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 행정 · 노동
주식회사 C는 대한민국 국군 재정관리단과 군부대에 식기세척기를 설치하고 임대하는 용역 계약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C는 계약에 명시된 규격과 수량에 맞지 않는 식기세척기를 설치하였고, 이에 국군 재정관리단은 계약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C는 군부대 담당자와의 합의로 계약 내용이 변경되었다고 주장하며 계약 해지의 무효 확인과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C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습니다.
주식회사 C는 대한민국 국군재정관리단과 군부대에 식기세척기를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대형 16대, 중형 3대를 설치하기로 했으나 실제로는 대형 19대, 중형 13대를 설치했습니다. 또한 설치된 식기세척기는 계약서에 첨부된 사양서의 규격, 처리 방식, 건조 기능, 비상정지 버튼 유무, 식판 외 그릇류 세척 가능 여부 등 여러 면에서 미달하거나 다른 제품이었습니다. C는 군부대 관계자에게 '설치 요청 확인서'를 받았고, 이후 추가적인 계약 수량 및 사양 변경에 대한 '동의서'를 군부대 관계자로부터 받아 2차 수정계약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국군재정관리단은 이를 승인하지 않았고, 계약과 다른 식기세척기 설치를 이유로 C에게 시정을 요구하다가 결국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C는 계약 해지가 무효이며, 계약 변경이 합의되었는데도 국군재정관리단이 정당한 이유 없이 2차 수정계약 체결을 거부하여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계약 내용과 다른 식기세척기 설치가 계약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 군부대 관계자와의 협의가 계약 변경의 효력을 가지는지 여부, 그리고 계약 체결 거부가 신의성실 원칙에 위배되는 부당한 행위로서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 주식회사 C의 주위적 청구(계약해지 무효 확인)와 예비적 청구(손해배상금 275,707,910원 및 지연손해금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에 따라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계약서 및 사양서에 명시된 식기세척기의 수량, 규격, 처리 방식, 기능(건조 기능, 비상정지 버튼, 그릇류 세척 가능 여부) 등을 준수하지 않아 계약상 채무를 불이행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군부대 관계자와의 '설치 요청 확인서'나 '동의서'만으로는 정식 계약 당사자인 국군재정관리단과 원고 사이에 서면으로 체결해야 하는 국가계약의 수정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으며, 국군재정관리단이 계약 교섭 단계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에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이 적용됩니다. 특히 국가계약법 제11조 제1항과 제2항은 국가와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의 목적, 금액, 이행 기간 등 필요한 사항을 명확히 기재한 계약서를 작성하고, 담당 공무원과 계약 상대방이 기명·날인 또는 서명함으로써 계약이 확정된다고 규정합니다. 이는 국가와의 계약은 법령에 따른 서면 요건과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유효하다는 의미입니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원고가 군부대 관계자로부터 받은 '설치 요청 확인서'나 '동의서'만으로는 정식 계약 당사자인 국군재정관리단과 원고 사이에 국가계약법이 정한 요건과 절차를 거친 계약 변경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국가와의 계약에서는 비정식적인 합의가 법적 효력을 가지기 어렵다는 중요한 원칙을 보여줍니다. 또한, 계약자유의 원칙과 신의성실의 원칙이 언급되었는데, 법원은 비록 계약 교섭 단계에서 부당하게 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행위가 신의성실 원칙 위반으로 불법행위가 될 수 있지만, 이 사건의 경우 피고가 원고에게 계약 체결에 대한 정당한 신뢰를 부여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국가나 공공기관과의 계약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엄격한 절차와 서면 요건을 따릅니다. 따라서 계약 당사자가 아닌 현장 실무자와의 구두 합의나 비정식 서류만으로는 계약 내용이 변경되었다고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계약 내용을 변경하고자 할 때는 반드시 정식 계약 당사자와 서면으로, 관련 법령에 따른 절차를 거쳐 수정 계약을 체결해야 합니다. 또한, 계약서와 사양서에 명시된 제품의 수량, 규격, 성능, 기능 등을 정확히 확인하고 준수하여 납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행 전에 계약 내용과 다른 제품을 납품할 가능성이 있다면, 반드시 사전에 정식 절차를 통해 계약 변경을 협의하고 서면으로 확정해야 불이익을 막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