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산모가 유도분만을 위해 병원에 입원한 후, 담당 의사가 없는 상황에서 간호조무사가 사전 지시를 받아 양막을 인위적으로 파수하는 과정에서 신생아의 두피에 상처를 입혔고 이로 인해 영구적인 탈모가 발생하여 의료진에게 손해배상을 인정한 사건입니다.
원고 B는 분만 예정일이 지난 2016년 1월 2일 유도분만을 위해 피고 D이 운영하는 F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입원 당시 피고 D은 병원에 없었고, 간호조무사인 피고 E가 입원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피고 E는 같은 날 05시경 내진 검사 결과 분만 진행이 원활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피고 D의 사전 지시에 따라 원고 B의 양막을 손가락으로 인위적으로 파수하고 옥시토신을 투입했습니다. 이후 피고 D이 분만실에 들어와 분만을 시작하였고, 원고 B는 05시 54분경 원고 C을 출산했습니다. 그런데 원고 C은 출생 당시 정수리 부위에 '大'자 형태의 긁힌 상처가 있었고 머리카락이 없었습니다. 현재까지도 원고 C의 정수리 부위에는 당시 상처와 일치하는 위치와 형태의 외상성 반흔(흉터)이 남아있고 그 부위에는 머리카락이 자라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간호조무사 피고 E가 양막 파수 과정에서 태아 머리에 상처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 의무를 위반했고, 의사인 피고 D은 이러한 행위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피고들은 해당 상처가 급속 분만 또는 리트겐 수기 과정에서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합병증이며 양막 파수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간호조무사의 인공 양막 파수 시술 과정에서 발생한 신생아 두피 손상과 영구 탈모에 대해 의료 과실 및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 그리고 이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특히 의사가 현장에 입회하지 않은 상태에서 간호조무사가 시술을 시행한 것이 의료인의 주의 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신생아의 외모에 남은 흉터가 장래의 노동능력 상실을 인정할 만큼 현저한 추상장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은 피고들(의사 D과 간호조무사 E)이 공동하여 원고 A에게 8,000,000원, 원고 B에게 8,000,000원, 원고 C에게 63,401,128원(일실수입 38,667,968원, 향후치료비 9,733,160원, 위자료 15,000,000원) 및 각 금액에 대해 2016년 1월 2일부터 2019년 9월 18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이번 판결은 간호조무사가 의사의 부재 하에 독자적으로 판단하여 시술을 진행한 것이 의료상 과실이며, 특히 태아의 머리에 상처를 입히지 않도록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점이 인정되어 손해배상 책임이 부과되었습니다. 또한, 신생아에게 남은 영구적인 두피 반흔과 탈모가 비록 신체 기능에 직접적인 장애를 주지 않더라도, 장래의 취업이나 직종 선택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현저한 추상장애로 인정하여 노동능력 상실률을 일부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는 의료기관이 분만 과정에서 의료진의 역할과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고, 환아에게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에 대해 더욱 철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함을 강조하는 판례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