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강제추행 · 행정
D대학교 재학생인 원고는 MT에서 같은 학년 학생인 피해자를 성추행했다는 혐의로 대학으로부터 3주 유기정학 처분을 받았습니다. 원고는 피해자를 부축하는 과정에서의 신체 접촉일 뿐 성추행은 없었다고 주장하며 징계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대학이 징계 처분을 내리면서 성희롱·성폭력 행위의 구체적인 내용과 정도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징계 양정을 결정한 것은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았거나 소홀히 한 것이며, 이는 위법한 처분이라고 판단하여 원고의 정학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2022년 6월 10일, D대학교 체육교육과 학생들이 MT를 갔습니다. 다음날인 6월 11일 오전 6시에서 7시경, 원고 F와 피해자 E는 펜션 인근 도로에 함께 있었습니다. 피해자 E는 6월 15일 D대 인권센터에 F로부터 MT 중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했습니다. 피해자는 F가 자신의 브래지어 속으로 손을 넣어 왼쪽 가슴을 만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원고 F는 피해자를 부축하기 위해 양쪽 겨드랑이 사이에 팔을 넣었을 뿐, 성추행이나 성폭력은 없었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D대 인권센터 조사, 고충심의위원회, 학생생활지도위원회를 거쳐, 피고 D대학교 총장은 2023년 1월 17일 원고 F에게 성희롱·성폭력 행위를 이유로 3주 유기정학 처분을 내렸습니다. 원고 F는 이 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징계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대학의 징계 처분이 성희롱·성폭력 행위의 구체적인 내용과 정도를 명확히 파악하지 않은 채 이루어져 재량권의 불행사 또는 해태에 해당하는지, 나아가 비례원칙에 위반되는 과중한 처분인지 여부.
법원은 피고 D대학교 총장이 원고에게 한 3주 유기정학 처분을 취소하고 소송 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D대학교가 징계 처분을 내릴 때 원고의 성희롱·성폭력 행위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인지 (예: 피해자의 주장대로 옷 속에 손을 넣어 가슴을 만진 것인지, 원고의 주장대로 부축하는 과정에서의 신체 접촉이었는지) 명확히 판단하지 않았으며, 행위의 내용과 정도를 구체적으로 고려하여 징계 양정을 결정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이는 징계권자가 마땅히 고려해야 할 사항을 누락하여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았거나 소홀히 한 것(재량권의 불행사 또는 해태)에 해당하며,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보아 정학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나아가 만일 부축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가슴을 접촉한 것이라고 파악한 것이라 가정한다면 3주 정학 처분은 과도한 것이어서 역시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징계 처분은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지만, 징계권자가 재량권을 행사함에 있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 그 처분은 위법합니다 (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0다60890, 60906 판결 참조). 행정기관의 처분이 재량행위인 경우, 그 고려대상에 마땅히 포함시켜야 할 사항을 누락하는 등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거나 소홀히 한(재량권의 불행사 또는 해태) 구체적 사정이 있다면, 그 처분은 재량권 일탈·남용으로서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재량권의 불행사는 그 자체로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여 해당 처분을 취소해야 할 위법 사유가 됩니다 (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3두1560 판결, 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4두10691 판결, 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7두38874 판결 참조).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 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면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어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본 사안에서는 대학이 성희롱·성폭력 행위의 구체적 내용과 정도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징계를 결정한 것이 재량권 불행사 및 비례원칙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학교 징계 절차에서 징계 대상이 된 행위의 구체적인 내용과 정도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단순히 '신체적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불충분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주장이 엇갈릴 경우 징계 기관은 사실관계를 명확히 규명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어떤 주장을 사실로 인정했는지 명확히 제시해야 합니다. 징계 양정은 행위의 심각성, 고의성 여부, 피해 정도, 그리고 학교 내부 규정에 따라 합리적으로 결정되어야 하며, 과도하거나 불균형한 징계는 법적으로 다퉈볼 수 있습니다. 피징계자(징계받는 학생)는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소명하고, 징계 절차에서 충분한 방어권을 행사할 기회를 보장받아야 합니다. 대학의 징계 규정상 성희롱·성폭력 행위의 '정도'에 따라 징계 수위가 달라지는 경우, 어떤 정도에 해당하는지 명확히 판단하여야 합니다. 대학이나 유사 기관의 징계 처분이 불합리하다고 판단될 경우, 행정소송 등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구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