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A 정유사가 B 주유소에 석유제품 공급 및 시설물 사용대차 계약을 맺었으나, B 주유소가 계약기간 중 일방적으로 거래를 중단하고 타 정유사와 계약하여 A 정유사가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B 주유소의 계약 위반을 인정했으나, 손해배상 예정액이 과다하다고 판단하여 일부를 감액하여 최종 2,450만 원을 배상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원고 A 주식회사와 피고 B는 2012년 10월 1일 주유소 석유제품 공급계약과 2016년 1월 5일 시설물 사용대차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공급계약에는 피고가 주유소의 석유제품 소요량 전량을 원고로부터 구매하고 원고의 상표를 표시할 의무(전량구매의무 및 상표표시의무)가 명시되어 있었고, 계약 위반 시 직전년도 해당 분기 또는 최근 3개월간 매출액 중 큰 금액의 15%를 배상하도록 규정되었습니다. 시설물 사용대차계약은 2021년 1월 4일까지였으며, 계약자의 귀책사유로 해지될 경우 지원받은 시설물 금액 전부와 전량구매의무 위반 시 추가로 시설물 금액의 30%를 손해배상 예정액으로 지급하도록 정했습니다. 그러나 피고 B는 2020년 8월 13일 원고와의 거래를 중단하고 다른 정유회사와 거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에 원고 A는 피고의 계약 위반을 이유로 공급계약에 따른 손해 161,048,989원과 사용대차계약에 따른 손해 6,435,000원 등 총 167,483,989원의 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피고는 해당 계약 조항이 약관규제법 위반이며 원고의 주장이 권리남용에 해당하고, 손해배상 예정액이 지나치게 과다하므로 감액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맞섰습니다.
피고 주유소의 석유제품 전량구매의무 및 상표표시의무 위반 여부 계약 조항의 약관법 위반 여부 및 원고의 권리남용 주장의 타당성 손해배상 예정액의 과다성 여부와 그 감액 범위
피고는 원고에게 24,500,0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이자를 지급하라.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85%, 피고가 15%를 부담한다.
법원은 피고 주유소가 2020년 8월 13일 원고 회사와의 거래를 중단하고 타 정유회사와 거래한 것이 계약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손해배상 예정액과 관련하여 이 사건 공급계약 및 사용대차계약의 배상 규정이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와 피고 사이의 거래 기간이 10년에 가깝고 남은 계약 기간이 5개월도 채 되지 않은 점, 시설물의 감가상각 등을 고려하여 원고가 청구한 167,483,989원 중 24,500,000원만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판례에서는 주로 민법 제398조(손해배상액의 예정)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었습니다.
민법 제398조 (손해배상액의 예정): 계약 당사자들이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채무불이행에 대비하여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두는 것을 '손해배상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판단될 경우, 법원은 직권으로 이를 적당히 감액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와 피고가 10년 가까이 거래를 지속했고, 남은 계약 기간이 5개월도 채 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시설물의 감가상각이 진행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계약서에 명시된 손해배상 예정액이 지나치게 과다하다고 판단, 상당 부분을 감액하여 2,450만 원만을 배상하도록 했습니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이 법률은 사업자가 다수의 고객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미리 마련한 계약 조항(약관)이 고객에게 불공정하게 불리한 경우 그 효력을 제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피고는 주유소 공급 및 사용대차 계약 조항들이 약관법에 위배되어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석유제품 공급이 장기적, 계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주유소 운영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며 정유업자가 주유소에 시설이나 자금을 지원하는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사용대차 계약기간을 5년으로 정하거나 전량구매의무, 상표표시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특별히 불공정하거나 신의성실에 반한다고 보지 않아 피고의 약관법 위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또한, 신의성실의 원칙 및 권리남용 금지의 법리가 간접적으로 다루어졌습니다. 피고는 원고가 계약 종료 통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가 뒤늦게 문제 삼는 것이 권리남용이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계약 종료 통보 이후에도 약 1년 동안 거래가 계속된 점을 들어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장기적인 거래 관계에서 계약을 해지할 때는 계약서상의 위약금 조항을 반드시 확인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계약서에 명시된 손해배상 예정액이 실제 발생할 수 있는 손해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경우, 법원은 이를 감액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특히 계약 관계가 오랜 기간 유지되었고, 남은 계약 기간이 짧은 경우에 감액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유사와 주유소 간의 공급 계약처럼 시설 투자나 자금 지원이 이루어지는 경우, 전량구매의무나 상표표시의무와 같은 조항은 거래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일반적으로 불공정하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일방적인 계약 해지 통보 후에도 상당 기간 거래가 지속되었다면, 뒤늦게 계약 위반을 주장하는 것이 권리남용으로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