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심한 알코올성 간경변증으로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받던 환자가 병원 복도에서 쓰러져 뇌출혈이 발생했습니다. 의료진은 응급처치 후 CT 검사를 시행했으나 바로 수술하지 않고 경과를 지켜보던 중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어 수술을 진행했지만 끝내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환자 유족들은 주치의가 낙상 방지에 대한 지도설명의무를 위반하고, 신경외과 과장이 뇌출혈 수술을 지연하여 환자가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환자의 기존 병력과 사고 당시의 임상적 상태, 그리고 의료진의 판단이 합리적인 범위 내에 있었다고 보아 의료 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유족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2017년 11월 12일 심한 복통과 복수를 동반한 알코올성 간경변증(Child-Pugh score 11점, C등급) 환자 G는 피고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11월 15일 20시 1분경 G는 병원 복도에서 쓰러져 약 1분간 경련을 일으켰고, 이후 의식을 회복했으나 뇌혈관 CT 검사 결과 지주막하 출혈 및 뇌내 출혈이 확인되었습니다. 의료진은 환자를 중환자실로 옮기고 경과를 관찰했습니다. 같은 날 22시 40분경 G는 갑자기 안절부절못하고 우측 편마비 증세를 보이며 상태가 악화되었고, 2차 CT 검사 결과 혈종 크기가 현저히 증가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신경외과 과장인 피고 F은 즉시 미세침습개두술(1차 수술)을 진행했고, 이후 재출혈 및 뇌부종 등으로 2차, 3차 수술까지 했으나 G는 12월 13일 혼수상태에서 사망했습니다. G의 유족들(원고들)은 병원 의료진의 의료 과실로 G가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환자 주치의가 간경변으로 인한 경련 및 낙상 위험에 대해 보호자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지도설명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와 신경외과 과장이 뇌출혈 발생 후 응급 수술을 지연하여 환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 의료 과실이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합니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합니다.
법원은 주치의에게 지도설명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병원 의료진이 망인의 보호자에게 낙상 방지 및 보호자 상주 필요성에 대해 교육한 사실이 인정되며, '이동 시 항상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까지 의사의 지도설명의무 대상에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신경외과 과장에게 수술 지연 과실이 있었다는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1차 CT 검사 결과 당장 수술이 필요할 정도의 혈종이나 부종이 확인되지 않았고, 환자의 글래스고우 혼수척도(GCS) 점수도 14점으로 보존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 간 사망률 차이가 유의미하지 않다는 의학적 견해를 고려했습니다. 무엇보다 환자가 Child-Pugh C 등급의 간경변증으로 혈액응고장애가 있었으므로 조기 수술 시 재출혈 위험이 매우 높아 수술의 이점이 크지 않았고, 이후 상태 악화에 따른 수술은 비교적 이른 시간 내에 시행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의료진의 진료상 과실이 없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전부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의료인의 '지도설명의무'와 '의료과실 판단 기준'이 주요 법리로 적용되었습니다.
의료법 제24조 및 의사의 주의의무: 의사는 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치료 행위를 넘어, 진료 목적 달성을 위해 환자나 보호자가 요양 방법이나 건강 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정보 제공 및 지도·설명하는 의무(지도설명의무)까지 포함됩니다. 특히, 수술 후 후유증 발생 가능성이나 악화 방지 대처 방법 등을 환자의 연령, 교육 정도, 심신 상태에 맞춰 설명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법원은 '이동 시 항상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부분은 의사의 의료행위나 후유 질환, 요양 방법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의사의 지도설명의무 대상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의료과실 판단 기준: 의사는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 수준, 자기의 지식 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방법을 선택하여 진료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진료 방법 선택에 관한 의사의 판단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특정한 진료 방법을 선택한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의료과실이 있다고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뇌출혈 수술 지연 여부를 판단할 때, 환자의 임상적 상태(GCS 점수), 뇌출혈량, 그리고 기존 질환(간경변으로 인한 혈액응고장애)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의료진의 판단이 당시 의학적 기준에 비추어 합리적인 범위 내에 있었다고 보아 의료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환자나 보호자는 환자의 현재 상태, 특히 간경변증과 같이 기저 질환이 심각한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이나 응급 상황에 대해 의료진으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병원은 낙상 방지, 보호자 상주 필요성 등 환자의 안전과 관련된 중요한 내용을 환자와 보호자에게 명확하게 교육하고, 이를 의료기록에 상세히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료진은 환자의 전신 상태, 특히 혈액응고장애와 같은 고위험 요소를 충분히 고려하여 치료 계획을 수립하고, 응급 상황 발생 시 다양한 의학적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최선의 치료 방향을 결정해야 합니다. 이때 즉각적인 수술만이 항상 최선의 방법은 아닐 수 있습니다. 환자의 의식 변화나 신경학적 이상 징후 발생 시에는 신속하게 추가 검사를 실시하여 상태 변화를 확인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