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금
치과 재료 공급업체들이 치과의 '경영실장'으로부터 주문을 받고 재료를 납품했으나 대금을 받지 못하자, 해당 치과 원장을 상대로 물품대금 및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경영실장의 사기 행위에 대해 치과 원장에게 민법 제756조에 따른 사용자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공급업체들의 과실을 참작하여 책임 비율을 40%로 제한하고 이미 변제받은 금액을 공제하여 최종 손해배상액을 산정했습니다.
여러 치과 재료 공급업체들은 Q치과 경영실장 O으로부터 치과용 합금 등의 주문을 받았습니다. O은 자신을 경영실장으로 소개하며 치과의 사업자등록증 사본과 세금계산서 발행용 이메일 주소를 제공했고, 일부 업체는 직접 치과를 방문하여 O에게 재료를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O은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재료를 공급받아 개인적으로 처분했고, 이로 인해 공급업체들은 대금을 받지 못하는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후 O은 사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공급업체들은 치과 원장 N을 상대로 미지급 물품대금 및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 O이 피고 N을 대리하여 물품 공급 계약을 체결할 대리권이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피고 O의 치과 재료 편취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피고 N이 피고 O의 사기 행위에 대해 공동불법행위 책임 또는 민법 제756조에 따른 사용자 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입니다. 넷째, 피고 N의 사용자 책임이 인정될 경우, 원고들의 과실을 참작한 책임 제한 및 이미 지급받은 금액의 공제 방법이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지입니다.
법원은 피고 O이 피고 N의 물품 공급 계약 체결 대리권을 가지고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주위적 청구(대리권을 전제로 한 물품대금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그러나 피고 O의 치과 재료 편취 행위가 사기에 해당하는 불법행위임을 인정했습니다. 피고 N에 대해서는 피고 O과의 공모나 방조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피고 O이 '경영실장' 명함을 사용하고 치과 내 사무공간을 이용하는 등 외형상 치과 업무와 관련된 행위를 한 것으로 보여 민법 제756조에 따른 사용자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원고들이 직접 치과 원장에게 대리권을 확인하지 않는 등의 과실이 있다고 보아 피고 N의 책임 비율을 40%로 제한했습니다. 이미 지급받은 금액(원고 D 5,000,000원, 원고 H 1,100,000원, 원고 J 1,305,000원 및 형사합의금 8,000,000원)은 피용자 O이 단독으로 부담하는 부분에서 우선 공제하고, 남은 금액이 있을 경우 사용자 N과 공동으로 부담하는 부분에서 공제하여 최종 배상액을 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 주식회사 D에게 5,000,000원, 원고 H에게 1,100,000원, 원고 J에게 1,8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다른 원고들에 대한 청구는 1심과 동일하게 각 공급대금의 40%에 해당하는 금액 및 지연손해금을 인용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 N이 전 경영실장 O의 사기 행위에 대해 사용자로서 40%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여, 원고 D와 H의 청구를 1심보다 일부 증액하여 인용하고, 원고 J의 청구는 이미 받은 합의금을 공제한 후 1심보다 감액하여 인용했습니다.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청구 및 피고 N의 부대항소는 기각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민법 제756조(사용자의 배상책임)와 관련이 깊습니다. 민법 제756조 제1항은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삼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사용자가 피용자의 선임 및 그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한 때 또는 상당한 주의를 하였어도 손해가 있을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본 판결에서는 피고 O이 '경영실장'이라는 직함을 사용하여 치과 업무와 외형상 관련된 행위를 했다고 보아 피고 N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즉, 피용자의 행위가 직무 범위 내에 속하지 않더라도 외관상 직무 범위 내의 행위처럼 보이는 경우 사용자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또한, 사용자가 피용자의 선임과 사무 감독에 주의를 기울였음을 증명하지 못하면 면책되지 않는다는 원칙도 재확인되었습니다. 아울러, 피해자에게도 일정 부분 과실이 있다면 손해배상액을 감액하는 과실상계 또는 책임제한의 원칙이 적용되어, 원고들의 손해배상액이 40%로 제한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손해배상액 산정 시 가해자로부터 받은 합의금 등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해배상금의 일부로 공제되어야 한다는 법리도 적용되었습니다.
회사의 직원이 거래를 진행할 때에는 그 직원의 직함이나 명함만으로는 거래 권한을 완전히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중요한 계약이거나 고액의 물품 거래 시에는 반드시 회사 대표나 책임 있는 자에게 직접 계약 의사를 확인하고, 권한이 위임된 경우 위임장 등 명확한 증빙을 요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첫 거래이거나 대규모 주문이 단기간에 발생하는 경우에는 더욱 주의를 기울여 거래 상대방의 신뢰성을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직원의 불법행위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다면, 해당 직원의 사용자인 회사나 대표에게 사용자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이때 피해자에게도 과실이 인정된다면 손해배상액이 감액될 수 있으므로, 거래 시 확인 절차를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