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부자 씨는 사망하기 전 자신의 재산을 자녀들에게 분배하는 내용을 담은 영상을 촬영했습니다. 영상에는 나부자 씨가 미리 작성한 유언증서를 노트북 화면을 통해 보면서, “자녀 나차남에게는 토지와 건물 지분 절반을, 자녀 나장남에게는 나머지 절반의 지분을, 나머지 자녀들에게는 각각 2,000만 원씩 주라”고 말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나차남 씨는 이 영상을 직접 촬영하고 파일도 소지하고 있었는데, 당시 나부자 씨는 촬영 도중 “그럼 됐나?”라고 묻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영상이 유언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효력을 잃게 되면서 나부자 씨의 배우자와 자녀들은 법정상속분에 따라 상속등기를 마치게 됐는데요. 이후 나차남 씨는 아버지와의 사이에 사인증여 계약을 체결했다며 다른 상속인들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다음 중 과연 누구의 말이 맞는 걸까요? ※ 관련 조문: 「민법」 제562조 및 제1060조 제562조(사인증여) 증여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효력이 생길 증여에는 유증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제1060조(유언의 요식성) 유언은 본법의 정한 방식에 의하지 아니하면 효력이 생하지 아니한다.
- 주장 1
나차남 씨: 아버지께서는 아버지 소유 부동산의 절반을 제게 주겠다고 말씀하셨고, 저는 상속인들 중 유일하게 그 모습을 그 자리에서 직접 영상으로 촬영했습니다. 유언의 요건은 갖추지 못했더라도 이건 서로의 의사가 합치된 사인증여 계약에 해당해요. 따라서 계약의 내용대로 부동산 절반에 대한 소유권은 제게 있습니다!
- 주장 2
다른 상속인들: 촬영된 영상의 형식과 내용은 청약과 승낙에 따라 의사의 합치가 이루어진 사인증여가 아니라 유언임이 명백합니다. 또한, 유언하는 자리에 동석해서 영상을 촬영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인증여가 인정된다면 자녀들 모두에게 재산을 배분하고자 하는 아버지의 의사에 부합하지 않고, 형평에도 맞지 않아요!
정답 및 해설
다른 상속인들: 촬영된 영상의 형식과 내용은 청약과 승낙에 따라 의사의 합치가 이루어진 사인증여가 아니라 유언임이 명백합니다. 또한, 유언하는 자리에 동석해서 영상을 촬영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인증여가 인정된다면 자녀들 모두에게 재산을 배분하고자 하는 아버지의 의사에 부합하지 않고, 형평에도 맞지 않아요!
위 사례에서는 상속인들 중 한 명이 피상속인이 유언하는 모습을 직접 촬영하였으나 그 유언이 민법상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무효인 경우 사인증여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됩니다. 이와 유사한 사례에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23. 9. 27. 선고 2022다302237 판결). (1) 유증은 유언으로 수증자에게 일정한 재산을 무상으로 주기로 하는 행위로서 상대방 없는 단독행위이다. 사인증여는 증여자가 생전에 무상으로 재산의 수여를 약속하고 증여자의 사망으로 그 약속의 효력이 발생하는 증여계약의 일종으로 수증자와의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하는 점에서 단독행위인 유증과 구별된다(대법원 2001. 9. 14. 선고 2000다66430, 66447 판결 등 참조). (2) 망인이 노트북 화면을 통해 읽고 있는 내용은 ‘유언증서, 유언자 망인은 다음과 같이 유언한다.’라는 문구로 시작하여 마지막에 유언집행자의 지정과 더불어 ‘유언자 망인’으로 끝맺는 내용이어서 그 형식과 내용상 ‘유언’임이 명백하다. (3) 망인이 단독행위로서 유증을 하였으나 유언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효력이 없는 경우 이를 ‘사인증여’로서 효력을 인정하려면 증여자와 수증자 사이에 청약과 승낙에 의한 의사합치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유언자인 망인이 자신의 상속인인 여러 명의 자녀들에게 재산을 분배하는 내용의 유언을 하였으나 민법상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유언의 효력이 부정되는 경우 유언을 하는 자리에 동석하였던 일부 자녀와 사이에서만 ‘청약’과 ‘승낙’이 있다고 보아 사인증여로서의 효력을 인정한다면, 자신의 재산을 배우자와 자녀들에게 모두 배분하고자 하는 망인의 의사에 부합하지 않고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던 나머지 상속인들과의 형평에도 맞지 않는 결과가 초래된다. (4) 망인이 유언 내용을 읽다가 “그럼 됐나?”라고 말한 것은 자문하였을 뿐이어서 원고에게 물었다고 보기 어려워 원고와 사이에서만 유독 청약과 승낙이 이루어졌다고 보기도 어려울뿐더러, 망인이 유언이 효력이 없게 되는 경우 다른 자녀들과 무관하게 원고에 대해서만은 자신의 유언대로 재산을 분배해 주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였다고 볼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이와 같은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따르면, 이 사안에서 촬영된 영상의 내용만으로는 나부자 씨와 나차남 씨 사이에 청약과 승낙에 따른 의사의 합치가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고, 유언을 하는 자리에 동석하여 영상을 촬영했다는 이유만으로 나차남 씨에 대해서만 사인증여의 효력을 인정한다면 자녀들 모두에게 재산을 배분하고자 하는 나부자 씨의 의사에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나차남 씨에게만 유리해지는 형평에 어긋나는 결과가 초래됩니다. 따라서 나부자 씨와 나차남 씨 사이에 사인증여 계약이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