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기 · 인사 · 증권
이 사건은 의약품 도매상 대표 A가 여러 병원(S병원, X병원 등)에 의약품 납품을 위해 거액의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부도수표 발행, 의료법인 명의 유가증권 위조 및 행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병원 관계자들(B, C, D, E, F, G)은 A로부터 리베이트를 수수하여 약사법 위반, 의료법 위반,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항소심에서 법원은 리베이트가 '의료기관'에 귀속된 경우 구 약사법 및 구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기존 판례를 재확인하였고, 파산선고 후 지급 제시된 수표의 경우 부정수표단속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일부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병원 대표이사들이 개인적인 용도로 리베이트를 사용한 부분에 대해서는 배임수재 혐의를 인정하여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의약품 도매상 대표인 피고인 A는 자신의 회사 (주)I의 의약품을 S병원과 X병원 등에 납품하기 위해, 각 병원의 실질적인 운영자 및 관계자들에게 의약품 판매가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거액의 리베이트를 약속하고 실제 지급했습니다. S병원 관계자인 피고인 B, C, D은 2010년 5월경부터 A로부터 총 3억 9천만 원의 리베이트를 선급금 명목으로 받았으며, 이 중 상당 부분은 S병원의 어음 결제, 급여 지급, 공과금 납부 등 병원 운영자금으로 사용되었습니다. 피고인 B은 이와 별도로 2억 원의 수표를 리베이트로 받아 자신이 운영하는 건축회사의 어음 결제에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X병원 관계자인 피고인 F, G은 2013년 1월경부터 A로부터 총 2억 원의 리베이트를 선급금 명목으로 받았으며, 이 중 일부는 X병원의 직원 급여 등 운영자금으로, 나머지는 피고인 F이 운영하는 다른 회사의 유류대금이나 운영자금 등으로 개인적인 용도에 사용되었습니다. S병원 약제과장 E는 A로부터 의약품 재고 현황을 알려주고 의사들에게 특정 약품 처방을 유도해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총 2,818만 원의 리베이트를 수수했습니다. 한편, 피고인 A는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예금 부족이나 거래정지 처분을 이유로 지급되지 않은 당좌수표 37장을 발행했으며, 의료법인 N 명의의 당좌수표 4장과 약속어음 11장을 위조하여 약품대금 담보 명목으로 거래처에 건네주는 방식으로 행사했습니다.
의약품 도매상 대표 A의 부정수표단속법 위반, 유가증권 위조 및 행사, 배임증재, 약사법 위반 혐의에 대한 유무죄 및 양형의 적정성 여부가 다루어졌습니다. 또한 병원 관계자들이 의약품 도매상으로부터 받은 리베이트가 '의료인 등 개인'에게 귀속되었는지 또는 '의료기관 법인'에게 귀속되었는지에 따른 구 의료법 및 구 약사법 위반의 성립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었습니다. 병원 대표이사들이 의료법인 재단과의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을 취득한 배임수재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와 파산선고 후에 지급제시된 수표에 대해 부정수표단속법 위반이 성립하는지 여부도 쟁점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피고인들 모두에 대한 원심의 형량이 너무 가볍거나 무거워 부당한지 여부도 판단되었습니다.
피고인 A(의약품 도매상 대표)는 징역 2년 6월, 벌금 1억 원에 처하며, 징역형에 대해서는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4년간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습니다.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동안 노역장에 유치됩니다. 파산선고 후 부도수표에 대한 부정수표단속법 위반 및 의료기관에 귀속된 리베이트에 대한 구 약사법 위반 일부는 무죄가 선고되었으며, 유가증권 위조, 위조유가증권 행사, 배임증재, 약사법 위반(일부) 등은 유죄로 확정되었습니다.
피고인 B(S병원 개설자)는 징역 1년 6월에 처하며,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3년간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습니다. 리베이트가 병원 운영자금으로 사용된 부분에 대한 구 의료법 위반은 무죄가 선고되었고, 개인적인 차용금 변제 등에 사용한 리베이트에 대한 배임수재는 유죄가 선고되었습니다.
피고인 F(X병원 운영자)는 징역 1년 6월에 처하며,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3년간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습니다. 또한 121,947,000원을 추징했습니다. 리베이트가 병원 운영자금으로 사용된 부분에 대한 구 의료법 위반은 일부 무죄가 선고되었고, 개인적인 회사 운영 자금 등에 사용한 리베이트에 대한 배임수재는 유죄가 선고되었습니다.
피고인 G(X병원 관리이사)는 징역 6월에 처하며,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간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리베이트가 병원 운영자금으로 사용된 부분에 대한 구 의료법 위반은 일부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피고인 C, D(S병원 관계자)는 각 구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피고인 E(S병원 약제과장)에 대해서는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여 원심판결(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 28,180,000원 추징)이 유지되었습니다.
