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하남시 감일동, 4만 명이 사는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 500kV 초고압 변환소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다름 아닌 동서울변전소 증설사업의 일환인데요. 평택 고덕에 이어 전국 두 번째로 이뤄지는 500kV 변환소지만, 문제는 하남 지역엔 대규모 주거지가 이미 조성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주민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건 바로 소음과 전자파입니다. 현장 인근 아파트에서 측정된 소음은 기준치를 훌쩍 넘었고, 저주파 진동에 밤에도 창문 열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합니다. 전자파는 공식 기준치 아래라곤 하지만 일부 측정 지점에서는 유럽 기준의 경계값을 초과하는 곳도 발견됐습니다. 특히 어린이집과 학교가 근처에 몰려 있어 생존권과 건강권 침해 우려가 큽니다.
이 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절차적 정당성 결여입니다. 한전과 하남시는 지난해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업무협약을 맺고 변환소 설치 계획을 은밀히 추진했습니다. 주민설명회도 우호적인 사람들만 만나 진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깜깜이’ 밀실 행정 논란이 불붙었습니다. 이에 따라 주민 80% 이상이 공사에 반대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공공기반시설 설치 시 ‘전원개발촉진법’과 관련 규정을 준수합니다. 기존 변전소 부지를 활용하는 경우 별도의 공청회나 입지 선정위원회를 의무화하지는 않습니다. 최근 전력망특별법 시행으로 지자체가 인허가를 60일 내 회신하지 않으면 자동 허가로 간주되어 사실상 속전속결입니다.
하지만 주민 권리 보호 측면에서는 이게 문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 국민은 사업 결정 과정에 참여할 권리가 있고 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 등 절차가 투명해야 하는데 이번 사례는 소통 부족과 정보 은폐로 국민 기본권 침해 우려가 큽니다.
이 이슈는 행정 절차의 적법성과 주민 권리 보호를 두고 치열한 법적 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주민들은 개발 행위 및 환경 피해에 대해 행정절차법과 환경영향평가법 위반 등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고, 정부는 국책사업 명분과 절차 준수를 주장할 것입니다.
또한 감일동 사건처럼 주민들이 집단 반대와 시위 등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면, 공무집행방해나 집회 및 시위 관련 법률 위반 등의 형사법적 문제도 따질 수 있습니다.
전력 공급 문제는 국가 차원에서 꼭 필요한 과정이지만, 인프라가 주민 생존권과 직결될 때 적절한 균형과 충분한 소통이 필요합니다. 기술, 정책, 법, 사회가 공존하는 이 문제의 핵심은 법적 절차뿐 아니라 주민 인권과 환경 안전까지 보호하는 설계임을 이 하남 사례가 보여줍니다.
앞으로 전력망 확충이 불가피하다면 사전 공론장 마련, 민원 해결 절차 강화, 투명한 정보 공개, 주민 의견 수렴 절차가 법적으로 체계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제2의 밀양’ 혹은 ‘깜깜이 행정’ 대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