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전 작성한 재산분할포기각서의 효력

차도녀 씨는 직장상사인 인도남 씨의 열렬한 구애 끝에 결혼했지만, 인도남 씨는 차도녀 씨가 꿈꾸던 그런 남편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차도녀 씨는 단란한 가정을 이루려고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질 않았고 급기야 이혼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인도남 씨는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다며 ‘차도녀는 위자료를 포기하고,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습니다.’는 내용의 각서를 쓰도록 요구하였습니다. 10년이 넘게 부부로 살았지만 모든 수입을 인도남 씨 혼자서 관리하고 재산상태에 관해서는 일체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차도녀 씨는 아무 것도 모른 채 각서를 쓰면 이혼을 해준다기에 그러한 각서를 써주었습니다. 각서를 작성한 후, 두 사람은 협의이혼절차를 마쳤습니다. 그런데 보름 뒤, 차도녀 씨는 변호사를 통해 수 천만 원 이상의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인도남 씨에게 화를 내며 재산분할을 요구했지만, 인도남 씨는 각서에 따라서 포기한 것 아니냐며 거절하였습니다. 누구의 주장이 맞을까요?

• 주장 1

  차도녀 씨: 당신이 나한테 끝까지 이럴 줄은 몰랐어. 어쩌면 이래. 비록 헤어졌지만 함께 살아온 세월이 십 년이 넘는데 감쪽같이 날 속여? 이건 무효야. 나도 재산형성에 기여한 바가 있어. 지금이라도 순순히 내 몫은 줘.

• 주장 2

  인도남 씨: 지금 무슨 소리하는 거야. 당신 스스로 포기했잖아. 각서 쓴 거 잊었어? 내가 강제로 쓰게 했어? 합의해서 쓴 거잖아. 다 끝난 마당에 왜 이래. 어디 마음대로 해봐. 이 각서가 있는 한, 난 당신에게 한 푼도 안줘도 돼.

「민법」 제839조의2에 규정된 ‘재산분할제도’는 부부가 함께 이룩한 공동재산의 청산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이 제도에 따른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때 비로소 발생하고, 협의 또는 심판 등이 나와서 구체적인 내용이 형성되기 전까지는 범위와 내용이 불명확하고 불확정한 상태이므로 구체적인 권리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이렇게 구체화되지 않은 ‘추상적인 권리’는 사전포기가 허용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혼인이 해소되기 전에 미리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은 ‘추상적 권리의 사전포기’가 되므로, 그 성질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합니다(대법원 2003. 3. 25. 선고 2002므1787 판결). 대법원은 “협의이혼에 합의하는 과정에서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서면을 작성하였다고 하더라도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재산액이나 쌍방의 기여도, 분할방법 등에 관하여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고,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는 ‘재산분할협의로서의 포기약정’이 아니라 성질상 허용되지 아니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에 불과하다.”고 결정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6. 1. 25.자 2015스451 결정). 따라서 위의 사안에서 인도남 씨는 이혼을 절박하게 원하는 차도녀 씨에게 이혼의 대가로 재산을 포기하게 하는 등 차도녀 씨와 인도남 씨 사이에 공동재산을 파악하고 나누는 것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는 사정이 보이지 아니하므로 '이혼 전 재산분할포기각서'는 무효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