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폐색전증으로 사망한 환자 유가족의 손해배상 청구 불인정 사건

환자 P(83세)는 B병원에서 추간판탈출증 수술을 받은 후 심부정맥혈전증과 폐색전증이 발생하여 사망했습니다. 환자의 아들인 원고 A는 병원 의료진이 폐색전증을 조기에 진단하지 못하고 예방 및 치료 조치를 소홀히 한 과실로 어머니가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36,296,460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제1심은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의료행위의 전문성과 의료진의 진료 재량 범위 등을 고려하여 피고 의료진에게 의료상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과실이 있었다 하더라도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사망한 환자 P의 아들로, 어머니의 사망에 대한 의료진의 과실을 주장하며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람입니다.
• 피고 (B병원): 환자 P가 수술 및 입원 치료를 받은 병원으로, 의료진의 과실이 없음을 주장하며 원고의 청구를 다투었습니다.

분쟁 상황

환자 P는 2012년 9월 3일 B병원에서 좌측 요추 4-5번간 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받고, 다음날 척추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입원 치료 중 9월 14일 좌측 하지 부종이 관찰되었고, 다음 날 심부정맥혈전증이 확인되어 항응고제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9월 16일 어지럼증과 의식 저하가 발생하며 응급상황에 빠졌고, 중증 폐색전증이 확인된 후 두 차례의 심정지를 거쳐 9월 16일 23시 14분경 사망했습니다. 환자의 아들인 원고 A는 피고 병원 의료진이 입원 전부터 폐색전증을 의심할 만한 증상을 보였고 수술 후에도 발병이 예상되는 상황이었음에도 폐색전증을 조기에 진단하지 못했으며, 경과 관찰을 소홀히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P가 하지정맥류와 당뇨병을 앓고 있어 심부정맥혈전증 및 폐색전증 발병 위험이 높았음에도 수술 전 예방적 항응고제 처치를 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36,296,460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핵심 쟁점

환자 P의 척추 수술 후 발생한 폐색전증으로 인한 사망에 대해 병원 의료진에게 폐색전증의 예방, 진단 또는 치료 과정에서의 의료상 과실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과실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항소심 재판부는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또한 소송 총비용은 원고와 피고 각자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 의료진에게 의료상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과실이 있었다 하더라도 P의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론

항소심 재판부는 의료진의 진료 행위가 합리적인 재량 범위 내에 있었고 의료상 과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며, 사망과의 인과관계도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환자 유가족의 손해배상 청구를 최종적으로 기각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본 판결에서는 의료행위 관련 손해배상 사건에서 적용되는 주요 법리와 그 해석을 따르고 있습니다.

• 의료과실의 입증책임 완화 및 한계 (대법원 1995. 2. 10. 선고 93다52402 판결 등 참조):
  •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므로, 일반인인 환자 측에서 의사의 의료행위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는지 또는 그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밝혀내기가 매우 어렵다는 특수성이 인정됩니다.
  •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환자 측이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서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 과실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와 사이에 해당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사정을 증명한 경우에는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의사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책임이 완화될 수 있습니다.
  • 그러나 이러한 입증책임 완화는 의사에게 무과실의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하는 것은 아니며, 의료상 과실의 존재 자체는 여전히 환자 측에서 입증해야 합니다.
• 의료진의 진료 재량 범위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참조):
  • 의사는 진료를 행함에 있어 환자의 개별적인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신의 지식과 경험에 따라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집니다.
  • 의료진의 진료 선택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진료 결과를 놓고 특정 방법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이 과실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 본 사례에의 적용:
  • 재판부는 환자 P가 정맥혈전색전증의 중등도 위험군에 해당했지만, 척추 수술과 같은 신경외과 수술에서는 수술 중 또는 직후 출혈 위험이 높아 수술 전 혈전 예방을 위한 항응고제 처치를 일반적으로 하지 않는 점을 고려했습니다.
  • 수술 후에도 출혈 위험이 높은 상황에서는 항응고제보다는 고탄력 압박 스타킹 등 기구를 이용한 방법이 더 권장되는 상황이었으며, 폐색전증 예방을 위해 수술 전 항응고제를 반드시 투여해야 하는 상태는 아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 또한, 폐색전증은 증상이 경미하거나 무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어 미리 진단하기 어렵고 완전히 예방하기 어려운 질환이라는 점, 의료진이 심부정맥혈전증 확인 후 항응고제 투여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의료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 결론적으로, 의료진의 행위가 합리적인 진료 재량 범위 내에 있었고, 원고가 주장하는 의료상 과실과 P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참고 사항

의료사고 발생 시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 의료사고 입증의 어려움 이해: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므로, 일반인이 의사의 의료상 과실이나 그 과실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혀내기가 극히 어렵습니다. 따라서 환자 측은 일반인의 상식에 비춰볼 때 명백한 의료상 과실이 존재하며, 해당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손해 발생에 개입될 수 없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 의료진의 진료 재량 범위 인정: 의사는 환자의 상황, 당시의 의료수준, 자신의 지식과 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재량을 가집니다. 의료진이 선택한 진료방법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특정 진료 결과를 놓고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해서 반드시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 예방 조치의 한계성 인식: 폐색전증과 같이 완전히 예방하거나 회피하기 어려운 질환들이 존재합니다. 수술 후 혈전색전증 발생 위험도에 따라 다양한 예방 방법이 권고되지만, 환자의 출혈 위험 등 다른 의학적 상황과 수술 종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가장 적절한 예방 조치가 선택될 수 있습니다.
• 고령 환자의 합병증 위험성 고려: 고령 환자는 수술 후 다양한 합병증 발생 위험이 더 높을 수 있습니다. 질환 자체의 위험성뿐만 아니라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 증상의 비특이성: 하지 통증과 같은 일부 증상은 요추추간판탈출증 등 다양한 질환의 증상일 수 있어, 특정 증상만으로 심부정맥혈전증과 같은 특정 질환을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의료진은 여러 증상, 검사 결과, 환자의 병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진단 및 치료 계획을 수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