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전씨는 여느 때처럼 가상지갑을 열어 봤다 깜짝 놀랐습니다. 출처를 알지 못하는 199.999비트코인(우리 돈으로 15억 상당)이 동전씨의 가상지갑에 들어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욕심이 난 동전씨는 자신 명의의 다른 가상지갑 2곳에 비트코인을 나누어 송금하고, 일부는 현금으로 환전한 후 개인용도로 이용했습니다. 며칠 후 가상화폐거래소에 비트코인의 진짜 주인인 그리스씨의 신고가 접수되었고, 거래소는 즉시 동전씨에게 그리스씨의 비트코인 반환을 요구했지만 동전씨는 이를 거부하였습니다. 이 경우, 잘못 이체된 타인의 비트코인을 돌려주지 않고 자신의 계정으로 이체한 후 개인용도로 이용한 김동전씨는 배임죄로 처벌받게 될까요? * 참조조문: 「형법」 제355조 (배임) ②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주장 1
김동전씨: 어느 날 갑자기 제 계좌에 들어온 비트코인이 누구의 비트코인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어떻게 주인을 찾아 반환할 수 있겠어요, 제 계좌에 들어온 거니 어떻게 사용하든 제 마음이죠. 그리고 비트코인이 법정화폐도 아니고 형법규정을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처벌 규정도 명확하지 않으면서 저를 처벌하려고 하는 건 ‘죄형법정주의 위반’ 아닌가요?
- 주장 2
검사: 비트코인도 재산상 이익이니 별다른 이유 없이 타인 소유의 비트코인을 이체받아 보관하게 됐다면 그것은 부당이득으로서 반환해야 하며,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그리스씨에게 반환할 때까지 그의 재산을 ‘보호하고 관리할 의무(신임관계)’를 부담하게 됩니다. 그런데 김동전씨 임의로 비트코인 일부를 처분함과 동시에 반환요구도 거부하였으므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그 보호 및 관리를 하지 않았으므로 배임죄로 처벌받아야 합니다.
정답 및 해설
김동전씨: 어느 날 갑자기 제 계좌에 들어온 비트코인이 누구의 비트코인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어떻게 주인을 찾아 반환할 수 있겠어요, 제 계좌에 들어온 거니 어떻게 사용하든 제 마음이죠. 그리고 비트코인이 법정화폐도 아니고 형법규정을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처벌 규정도 명확하지 않으면서 저를 처벌하려고 하는 건 ‘죄형법정주의 위반’ 아닌가요?
위 사례는 원인불명으로 재산상 이익인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자가 가상자산을 사용·처분한 경우 이를 형사처벌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 착오송금 시 횡령죄 성립을 긍정한 판례(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891 판결 등 참조)를 유추하여 ① 신의칙을 근거로 가상자산을 무단사용한 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그리고 ② 현재 관련 법률에서 규제하고 있지 않은 가상자산에 대하여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취급·보호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문제되는 사안입니다, 이와 유사한 사례에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21. 12. 16 선고 2020도9789 판결). (1) 가상자산 권리자의 착오나 가상자산 운영 시스템의 오류 등으로 법률상 원인관계 없이 다른 사람의 가상자산 전자지갑에 가상자산이 이체된 경우,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자는 가상자산의 권리자 등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당사자 사이의 민사상 채무에 지나지 않고 이러한 사정만으로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사람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가상자산을 보존하거나 관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또한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는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고 피고인은 어떠한 경위로 이 사건 비트코인을 이체받은 것인지 불분명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 주체가 피해자인지 아니면 거래소인지 명확하지 않아, 설령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직접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사람을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2) 가상자산은 국가에 의해 통제받지 않고 블록체인 등 암호화된 분산원장에 의하여 부여된 경제적인 가치가 디지털로 표상된 정보로서 재산상 이익에 해당합니다(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1도9855 판결 참조). 가상자산은 보관되었던 전자지갑의 주소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 그 주소를 사용하는 사람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고, 거래 내역이 분산 기록되어 있어 다른 계좌로 보낼 때 당사자 이외의 다른 사람이 참여해야 하는 등 일반적인 자산과는 구별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관련 법률에 따라 법정화폐에 준하는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등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취급되고 있지 않고 그 거래에 위험이 수반되므로, 형법을 적용하면서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보호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3) 원인불명으로 재산상 이익인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자가 가상자산을 사용·처분한 경우 이를 형사처벌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 착오송금 시 횡령죄 성립을 긍정한 판례(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891 판결 등 참조)를 유추하여 신의칙을 근거로 피고인을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합니다. 따라서 법률상 원인관계 없이 피해자로부터 피고인 명의의 전자지갑으로 이체되었더라도 피고인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피해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피고인을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이 사례에서도 김동전씨가 그리스씨에게 직접 부당이득 반환 의무를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김동전씨가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김동전씨와 그리스씨 사이에 신임관계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이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취급되지 않고 있고 거래에는 위험이 수반되는데 여기에 형법을 적용하여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보호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김동전씨를 배임죄로 처벌하지 않는 것은 타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가상자산과 관련된 사건들이 증가함에 따라, 정부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와 시장 안정화를 위한 입법 방향을 정하고 법안 개정에 착수하였습니다. 이러한 법안 개정을 통해 가상자산과 관련한 사건들의 구제 등도 보다 용이해지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