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의약품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예요. 돈이 충분해도 필수 약이 품절이라면 소용없죠. 미국에선 제네릭 약값이 지난해보다 평균 6.9% 올랐고, 특히 환자들이 많이 복용하는 경구 고형제는 9.1% 넘게 뛰었어요. 게다가 유명한 주사제부터 ADHD 치료제까지 품절 사례가 심각합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전 세계 제약업계는 싼값에 효율적으로 약을 만들기 위해 원료 의약품의 대부분을 중국과 인도에 의존해왔거든요. 유럽에서는 항생제 원료의약품(API)의 80% 이상이 아시아에서 만들어지고, 그중에서도 중국산이 유럽산보다 무려 40%나 저렴했답니다. 덕분에 경제적으론 합리적 선택이었지만, 코로나19와 미중 갈등이 터지면서 공급망에 큰 충격이 왔죠.
급기야 미국은 수입 의약품에 100% 관세를 매긴다고 발표했는데요. 이 관세가 현실화되면 연간 약값이 최대 2000억 달러 넘게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반면 유럽은 '전략적 자율성'을 위해 자체 생산을 가속화하고 품질뿐 아니라 공급망 안정성도 평가 기준에 넣는 법안을 추진 중이에요.
근본 문제는 '중국 탈출'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약 하나가 생산되기까지 필수적인 원료와 중간 물질의 대부분을 중국 기업이 거의 독점하고 있어요. 심지어 미국이나 유럽이 공장을 세워도 원자재를 중국에서 수입해야 한다니, 진짜 '업스트림의 덫' 맞아요.
예전에는 Just-in-Time 전략으로 재고를 최소화하며 비용을 아꼈지만, 지금은 언제 끊길지 모르는 공급망 때문에 재고를 쌓아 두는 Just-in-Case 전략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보관비와 운전자본 부담이 늘어나서 기업에게 또 다른 골칫거리예요.
미국과 유럽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흐름 속에서 한국의 위탁생산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제약사와 13억 달러 계약을 체결하는 등 성과가 나오고 있어요. 하지만 정작 제약산업의 근간인 원료의약품은 여전히 중국과 인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건 아쉬운 부분이죠.
꼭 알아야 할 건 **“돈이 있다고 무조건 약을 살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라는 점이에요. 글로벌 경제 판도와 지정학적 긴장이 약국 진열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니까요. 다음에 병원 약국 갈 땐 한번쯤 이 이야기를 떠올려 보세요. 약 한 알 뒤에는 생각보다 복잡한 국제 정세가 숨어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