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가슴 통증으로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 A가 하지 감각 저하와 마비 증상을 호소하였으나, 의료진이 척수 경막외혈종을 제때 진단하지 못하고 불안정성 협심증으로만 판단하여 약물 치료를 진행했습니다. 그 사이 환자 A의 하지 마비 증상은 악화되었고, 다른 병원으로 전원된 후에야 척수 경막외혈종 진단과 수술이 이루어졌으나 결국 심한 지체장애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에 환자 A와 그의 남편 B는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며, 법원은 의료진의 진단상 과실을 인정하면서도 환자 A의 기저질환이 손해 발생에 기여한 점을 고려하여 병원의 책임을 50%로 제한하고 환자 A에게 1억 4천여만 원, 남편 B에게 1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2020년 2월 22일, 원고 A은 가슴 통증으로 피고가 운영하는 E병원 응급실에 내원했습니다. 의료진은 복부/흉부 대동맥 CT 등의 검사를 실시한 후 불안정성 협심증으로 판단하여 혈관확장제 등 약물치료를 시행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3시경부터 원고 A은 하지의 감각 저하와 다리를 움직일 수 없는 증상을 호소하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 병원 의료진은 신경학적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여 추가 검사나 신경과 협의 진료 없이 가슴 통증에 대한 치료만 지속했습니다. 결국 원고 A은 다리를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로 같은 날 밤 피고 병원에서 퇴원하여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실로 전원되었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의료진은 피고 병원에서 촬영한 흉부 CT 검사 결과에서 척수 경막외혈종을 의심했고, MRI 검사로 확진 후 응급 수술을 실시했습니다. 하지만 원고 A은 척수 경막외혈종으로 인한 하지마비 장해로 심한 지체장애를 얻게 되었고, 이에 원고 A과 그의 남편 B는 피고 병원의 의료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이 원고 A의 하지마비 증상에 대한 척수 경막외혈종을 적시에 진단하지 못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 의료진의 진단상 과실이 원고 A의 하지마비 장해 발생 및 악화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 원고 A의 기저질환이 손해 발생 또는 확대에 기여하여 피고의 손해배상 책임이 제한되는지 여부, 피고가 배상해야 할 손해배상액 및 위자료의 범위가 주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원고 A에게 145,653,845원, 원고 B에게 10,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20년 2월 22일부터 2023년 2월 16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고, 소송비용 중 2/3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진단상 과실로 인해 원고들에게 손해가 발생했음을 인정하여 병원의 배상 책임을 물었습니다. 다만, 환자 A의 기저질환이 손해 발생 및 확대에 기여한 점을 고려하여 병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전체 손해의 50%로 제한하였으며, 환자의 기대여명이 특정 가능하다고 보아 정기금 청구는 기각하고 일시금 방식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의사의 주의의무와 진단상의 과실, 의료 과실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 그리고 손해배상책임의 제한(과실상계 유추적용)의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대법원 판례(2004다33875, 2018다244491 등)에 따르면, 의사는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과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으며, 진단 과정에서도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는 수준 내에서 신중히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해야 합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이 흉부 CT 결과에서 척수 경막외출혈을 의심할 단서를 발견하지 못하고, 환자가 하지 마비 증상을 호소했음에도 추가 검사나 협진 없이 가슴 통증 치료만 진행한 것을 진단상 과실로 인정한 배경입니다. 또한 의료 과실이 환자에게 발생한 손해의 원인이 되었다고 보았지만, 원고 A이 심방세동으로 항응고제를 복용하고 말기 신장질환으로 투석 치료를 받고 있었다는 기저질환이 척수 경막외출혈의 위험을 높인다는 점을 고려하여 피고의 책임을 50%로 제한했습니다. 이는 피해자 측 요인이 체질적 소인이나 질병 위험도와 같이 귀책사유와 무관하더라도, 가해자에게 손해 전부를 배상하게 하는 것이 공평의 이념에 반할 경우 손해배상액을 정할 때 과실상계 법리를 유추 적용하여 피해자 측 요인을 고려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후유장애로 인한 장래 손해 배상은 원칙적으로 피해자가 정기금과 일시금 중 선택할 수 있으나, 기대여명 단축 정도를 확정하기 어려워 일시금 지급이 불합리한 경우에만 법원이 정기금 지급을 명할 수 있다는 법리(대법원 1994다51874)에 따라, 이 사건에서는 감정 결과를 통해 환자의 기대여명이 특정 가능하다고 보아 정기금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응급 상황에서 몸의 변화나 새로운 증상이 나타나면 의료진에게 즉시, 그리고 반복적으로 알려야 합니다. 의료진이 특정 증상의 원인을 찾기 위해 충분한 검사나 다른 과와의 협진을 하지 않을 경우, 환자나 보호자는 적극적으로 추가적인 진단과 설명을 요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저질환이나 복용 중인 약물이 있다면 의료진에게 반드시 상세히 알려야 합니다. 이는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데 중요합니다. 진료 기록은 매우 중요하므로 필요한 경우 사본을 확보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진료 기록은 의료 과실 유무를 판단하는 핵심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초기에 정확한 진단과 빠른 조치가 이루어지지 못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의료기관에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