인정했습니다. 따라서 대표이사인 피고인 C의 약사법 위반 행위는 법인인 주식회사 D의 업무에 관한 것이므로, 약사법 제97조의 양벌규정에 따라 주식회사 D에게도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코로나19 확산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의약외품 유통질서를 교란하고 국민 보건에 위해를 초래할 위험이 컸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마스크의 성능 자체는 일반 보건용 마스크와 큰 차이가 없었던 점, 실제 취득한 수익이 미미했던 점, 피고인 C이 초범인 점 등을 참작하여 형량을 정했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약사법 제2조 (정의) 및 관련 법리: 약사법에서 말하는 '의약품'이나 '의약외품'은 단순히 대한민국의 공식 약전에 실린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사람 또는 동물의 질병을 진단, 치료, 예방하거나 인체 기능에 약리학적 영향을 줄 목적으로 사용되는 모든 것을 포함합니다. 약효 유무와 관계없이 성분, 형태(용기, 포장, 디자인), 명칭, 표시된 사용 목적, 효능, 효과, 용법, 용량, 판매 시 선전 또는 설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 일반인이 해당 목적에 사용된다고 인식하거나 약효가 있다고 표방된 경우 모두 약사법의 규제 대상이 됩니다. 이는 마스크와 같은 '의약외품'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약사법 제61조 제1항 제1호, 제65조 제1항, 제66조 (의약외품의 기재사항 및 판매 등): 이 조항들은 의약외품의 용기나 포장에 명칭, 제조업자, 제조연월일, 성분 등 중요한 사항들을 반드시 기재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기재 사항이 없는 의약외품의 판매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의약외품의 품질, 유효성 및 안전성을 확보하여 국민의 보건위생상의 위해를 미리 막기 위한 중요한 규제입니다. 약사법 제93조 제1항 제10호 (벌칙): 위 제61조 제1항 제1호 등을 위반하여 의약외품의 표시 의무를 지키지 않고 판매한 자에 대한 벌칙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약사법 제97조 (양벌규정):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약사법 위반 행위를 한 경우, 실제로 위반 행위를 한 사람을 벌하는 것 외에 해당 법인이나 개인에게도 그 조항에 따른 벌금형을 부과하는 규정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대표이사 C의 위법 행위가 주식회사 D의 업무에 관련된 것으로 인정되어, 법인인 주식회사 D도 형사책임을 지게 되었습니다. 고의 및 위법성 인식: 형사 처벌을 위해서는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법에 위반된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 C이 마스크를 직접 제조한 점, 위법 판매를 숨기려 한 정황, 식약처 직원에 대한 질의 과정 등을 종합하여 피고인 C에게 약사법 위반에 대한 고의와 위법성 인식이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마스크와 같은 보건용품은 외견상 공산품처럼 보여도 실제 효능이나 성분, 제조 목적에 따라 '의약외품'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의약외품은 약사법의 엄격한 규제를 받으므로, 단순히 벌크 형태이거나 개별 포장이 안 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공산품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제품의 실제 생산 경위, 원래 품목허가 여부, 성분, 외형, 사용 목적, 효능, 판매 시 홍보 문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의약외품 해당 여부가 판단됩니다. 이미 의약외품으로 품목허가를 받은 제품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제품이라면 별도의 허가를 받지 않았더라도 의약외품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약사법 등 관련 법규의 위반 여부가 불분명할 경우, 관련 기관에 질의하더라도 질문의 내용과 답변의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단순히 공무원의 구두 답변만을 근거로 삼아 책임을 회피하기는 어려울 수 있으며, 오히려 위법성을 인지하고 이를 숨기려 했다는 증거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법인의 대표자나 종업원이 업무와 관련하여 법을 위반하면 행위자뿐만 아니라 법인에게도 형사책임(양벌규정)이 부과될 수 있으므로, 기업 경영자는 임직원의 법규 준수 여부를 철저히 관리해야 합니다. 유통 질서 문란이나 국민 보건에 미치는 영향 등은 양형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마스크의 성능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 하더라도, 유통질서를 혼란시키고 소비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는 행위는 엄중하게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