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 8월까지 국내 금융업계에서 임직원이 타인 명의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금융투자상품을 거래하는 사례가 총 56건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 중 금융투자업권에 속하는 증권사에서의 적발이 55건으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며, 거래 건수는 3750건에 달합니다. 적발된 계좌를 통한 최대 투자 원금은 약 68억 원으로 규모도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삼성증권에서 22명의 임직원이 1071건의 차명계좌 거래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적발 사례 1위에 올랐습니다. 이어 메리츠증권과 하나증권도 다수의 임직원이 관여한 차명계좌 거래를 보고했습니다. 은행권에서는 단 한 건, 경남은행 직원의 사례만이 적발되었으며, 이 역시 4100만 원 규모의 거래가 이루어졌습니다.
문제는 법적으로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타인 명의의 금융투자상품 거래가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해당하는 중범죄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 차례도 형사 고발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검토 결과 1건의 면직과 14건의 정직 외에는 대다수가 주의나 견책 등 경미한 징계에 그쳐 제재의 실효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됩니다. 최고 과태료도 2500만 원 수준에 불과해 근본적인 경각심 유발에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차명계좌 거래는 금융질서를 훼손하고 조세 정의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 내부 통제 및 징계 체계가 자율규제로 머무르면서 실질적 처벌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의 행정제재 권한 역시 한계가 뚜렷하여, 불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강력한 법적 대응과 연계가 미흡한 상황입니다.
이번 적발 사례는 금융투자업계 임직원의 윤리의식 문제뿐 아니라 관련 법령의 집행과 금융감독 시스템 전반의 허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금융당국과 관련 기관은 타인 명의 차명계좌 이용 행위를 더 엄격히 점검하고, 형사고발을 포함한 강력한 법적 조치 강화, 임직원에 대한 징계 기준 상향 조정, 그리고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종합적으로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향후 금융 시장의 투명성과 신뢰 회복에 필수적인 과제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