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형사사건 · 금융
피고인 A는 대출을 받기 위해 거래 실적을 쌓는다는 명목으로 성명불상자에게 자신의 은행 계좌를 알려주었습니다. 그러나 성명불상자는 이 계좌를 이용하여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를 저질러 피해자 C로부터 3,800만 원을 송금받았습니다. 검사는 피고인이 타인의 탈법행위를 방조했다고 기소했지만, 법원은 피고인이 성명불상자의 전화금융사기 범행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2018년 9월 초, 피고인 A는 성명불상자로부터 '계좌에 입출금을 하여 거래실적을 올리면 대출을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피고인은 이를 승낙하고 자신의 기업은행 계좌(B)를 성명불상자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이후 2018년 9월 4일경, 성명불상자는 이 계좌를 이용해 전화금융사기를 벌여 피해자 C로부터 3,800만 원을 송금받았습니다. 이에 검사는 피고인이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 행위를 방조했다고 보고 기소했습니다.
피고인 A가 자신의 계좌가 전화금융사기 범행에 사용될 것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했는지, 즉 정범의 탈법행위에 대한 방조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피고인은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이 판결의 요지가 공시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대출을 받기 위해 거래 실적을 쌓으려 했다는 진술에 일관성이 있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자신의 계좌가 전화금융사기로 편취한 돈을 받는 데 사용될 것을 인식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인에게는 방조의 고의가 없다고 보아 범죄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 방조 혐의에 대한 것입니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 및 제3조 제3항: 이 법은 누구든지 불법재산의 은닉, 자금세탁,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 및 강제집행 면탈 등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탈법행위'란 위에서 언급된 불법적인 목적 외에 다른 법률에서 금지하는 행위까지 포함하는 넓은 의미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성명불상자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라는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피고인의 실명 계좌를 이용해 금융거래를 한 것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방조의 고의: 형법상 방조(종범)는 정범이 범행을 한다는 것을 알면서 그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따라서 방조범으로 처벌받기 위해서는 두 가지 고의가 필요합니다. 첫째, 정범의 범행을 돕는다는 '방조의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둘째, 정범의 행위가 어떤 범죄(여기서는 금융실명법 위반이자 전화금융사기)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정범의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이 성명불상자의 행위가 '전화금융사기로 편취한 돈을 받는 행위'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인식했는지 여부가 부족하다고 보았고, 이것이 무죄 판결의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습니다. 단순히 '거래실적을 쌓아 대출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만 인식했다면, 구체적인 탈법행위(보이스피싱)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개인적인 대출이나 금융거래 실적을 쌓는다는 이유로 타인에게 자신의 계좌 정보를 알려주거나 계좌를 넘겨주는 행위는 매우 위험합니다. 이러한 행위는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와 같은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비록 본인이 범행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고 주장하더라도 수사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본인이 직접 인출하지 않고 단순히 계좌를 제공한 것만으로도 범죄 방조 혐의를 받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특히, 계좌로 입금된 돈이 사기 범죄로 인한 것임을 알면서도 인출하거나 전달하면 사기 방조 또는 심지어 사기 혐의까지 받을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번 판결은 피고인이 범행의 구체적인 내용(전화금융사기)을 알았다는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에 무죄가 선고된 것이므로, '대출을 위해 계좌를 제공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