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갚지 않고 배우자에게 아파트 지분을 넘긴 행위는 취소된다는 판결

신용보증기금이 대출금에 대한 보증채무를 대신 갚은 후, 채무자인 회사 대표가 자신의 아파트 지분을 배우자에게 증여한 행위가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라고 주장하며 취소 소송을 제기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채무자 회사의 대표와 그 배우자 사이의 증여 계약을 사해행위로 인정하고 취소했으며, 아파트 지분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하고 채무자 회사와 대표는 신용보증기금에 대위변제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신용보증기금 (원고): 담보능력이 부족한 기업의 채무를 보증하여 자금 융통을 돕는 비영리 특수법인. 이 사건에서는 대출금에 대한 보증채무를 이행한 채권자입니다.
• 주식회사 A (피고 회사): 전기전자제품 판매 및 유통업을 하는 회사로,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아 대출을 받았으나 채무를 이행하지 못한 주채무자입니다.
• B (피고): 주식회사 A의 대표이사이자 신용보증기금에 대한 연대보증인이며, 배우자 C에게 아파트 지분을 증여한 채무자입니다.
• C (피고): B의 배우자로, B로부터 아파트 지분을 증여받았으며 이 증여가 사해행위로 취소된 수익자입니다.

분쟁 상황

신용보증기금은 기업은행이 주식회사 A에 대출해준 18억 3천만원에 대해 보증을 섰습니다. 주식회사 A의 대표 B은 이 보증에 대해 연대보증을 했습니다. 그러나 2021년 11월 9일, 주식회사 A가 대출금을 갚지 못해 신용보증사고가 발생했고, 신용보증기금은 2022년 1월 11일 기업은행에 15억 2천 4백여만 원을 대신 갚았습니다. 한편, B은 2021년 8월 24일 자신의 소유이던 아파트 1/2 지분을 배우자 C에게 증여하는 계약을 맺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습니다. 신용보증기금은 이 증여가 채무를 갚을 자산을 빼돌리는 행위, 즉 사해행위에 해당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 C은 B에게 사업자금을 빌려준 것에 대한 대물변제로 아파트 지분을 받았고, B의 채무 상태를 알지 못하는 선의의 수익자라고 주장하며 맞섰습니다.

핵심 쟁점

1. 신용보증기금의 구상금 청구권 인정 여부: 신용보증기금이 채무자 회사의 대출금을 대신 갚은 후, 회사와 연대보증인 B에게 대위변제금, 위약금, 지연손해금 등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2. 증여 계약의 사해행위 해당 여부: B가 배우자 C에게 아파트 지분을 증여한 행위가 신용보증기금의 채권을 해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3. 증여 계약의 실제 체결 시점: 등기부상 원인일자와 실제 증여가 이루어진 시점 중 어느 것을 기준으로 사해행위를 판단할 것인지 여부.
4. 피보전채권의 존재 여부: 증여 당시 신용보증기금의 채권이 현실적으로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되는 피보전채권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
5. C의 악의 여부: 증여를 받은 C가 B의 채무초과 상태 및 증여가 사해행위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 (선의의 수익자 주장 반박).

법원의 판단

1. 피고 주식회사 A와 B는 연대하여 원고 신용보증기금에게 1,524,400,221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2022년 1월 11일부터 2022년 3월 12일까지는 연 8%,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을 지급해야 합니다.
2. 피고 B과 피고 C 사이에 2020년 8월 3일자 아파트 지분 증여 계약을 취소합니다.
3. 피고 C은 피고 B에게 아파트 지분에 관해 2021년 8월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접수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 절차를 이행해야 합니다.
4. 소송비용은 피고들이 모두 부담합니다.