법원은 항소심에서 구 의료법 및 구 약사법이 2015년 12월 29일 개정되기 전의 규정은 '의료인' 등 개인이 경제적 이익을 받은 경우만을 처벌하며 '의료기관'이 받은 경우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의 태도를 따랐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인들에게 제공된 리베이트 중 '의료기관'의 운영자금으로 귀속된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의료법인 대표이사인 피고인 B과 F이 개인적인 용도로 리베이트를 사용한 부분에 대해서는 의료법인과의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배임수재죄가 성립한다고 보아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또한 파산선고 후에 지급제시된 수표는 채권의 개별 행사가 금지되므로 부정수표단속법 위반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E에 대한 양형은 원심의 판단이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보아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구 의료법 제88조의2 및 제23조의2 제1항 (2015. 12. 29. 법률 제1365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의료인, 의료기관 개설자 또는 종사자가 의약품 채택·처방유도 등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하는 금전 등 경제적 이익을 받는 것을 금지하고 위반 시 처벌합니다. 법원은 이 규정이 '의료기관' 법인 자체가 경제적 이익을 받은 경우에는 적용하기 어렵다고 해석했습니다.
구 약사법 제94조의2 및 제47조 제2항 (2015. 12. 29. 법률 제1365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의약품 도매상이 의약품 채택·처방유도 등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의료기관 개설자 등에게 금전 등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위반 시 처벌합니다. 의료법과 마찬가지로 개정 전에는 '의료기관' 법인에 귀속된 경제적 이익에 대해서는 처벌 조항이 없었다는 점이 중요하게 작용했습니다. (참고: 현행 약사법은 '약국 또는 의료기관이 경제적 이익 등을 취득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이 추가되어 의료기관 자체에 대한 리베이트도 처벌 가능합니다).
형법 제357조 제1항 (배임수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취득하게 한 때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본 판결에서는 의료법인의 대표이사가 법인의 운영과 관련된 리베이트를 수수하면서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경우, 의료법인과의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여 배임수재죄의 주체가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형법 제357조 제2항 (배임증재): 배임수재죄를 범한 자에게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공여한 자에게 적용되는 범죄입니다.
부정수표단속법 제2조 제2항: 수표를 발행하거나 작성한 자가 지급제시기간 내에 수표가 예금부족, 거래정지처분 등으로 지급되지 아니하게 한 경우 처벌하는 규정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파산선고가 이루어진 후에는 파산채권의 개별 행사가 금지되므로, 파산선고 후에 지급제시된 수표의 지급 거절에 대해서는 이 법률을 적용하여 처벌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형법 제214조 제1항 (유가증권위조): 행사할 목적으로 유가증권을 위조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입니다. 약속어음이나 당좌수표 등을 허위로 작성하는 행위가 이에 해당합니다.
형법 제217조 (위조유가증권행사): 위조된 유가증권을 행사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입니다. 위조된 수표나 어음을 마치 진짜인 것처럼 사용하는 행위가 이에 해당합니다.
형법 제30조 (공동정범):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리베이트를 수수하거나 제공한 경우에 적용되었습니다.
형법 제40조 (상상적 경합): 1개의 행위가 여러 죄에 해당하는 경우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합니다.
형법 제37조 (경합범): 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한 수개의 죄 또는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된 죄와 그 판결 확정 전에 범한 죄를 경합범으로 보아 가중 처벌합니다.
리베이트 수수 주체 명확화의 중요성: 구 의료법과 구 약사법(2015년 12월 29일 개정 전) 하에서는 리베이트를 '의료인, 의료기관 개설자, 종사자 등 개인'이 받았다면 처벌 대상이 되지만, '의료기관 법인' 자체에 귀속된 것으로 판단되면 처벌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리베이트를 받은 주체가 법인인지 개인인지에 대한 명확한 증명이 중요합니다.
개인의 사적 이득 목적 리베이트는 엄벌: 병원 운영의 최종 의사결정권자 등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 사람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리베이트를 개인적인 이득을 위해 취득했다면 배임수재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병원 운영의 어려움을 명목으로 한 리베이트라도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면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파산 절차와 수표 부도의 관계 이해: 회사가 파산선고를 받으면 해당 회사가 발행한 수표는 비록 예금 부족 등으로 지급 거절되었다 하더라도 부정수표단속법 위반으로 처벌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파산 절차는 채권의 개별 행사를 제한하기 때문입니다.
유가증권 위조 및 행사 시 심각한 처벌: 의료법인 등 타인 명의의 수표나 어음을 위조하여 사용하는 행위는 유가증권 위조 및 행사죄로 강력히 처벌됩니다. 이는 금융 거래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입니다.
리베이트 근절의 사회적 중요성: 의료기관 리베이트는 약값 상승으로 이어져 환자와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의약품의 품질이나 효능보다는 이익을 기준으로 선정되는 결과를 초래하여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리베이트 관련 범죄는 법적 처벌과 더불어 사회적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