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국지의 명장 제갈량이 유비에게 건넨 ‘세 개의 주머니’ 이야기는 위기에 처했을 때 어떤 순서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귀띔해주죠. 급할 때 하나씩 차근차근 열어야 한다는 교훈 말이에요. 그런데 최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서 이 ‘주머니들’을 손에 쥐고도 하나도 제대로 열지 않았다는 점이 너무나 아쉬워요.
개인정보 대규모 유출은 기업 신뢰를 단숨에 무너뜨릴 수 있는 엄청난 사건이에요. 그래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진실을 숨기지 않고 투명하게 공개하며 이용자들이 취해야 할 조치를 명확히 안내하는 일이었어요. 하지만 쿠팡은 이런 기본 마지노선을 지키지 못하고 느리고 모호한 메시지로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들었죠.
위기 상황에서 얼마나 빠르게 책임자가 나서서 진솔하게 사과하는지는 국민과 소비자 마음을 달래는 핵심시점이에요. 그런데 쿠팡은 방어적 태도를 고수하다 결국 한국 대표를 경질하는 쇼킹한 선택을 했고 국회 청문회 시 김범석 의장이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으며 책임 회피 의심만 키웠어요. 이런 모습에 국민이 느낀 배신감은 말로 다 하기 어려웠죠.
마지막 주머니는 피해자 보상과 입증된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행동이에요. 쿠팡은 정부와 충분히 조율하지 않고 개인정보 유출 혐의자를 발표하는 무리수를 뒀고 인색한 보상안 제시로 이용자 분노가 더욱 극대화됐어요.
결국 이 사태는 불가항력적인 재난이 아니에요. 예견하지 못한 위기였어도 준비된 대응은 있었어야 한다는 말이죠. 빠르고 투명한 소통, 책임 있는 자세, 그리고 실질적 보상과 후속 조치. 너무나 기본적인 이 3단계만 잘 채웠어도 지금처럼 국민의 분노와 불신 속에 허우적거릴 일은 없었을 거예요.
모두가 기업에 바라는 건 너무 많은 게 아니에요. 조금만 성의 있게 ‘세 주머니’를 열 줄 아는 현명함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