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수면내시경 중 환자 사망에 대한 의료진 손해배상 사건

식도염 및 흉통 증상으로 내원한 환자 A가 피고 의사 E가 운영하는 의원에서 수면내시경 시술을 받던 중 호흡곤란 증세와 후두경련이 발생했습니다. 의료진의 응급조치에도 불구하고 환자는 저산소증 뇌손상을 입고 약 5개월 뒤 사망했습니다. 사망한 환자 A의 자녀들은 피고 의사 E가 수면내시경 시술 선택, 경과 관찰, 응급상황 대처, 설명의무 이행 등에서 과실을 저질러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의사가 수면내시경 시술 중 적정한 보조 인력 없이 환자 상태를 관찰하여 호흡곤란을 뒤늦게 발견한 점, 그리고 환자의 천식 기왕력을 고려한 추가적인 위험성 설명을 하지 않은 점을 과실로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수면내시경 시술 선택 자체나 응급처치 과정에서의 다른 주장은 과실로 인정하지 않았고, 피고의 배상책임을 40%로 제한하여 최종적으로 원고들에게 약 1천4백만 원에서 1천6백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분쟁 상황

망 A는 2021년 5월 26일 식도염과 흉통 증상으로 피고 E가 운영하는 E 내과에 내원했습니다. 피고는 A에게 프로포폴 6㏄를 주사하고 상부위장관 수면내시경 검사를 시작했습니다. 시술 종료 무렵 A의 산소포화도가 60%까지 떨어지며 후두경련이 발생했고, 호흡마비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피고는 산소 공급, 후두 마스크 삽입, 인공호흡, 심폐소생술, 에피네프린 주사 등 응급처치를 시도했으나, 119구급대 도착 당시 A는 산소포화도 72%의 저산소증 상태였습니다. A는 종합병원으로 이송된 후 일시적으로 자발순환이 회복되기도 했지만, 저산소증 뇌손상으로 상태가 호전되지 못하고 2021년 10월 15일 사망했습니다. 이에 망 A의 자녀들은 피고의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수면내시경 시술 중 적정 인력 배치 및 환자 경과 관찰 의무 준수 여부, 환자의 기왕력을 고려한 의료행위의 위험성 설명 의무 준수 여부, 그리고 이와 같은 의무 위반이 환자 사망과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 및 손해배상 책임 범위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특히, 천식 기왕력이 있는 환자에게 수면내시경 시술을 선택한 것 자체가 과실인지, 응급상황 시 전문적인 처치(윤상갑상연골 절개술 등) 미시행이 과실인지도 다퉜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 의사 E의 의료행위 중 수면내시경 시술 시 경과관찰 의무 위반과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여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피고의 배상 책임 범위를 40%로 제한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는 원고 B와 D에게 각 14,930,531원, 원고 C에게 16,930,531원 및 각 돈에 대해 2021년 5월 26일부터 2023년 2월 9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결론

이 판결은 수면마취를 동반하는 의료 시술 시 의료기관이 환자의 안전을 위해 적절한 보조 인력을 배치하여 환자 상태를 철저히 감시해야 할 의무와 환자의 개별적인 건강 상태(기왕력)를 고려하여 발생 가능한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야 할 의무를 강조합니다. 이러한 의무를 소홀히 한 경우 의료기관은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으며, 다만 의료행위의 특수성과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책임 범위가 제한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 판결에는 다음과 같은 법률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의료행위상 주의의무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 의사는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상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과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본 사례에서 법원은 피고 의사가 수면내시경 시술 중 독립된 의료진 없이 혼자 환자의 상태를 관찰하여 호흡곤란 증세를 뒤늦게 발견한 것을 이러한 주의의무 위반으로 판단했습니다. 이는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시인되는 의학상식 수준에서 벗어난 과실로 보았습니다.
설명의무 (진료계약상의 의무 또는 불법행위 책임): 의사는 수술 등 침습적 의료행위를 하거나 사망 등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환자나 그 법정대리인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당시 의료 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환자가 의료행위 수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습니다. 특히 후유증이나 부작용의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더라도 회복 불가능한 중대한 위험이거나 해당 치료에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인 경우 설명 대상이 됩니다. 법원은 피고가 천식이라는 기왕력이 있는 망인에게 수면내시경 시술 전 증가되는 위험성에 대해 추가적인 설명을 하지 않은 것이 설명의무 위반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형식적인 동의서 서명만으로는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는 법리도 적용되었습니다.
의료과실과 인과관계 추정의 증명책임 완화: 의료행위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에서 피해자 측이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두고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 저질러진 과실 있는 행위를 증명하고, 그 행위와 결과 사이에 일련의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증명책임이 완화됩니다. 본 사건에서 망인의 저산소증 뇌손상에 대해 피고의 과실(경과 관찰 소홀)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입되었다고 볼 근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었습니다.
손해배상 책임의 제한: 법원은 의료행위의 특수성, 사고 경위, 피고의 과실 내용과 정도, 환자의 나이 및 건강 상태, 피고의 응급조치 노력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의료진의 배상책임 범위를 제한할 수 있습니다. 이는 손해의 공평하고 타당한 분담을 지도 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부합하기 위함입니다. 본 사례에서도 피고의 과실이 인정되더라도 프로포폴의 빈번한 사용, 사망 예측의 어려움, 피고의 응급조치 노력 등을 참작하여 배상책임 비율을 40%로 제한했습니다.
민법 제390조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의사와 환자 사이의 진료계약에 따른 의무를 의사가 이행하지 않거나 불완전하게 이행하여 환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의사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참고 사항

수면마취를 동반하는 시술을 받을 때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참고하여 유사한 상황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보조 의료인력 유무 확인: 수면내시경 등 수면마취를 필요로 하는 침습적 시술의 경우, 시술을 하는 의사 외에 환자의 산소포화도, 혈압, 맥박수 등 활력징후를 독립적으로 지속 감시할 수 있는 보조 의료진(마취과 의사 또는 숙련된 간호사 등)이 배치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거력 및 기왕력 상세 고지: 환자 본인 또는 가족에게 천식, 후두경련 등 호흡기 질환 과거력이 있거나 프로포폴 등의 약물에 대한 알레르기 또는 특이 체질이 있다면, 시술 전 의료진에게 반드시 상세히 고지하고 관련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요청해야 합니다.
설명의무 이행 여부 확인: 의료기관에서 제공하는 동의서가 일반적인 부동문자로 인쇄된 서류인지, 아니면 환자의 개별적인 건강 상태와 기왕력을 고려하여 발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것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설명 내용을 잘 이해했는지, 추가적인 질문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설명을 들은 내용을 기록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응급상황 대비 시스템 인지: 소규모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수면마취 시술을 받는 경우, 만약의 응급상황 발생 시 기관내삽관, 윤상갑상연골 절개술 등 전문적인 기도확보 및 심폐소생술 장비와 인력이 충분히 갖춰져 있는지, 상급 병원으로의 신속한 이송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는지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개인 의원의 특성상 상급 종합병원 수준의 모든 응급처치 역량을 갖추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손해배상 청구 시 책임 제한 가능성: 의료사고로 인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법원은 의료진의 과실 정도, 사고 발생 경위, 환자의 기왕력, 의료행위의 불가피성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의료진의 배상 책임 비율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100% 책임을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