결론

법원은 신용보증기금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여, 채무자 회사와 그 대표 B에게 대위변제금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명령했으며, 대표 B이 배우자 C에게 아파트 지분을 증여한 행위는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해당 증여 계약을 취소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사해행위취소권 (민법 제406조): 채무자가 빚을 갚아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채권자에게 손해가 될 것을 알면서 자신의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거나 재산 가치를 줄이는 행위를 했을 때, 채권자가 그 행위를 취소하고 재산을 다시 채무자 명의로 돌려놓을 수 있도록 하는 권리입니다. 이 사건에서 B이 자신의 유일한 재산인 아파트 지분을 배우자 C에게 증여한 것은 채권자인 신용보증기금의 채권을 만족시키지 못하게 되므로 사해행위로 판단되었습니다. 채무자가 자신의 유일한 재산을 처분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채권자를 해치는 사해행위로 추정되며, 채무자의 사해 의사(채권자를 해칠 의도) 또한 추정됩니다.
2. 선의의 수익자 문제: 사해행위로 재산을 받은 사람(수익자)이 그 행위가 채권자를 해친다는 사실을 몰랐을 때(선의인 경우)에는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피고 C이 B의 배우자로서 부부간의 재정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았을 것으로 보이고, 대물변제 주장에 대한 증거도 부족하여 선의의 수익자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배우자 등 특별한 관계에서는 '악의'가 추정되어 수익자 스스로 자신이 선의였음을 입증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3. 피보전채권의 범위: 사해행위취소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채권(피보전채권)은 원칙적으로 사해행위가 발생하기 전에 존재해야 합니다. 하지만 사해행위 당시 채권이 아직 현실적으로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채권이 성립할 수 있는 법률관계가 이미 있었고 가까운 장래에 채권이 성립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실제로 그 채권이 성립된 경우에는 피보전채권으로 인정됩니다. 이 사건에서 신용보증기금의 구상금 채권은 B의 증여 당시 아직 발생하지 않았으나, 신용보증약정이 이미 체결되어 있었고 곧 신용보증사고가 발생하여 대위변제 의무가 현실화될 개연성이 높았으므로 피보전채권으로 인정되었습니다.
4. 등기부상 원인일자와 실제 계약일: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등기원인일자가 실제 계약이 이루어진 날짜와 다를 수 있습니다. 법원은 등기원인일자만으로 사해행위 시점을 판단하지 않고, 계약이 이루어진 경위, 채무자의 재정 상태 변화, 등기 지연 사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실제 사해행위가 언제 이루어졌는지 판단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등기원인일자와 소유권이전등기일의 1년 간격, B의 재정 악화 시점, 다른 부동산 처분 시점 등을 고려하여 실제 증여 시점을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2021년 8월 24일경으로 보았습니다.
5. 연대보증과 대위변제: 연대보증은 주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하면 보증인이 주채무자와 함께 빚을 갚을 책임이 있는 보증 방식입니다. 보증인이 대신 빚을 갚으면 주채무자에게 그 대신 갚은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구상권)가 생기는데, 이를 대위변제라고 합니다. 이 사건에서 신용보증기금은 주식회사 A의 채무를 대위변제했으므로, 주식회사 A와 연대보증인 B에게 대위변제금, 위약금, 지연손해금 등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6. 자백간주 (민사소송법 제150조 제3항): 소송에서 피고가 법원에 출석하지 않거나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아 원고의 주장을 다투지 않을 경우, 법원은 피고가 원고의 주장을 인정한 것으로 간주하고 그에 따라 판결을 내릴 수 있습니다. 피고 회사 A의 경우, 재판에 응하지 않아 자백간주로 처리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1. 채무가 있는 상태에서 재산을 처분할 때 유의하세요: 자신이 갚아야 할 빚이 많은 상태에서 부동산과 같은 주요 재산을 배우자나 가까운 사람에게 넘겨주면, 나중에 채권자가 그 행위를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특히 거의 유일한 재산을 처분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2. 배우자 간의 거래는 더욱 엄격하게 판단됩니다: 법원은 배우자나 가족 간의 재산 거래를 채무 회피 목적으로 보기 쉬우므로, 명확한 대가 관계나 증빙 서류가 없다면 사해행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배우자가 선의였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3. 등기부상 날짜와 실제 계약 날짜가 다를 수 있습니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계약 날짜가 실제 계약이 이루어진 날짜와 다를 수 있으며, 법원은 실제 계약이 언제 이루어졌는지 여러 증거를 종합하여 판단할 수 있습니다. 채무자의 재정 상태 변화 등 정황 증거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4. 아직 발생하지 않은 채권도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채무자가 재산을 처분할 당시 채권이 직접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이미 채권 발생의 기초가 되는 계약 관계가 있었고 가까운 시일 내에 채권이 발생할 것이 확실한 경우에는 그 채권도 사해행위 취소 소송에서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5. 채무자가 재정적으로 어려울 때는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회사의 자금 사정이 악화되거나 채무가 많아지는 시점에 개인 재산을 처분하는 행위는 채권자에게 채무를 갚지 않으려는 의도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