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도/살인 · 노동
인천 부평구에 본점을 둔 E 유한회사가 H 사업장에 22톤 절곡기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안전조치 불이행 및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중대한 인명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E 유한회사의 대표 A와 현장 안전보건책임자 D, 그리고 절곡기 설치를 하도급받은 F 주식회사의 사내이사 B, 현장 도비작업자 C의 과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작업자 L과 M 두 명이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법원은 이들에게 징역형, 금고형, 벌금형을 선고하고, 일부 피고인에 대해서는 집행유예와 사회봉사를 명령했습니다.
2019년 12월 12일 오후 3시 10분경, 청주시 서원구에 위치한 H 사업장에서 22톤 상당의 LVD CNC 절곡기 측판을 설치하는 작업 중에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이동식 크레인으로 절곡기 측판을 들어 올려 두 개의 수평블록 위에 세워 놓은 상태였는데, 측판이 수평블록에 편향되게 설치되어 중국인 기술자가 E 유한회사 소속 현장 안전보건책임자 D에게 수평블록 위치 조정을 요청했습니다. D이 반대편 수평블록 설치 위치를 점검하는 동안, F 주식회사 소속 도비작업자 C가 현장 책임자인 B나 D에게 보고 없이, 그리고 측판 앞뒤에 작업자들이 있는 상황에서 이동식 크레인의 체인을 임의로 제거했습니다. 체인 제거 약 30초 후, 측판이 균형을 잃고 쓰러지면서 작업자 L이 측판에 깔려 사망하고, 작업자 M은 쓰러지는 측판에 충돌하여 튕겨져 나간 후 사망했습니다. 이외에도 E 유한회사의 대표 A는 2020년 1월 7일 지게차 작업 시 작업계획서 미작성 및 1.4m 높이 단부에 추락방호조치를 하지 않은 채 작업을 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실도 있었습니다.
22톤에 달하는 대형 절곡기 설치 작업 중 발생한 인명 사고에 대해 원청 사업주 및 그 소속 책임자들의 안전 관리·감독 책임 범위, 하도급 사업주 및 그 소속 책임자들의 직접적인 안전조치 의무 위반 여부, 그리고 실제 작업을 수행한 현장 근로자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여부가 주된 쟁점이었습니다. 특히 작업계획서 미작성, 사전조사 및 안전대책 미흡, 작업지휘자 미지정, 안전교육 미실시 등의 과실이 중점적으로 다뤄졌습니다.
피고인 A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을, 피고인 B에게는 징역 6개월을, 피고인 C에게는 금고 10개월을, 피고인 D에게는 금고 10개월을 선고했습니다. 또한 피고인 E 유한회사에는 벌금 2천만원을, 피고인 F 주식회사에는 벌금 6백만원을 선고했습니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피고인 A, C, D에 대해서는 각 3년간, 피고인 B에 대해서는 1년간 각 형의 집행을 유예했습니다. 피고인 A에게는 400시간의, 피고인 C, D에게는 200시간의 사회봉사를 각 명령했으며, 피고인 E 유한회사와 F 주식회사에게는 각 벌금에 상당하는 금액의 가납을 명령했습니다.
법원은 원청 사업주인 E 유한회사 측의 A와 D가 절곡기 설치 공사 전반의 관리·감독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조치를 소홀히 하고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이들이 하도급 업체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며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지적했습니다. 하도급 사업주인 F 주식회사 측의 B는 현장에서 위험한 공사를 직접 지휘하며 중대한 주의의무 위반을 저질렀으나,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점이 고려되었습니다. 도비작업자 C는 현장 책임자에게 보고 없이 임의로 체인을 제거하여 직접적인 사망의 원인을 제공했음에도 책임을 부인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단순 노무직으로서 비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작고 과거 벌금형 외에는 오랜 기간 범죄 전력이 없다는 점이 참작되어 집행유예가 선고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은 안전 불감증과 여러 단계에 걸친 관리 소홀이 중대한 인명 피해로 이어졌음을 인정하고 각 피고인의 책임 정도에 따라 형을 정한 판결입니다.
이번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그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형법 제268조 (업무상과실치사상): 업무상 과실로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 A, B, C, D는 각자의 업무상 지위에서 안전조치 불이행과 주의의무 위반으로 피해자 L과 M을 사망에 이르게 했으므로, 이 조항에 따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되었습니다.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안전조치): 사업주는 굴착, 채석, 하역, 벌목, 운송, 조작, 운반, 해체, 중량물 취급 등 위험한 작업을 할 때 불량한 작업방법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제품, 자재, 부재 등이 넘어지지 않도록 지탱하는 등의 조치, 중량물 취급 시 사전 조사 및 결과 기록·보존, 안전대책 마련, 작업계획서 작성 및 그에 따른 작업 실시, 작업지휘자 지정, 신호 방법 설정, 작업자 교육 등이 포함됩니다. 피고인 B과 F 주식회사는 절곡기 설치 과정에서 이러한 안전조치를 소홀히 하여 이 조항 위반으로 처벌받았습니다.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도급사업 시 산업재해 예방): 같은 장소에서 행해지는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의 경우, 원청 사업주(도급인)는 수급인(하도급업체)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토사 등의 붕괴, 추락 또는 낙하 위험이 있는 장소 등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이 조항에 따라 피고인 A와 D, E 유한회사는 원청 사업주로서 하도급 업체 근로자들의 안전을 관리·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었으나 이를 다하지 않아 책임을 지게 되었습니다.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66조의2, 제67조, 제68조, 제71조 (벌칙 조항 및 양벌규정): 이 조항들은 위에서 언급된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및 산업재해 예방 조치를 위반하여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지게차 작업 및 추락 방호 조치를 위반한 경우 그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71조는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의 업무를 담당하는 자가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행위를 한 경우,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법인에게도 해당 조항의 벌금형을 부과하는 양벌규정입니다. 이 사건에서 E 유한회사와 F 주식회사가 벌금형을 선고받은 근거가 바로 이 양벌규정입니다.
중량물을 취급하는 작업은 잠재적인 위험이 매우 높으므로 철저한 준비와 안전 수칙 준수가 필수적입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다음과 같은 점들을 반드시 기억하고 적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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