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재개발
전기공사 하도급업체가 원사업자를 상대로 설계 변경 및 물량 증가에 따른 추가 공사대금 지급을 요구하고, 발주자를 상대로는 직접 지급을 요구했으나, 법원은 해당 하도급계약이 총액계약의 성격을 가지며 추가 공사대금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모든 청구를 기각한 사건입니다. 하도급업체의 초기 물량 산정 오류도 추가 비용 발생의 원인으로 지적되었습니다.
원고 A 주식회사는 피고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가 발주하고 피고 주식회사 B이 원도급받은 C, D 폐수처리설비 설치공사 중 전기·계장 공사를 피고 B으로부터 14억 5,200만 원(부가가치세 포함)에 하도급받았습니다. 원고는 공사 과정에서 설계 변경 등으로 인해 시공 물량이 당초 산출내역서보다 증가했다고 주장하며, 증가한 물량에 대한 추가 공사대금 11억 9,680만 원을 피고 B에게 청구하였습니다. 또한, 피고 B이 하도급대금을 미지급하고 지급보증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발주자인 피고 한국수력원자력에게 직접 하도급대금을 지급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피고 B은 이 사건 하도급계약이 총액계약 방식이며, 물량 증가가 추가 공사대금 조정 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원고의 초기 물량 산정 오류가 주된 원인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피고 한국수력원자력은 피고 B의 원고에 대한 하도급대금 채무가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직접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며 대립하게 되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피고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 및 주식회사 B에 대한 모든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하였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하도급계약이 시공물량 증감에 따라 공사대금이 자동 조정되는 '단가계약'이 아니라, '완화된 의미의 총액계약'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즉, 설계 변경 등의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계약금액의 증액이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원고가 주장하는 추가공사대금의 상당 부분이 원고의 초기 물량 산정 오류나 설계 오류로 인한 것이며, 설계 변경으로 인한 순수한 추가공사대금을 특정하기 어렵고, 피고 한국수력원자력이 물량 증가를 승인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원사업자인 피고 B에게 추가 공사대금 지급 의무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발주자인 피고 한국수력원자력에게도 하도급대금 직접 지급 의무가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 계약의 해석 원칙 (총액계약과 단가계약): 공사도급계약이 '총액계약'인지 '단가계약'인지는 계약서 내용, 계약의 동기나 목적, 이행 과정에서의 당사자 태도, 거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대법원 2022. 4. 14. 선고 2017다3024 판결 등 참조). 총액계약은 계약 목적물 전체에 대한 총 공사대금을 정하며, 단가계약은 개별 공정이나 항목의 단가를 기준으로 합니다. 본 사건에서는 계약서에 총액이 특정되어 있고, 물량 증감에 따른 추가 비용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조항 및 원사업자의 이메일 경고 등을 근거로 '완화된 의미의 총액계약'으로 해석되었습니다. • 총액계약에서의 추가공사대금 지급 의무: 총액으로 공사대금을 정한 계약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도급인은 당초 계약금액을 초과하는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무는 없습니다. 다만, 수급인이 원래 계약 내용에 없는 '추가공사'를 하였고, 이에 대해 도급인의 지시나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면 추가 공사비 지급의 여지가 있습니다 (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5다63870 판결 등 참조). 어떠한 공사 부분이 추가공사인지 여부는 계약 목적, 추가공사 경위, 도급인의 지시나 합의, 비용 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0다70223 판결 등 참조). 본 사건에서는 감정 결과만으로는 설계 변경으로 인한 순수한 추가공사대금을 특정하기 어려웠고, 원고의 초기 물량 산정 오류가 상당 부분 포함된 것으로 보아 추가 공사대금 지급 의무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하도급법): • 제3조 제1항 (서면 발급 의무): 원사업자는 하도급 계약 체결 시 하도급대금, 위탁 내용, 공사 기간 등 주요 내용을 기재한 서면을 수급사업자에게 발급해야 합니다. 본 사건에서 피고 B은 설계 변경에 따른 추가·변경공사를 반영한 서면을 발급하지 않아 이 조항을 위반했습니다. • 제13조의2 제1항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의무):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 지급을 보증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피고 B은 하도급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지급보증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이 조항을 위반했습니다. • 제16조 (하도급대금의 조정): 원사업자가 발주자로부터 물가 변동이나 설계 변경으로 인해 대금을 증액받은 경우, 그 증액 사유와 내용을 수급사업자에게 통지하고, 하도급대금을 조정해야 합니다. 피고 B은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물가 변동 및 설계 변경에 따른 공사대금 증액을 받았음에도 통지 및 조정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이 조항을 위반했습니다. • 제14조 제1항 (발주자의 하도급대금 직접 지급 의무): 발주자는 ① 원사업자의 지급 정지, ② 발주자와 수급사업자 간의 직접 지급 합의, ③ 원사업자의 직접 지급 요청, ④ 원사업자의 지급보증 불이행 등의 사유가 있을 경우 수급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할 의무가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 B의 하도급대금 미지급 및 지급보증 의무 위반을 근거로 한국수력원자력에게 직접 지급을 요청했으나, 법원은 피고 B의 원고에 대한 하도급대금 채무 자체가 인정되지 않았으므로 발주자의 직접 지급 의무 또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계약 형태의 명확화: 공사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서에 총액 계약인지 또는 단가 계약인지를 명확히 하고, 물량 증감에 따른 대금 조정 방식과 추가 공사 발생 시의 절차를 상세히 규정해야 합니다. 구두 합의보다는 서면으로 명확히 하는 것이 분쟁 예방에 중요합니다. • 초기 설계 및 물량 산정의 신중함: 총액 계약 방식에서는 초기 견적 및 물량 산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계약 전 발주처나 원사업자가 제공하는 자료를 충분히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정확한 물량을 산정하여 예상치 못한 비용 증가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본 사례에서는 원고의 초기 물량 산정 오류가 추가 비용 발생의 한 원인으로 지적되었습니다. • 설계 변경 및 추가 공사 관리: 공사 진행 중 설계 변경이 발생하거나 추가 공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반드시 사전에 발주자 및 원사업자와 서면으로 합의하고, 변경된 내용과 그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사항을 명확히 문서화해야 합니다. 합의 없는 추가 공사는 나중에 대금 지급을 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 하도급법 관련 의무 이행 확인: 하도급법상 원사업자(도급업체)가 부담하는 서면 발급 의무,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의무, 그리고 물가 변동 및 설계 변경에 따른 하도급대금 조정 의무 등을 원사업자가 제대로 이행하는지 주의 깊게 확인해야 합니다. 이러한 의무 위반은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등 법적 조치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 발주자에 대한 직접 지급 청구 요건: 발주자에게 하도급대금 직접 지급을 요청하려면, 원사업자의 하도급대금 지급채무가 존재하고 그 액수가 명확히 확정되어야 합니다. 또한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에 명시된 요건(원사업자의 지급정지, 발주자의 직접지급 합의, 원사업자의 직접지급 요청, 원사업자의 지급보증 불이행 등) 중 하나에 해당해야 합니다. 본 사례에서는 원사업자의 하도급대금 채무 자체가 불분명하여 직접 지급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