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
피고인 A가 밀봉된 택배박스에 타인 명의의 체크카드가 들어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수거하고 지정된 장소로 전달한 혐의(전자금융거래법위반, 출입국관리법위반)로 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습니다. 피고인과 검사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고의가 인정되고 함정수사에 해당하지 않으며 법리오해의 여지도 없다고 판단하여 쌍방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피고인 A는 한국에서 대학생으로 생활하던 중 성명불상자로부터 택배박스를 수거하여 지정된 장소로 배달하는 일을 제안받고 이를 수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은 하는 일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고액의 보수를 받기로 했으며, 성명불상자와 계속 연락을 취했습니다. 피고인은 성명불상자에게 '만약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는 것이라면 할 수 없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보이스피싱 범죄의 불법성을 인식하고 있었음을 드러냈고, 택배박스에 타인 명의의 체크카드가 들어있음을 알면서도 운반한 혐의를 받게 되었습니다.
피고인에게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 수사기관의 행위가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하는지 여부, 접근매체 대가 관련 법리오해 여부, 그리고 1심에서 선고된 형량(징역 1년)의 적절성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 A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여 원심판결(징역 1년)을 유지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 A가 타인 명의 체크카드를 운반하는 일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기에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경찰관의 체크카드 제공 행위는 이미 범의를 가진 피고인에게 범행의 기회를 준 것에 불과하여 함정수사가 아니라고 판단했으며, 피고인이 받은 배송 수당을 접근매체 보관에 대한 대가로 인정하여 법리오해도 없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1심 판결의 양형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보아 쌍방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본 사건은 주로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와 관련된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이 조항은 누구든지 접근매체를 대여받거나 대여하는 행위 또는 보관, 전달, 유통하는 행위를 하거나 이를 알선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대가'란 접근매체의 대여 등에 상응하는 경제적 이익을 의미하며, 피고인이 택배 운반으로 받은 수당은 타인 명의의 체크카드라는 접근매체를 보관하고 전달한 것에 대한 대가로 인정되었습니다. 또한, '함정수사'에 대한 법리가 다루어졌는데, 이는 본래 범죄 의사가 없는 사람을 수사기관이 기만이나 계략을 써서 범죄를 저지르게 하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처럼 이미 범죄 의도를 가진 사람에게 범행의 기회를 주거나 범행을 용이하게 한 경우에는 함정수사로 볼 수 없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항소심은 1심과 비교하여 양형 조건에 특별한 변화가 없고 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경우 1심 판결을 존중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원칙도 적용되었습니다.
의심스러운 고액의 보수를 제안하는 택배 운반이나 물품 보관 요청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특히 택배 내용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거나, 타인 명의의 체크카드, 통장 등 '접근매체'를 운반 또는 보관하라는 지시를 받는 경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단순 운반책이라 할지라도 내용물의 불법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범죄의 고의가 인정될 수 있으므로, 어떤 행위든 그 결과와 법적 책임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수사기관이 범죄의 기회를 제공했다고 해서 모두 위법한 '함정수사'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이미 범죄를 저지를 의도가 있는 사람에게 단순히 기회를 제공한 것에 불과하다면 함정수사가 아니라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