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 과정 중 태아 뇌손상 관련 손해배상 항소 기각 판결

원고 A, B는 분만 중 태어난 자녀 C가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었다며, 담당 의료진인 피고 E, J의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습니다. 항소심 또한 의료진의 분만 경과 관찰, 제왕절개 수술 결정, 설명의무 이행 등에 과실이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B: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은 자녀 C의 부모로서 피고 의료진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항소인들입니다.
• 원고 C: 분만 중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었다고 주장하는 미성년자(태아였음)로서, 부모 A, B가 법정대리인으로 소송을 진행했습니다.
• 피고 E, J: 원고 B의 분만을 담당했던 의료진(의사 및 병원 관계자)으로, 원고들로부터 의료과실에 의한 손해배상 책임을 추궁당한 피항소인들입니다.

분쟁 상황

원고 A, B는 2015년 6월 11일경 원고 B의 분만 과정에서 태아 C의 심장박동수 감소 등 이상 징후가 나타났음에도 피고 의료진이 적절하고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원고들은 피고 J이 분만 경과 관찰을 소홀히 하고 다른 수술을 하는 등 자리를 비워 제왕절개 수술 결정이 지연되었으며, 태아의 상태가 Category III(비정상)에 해당함에도 응급 수술을 하지 않았고, 이러한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들에게 공동하여 A, B에게 각 2천만원, C에게 10억 1천7백여만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요구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의료진(피고 J)이 분만 과정 중 태아의 상태를 제대로 관찰하지 않아 응급 제왕절개 수술 결정을 지연했는지 여부.
2. 태아의 심장박동수 감소 양상 등 의학적 징후를 토대로 응급 제왕절개 수술이 즉시 필요했음에도 의료진이 이를 시행하지 않아 과실이 발생했는지 여부.
3. 의료진이 제왕절개 수술의 가능성, 필요성 및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태아 뇌손상 등 위험성에 대해 원고 A, B에게 충분히 설명하여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들은 1심 판결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를 받지 못하게 되었으며, 항소 관련 소송비용도 원고들이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결론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들의 항소 이유가 1심에서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고, 추가로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1심의 사실 인정과 판단을 뒤집을 만한 과실이 피고 의료진에게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피고 의료진이 태아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있었으며, 만기 태아심장박동수 감소 양상이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즉시 결정할 정도는 아니었고, 수술의 가능성과 필요성에 대한 설명의무도 이행했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민사소송법 제420조 (제1심판결의 인용)​: 항소심 법원이 제1심 판결의 사실 인정과 판단이 정당하다고 인정할 경우, 그 이유를 그대로 인용하여 항소심 판결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입니다. 이 사건에서 항소심 재판부는 제1심 판결의 내용을 대부분 받아들이면서 일부 내용을 수정, 보충하는 방식으로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 의료과실 및 주의의무: 의료인은 의료행위를 할 때 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의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만약 의료인이 이러한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환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의료과실이 인정되어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의료진이 태아의 심장박동수 변화 양상을 적절히 관찰하고 해석했는지, 그리고 응급 제왕절개수술 결정을 제때 내렸는지 여부가 주의의무 위반의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의료진이 필요한 조치를 취했고 응급 수술 결정이 지연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 설명의무 위반: 의료인은 환자나 그 법정대리인에게 질병의 상태, 치료 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예상되는 결과 및 부작용, 다른 치료 방법 등을 충분히 설명하여 환자 스스로 치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이를 설명의무라고 합니다. 다만, 응급 상황에서는 환자의 생명이 위급하여 설명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설명으로 인해 수술이 지연될 경우 더 위험해질 수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설명의무의 내용이나 범위가 완화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의료진이 세 차례에 걸쳐 제왕절개수술의 가능성과 필요성을 설명했으며, 당시 상황이 응급이었고 태아 뇌손상 가능성까지 예측하여 세부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을 들어 설명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 의료과실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진료기록, 간호기록지, 태아심장박동수 검사 기록지(NST) 등 의료 행위와 관련된 객관적인 의무기록을 철저히 확보하고 분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 'Category III'와 같은 의학적 지표의 해석은 전문가 감정을 통해 이루어지며, 감정의의 의견이 어떠한 전제를 바탕으로 하는지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감정의의 답변이 원고들의 특정 질문 전제를 바탕으로 한 것임을 법원이 밝히며 의료진의 과실을 부정했습니다.
• 응급 제왕절개 수술의 필요성은 태아심장박동수 감속 양상의 지속 시간(예: 15분 이상)과 무(absent) 기초변이도 양상 등 여러 의학적 징후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담당 주치의의 임상적 판단에 따라 결정됩니다. 단순히 일부 지표가 나타났다고 해서 곧바로 의료과실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 의료진의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할 때는 어떤 내용이 설명되지 않았는지, 그리고 만약 그 내용이 설명되었더라면 환자(보호자)가 다른 결정을 내렸을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주장이 필요합니다. 응급 상황에서의 설명의무는 일반적인 경우보다 그 내용과 범위가 완화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합니다.
• 의료진이 진료실을 이탈하거나 부재했음을 주장할 경우,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CCTV 기록, 진료기록, 당시 근무자의 증언 등)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J이 분만실을 임의로 벗어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되었습니다.
• 의료 소송에서는 시기, 금액 등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정확히 제시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의학적 근거와 증거를 충분히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