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많은 대표가 직원 및 거래처에 재산 담보 설정해준 사건

신용보증기금이 대출금 대위변제 후 연대보증인 M에게 구상금을 청구하였으나, M가 이미 채무초과 상태에서 자신의 부동산에 직원 및 거래처를 위해 근저당권을 설정해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법원은 M의 근저당권 설정 행위를 사해행위로 보고 신용보증기금의 청구를 대부분 인용하여 근저당권 계약을 취소하고 등기 말소를 명령했습니다. 다만, 우선변제권이 있는 퇴직금 채권을 가진 직원 G에 대한 근저당권 설정은 사해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신용보증기금 (원고): 기업 대출에 대한 신용보증을 제공하고, 대위변제 후 구상금 채권을 가진 기관입니다.
• M (주요 채무자/연대보증인): 주식회사 N의 대표이자 개인사업체 N을 운영했으며, 신용보증기금의 구상채무에 대한 연대보증인이자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자입니다.
• 주식회사 N (채무자 회사):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아 대출을 받은 회사로, M이 운영했습니다.
• A, B, C, D, E, F, H (피고들, 근저당권 설정받은 직원): M이 운영하던 개인사업체 N 및 주식회사 N의 직원들로, 체불임금 및 퇴직금 명목으로 M 소유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받았습니다.
• G (피고, 근저당권 설정받은 직원): M이 운영하던 개인사업체 N의 직원으로, 퇴직금 명목으로 M 소유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받았으나, 우선변제권이 인정되어 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
• 주식회사 I, 주식회사 J, 주식회사 K, 주식회사 L (피고들, 근저당권 설정받은 거래처): 주식회사 N과 거래하던 회사들로, 계속적인 거래 유지를 위해 M 소유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받았습니다.

분쟁 상황

M은 주식회사 N의 대표이자 개인사업체 N을 운영했고,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대출 보증을 받았습니다.

• 2018년 2월 19일, 주식회사 N의 대출금 3억 원 중 2억 7천만 원에 대해 신용보증기금이 보증하고 M이 연대보증을 섰습니다.
• 2016년 7월 15일, M의 개인 대출금 6천 5백만 원 중 5천 5백2십5만 원에 대해 신용보증기금이 보증했습니다. 이후 주식회사 N은 2022년 1월 31일 폐업했고, M의 사업장 부동산에는 2021년 11월 18일 가압류 등기가 경료되어 기한의 이익을 상실했습니다. 이에 신용보증기금은 2022년 4월과 5월에 걸쳐 기업은행에 보증금을 대위변제하고, M에게 구상금 2억 6천만 원 이상을 청구하게 됩니다. 그러나 M은 이미 채무초과 상태인 2021년 9월 20일 및 10월 5일에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시가 약 19억 5천만 원)에 대해 직원 A, B, C, D, E, F, G, H와 거래처 주식회사 I, J, K, L에 총 채권최고액 35억 원 이상의 근저당권을 설정해주었습니다. 이로 인해 신용보증기금은 M의 재산으로 구상금을 변제받기 어려워지자, 이 근저당권 설정 행위가 신용보증기금을 해하는 사해행위이므로 이를 취소하고 등기를 말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M의 재산에 설정된 근저당권이 신용보증기금의 구상금 채권(아직 현실화되지 않았으나 발생 기초가 있는 채권)을 해하는 사해행위인지 여부
• 채무초과 상태의 채무자가 직원들의 임금·퇴직금 채권 확보를 위해 근저당권을 설정해준 것이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특히, 법인 전환 시 근로관계 승계 여부 및 우선변제권 인정 여부)
• 계속적 거래 유지를 위해 거래처에 근저당권을 설정해준 것이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 근저당권을 설정받은 피고들이 사해행위임을 알지 못하는 '선의의 수익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법원은 M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이 사건 각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것이 다른 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며, M의 사해의사 또한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 피고 A, B, C, D, E, F, H (직원) 및 주식회사 I, 주식회사 J, 주식회사 K, 주식회사 L (거래처)에게 설정된 근저당권설정계약은 취소하고, 해당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등기 절차를 이행하도록 명령했습니다. 이들 피고들의 '선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다만, 피고 G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피고 G는 M가 운영하던 개인사업체 N의 직원으로, 우선변제권이 있는 퇴직금 채권을 담보하기 위한 근저당권 설정이었으므로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

이 판결은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채무자가 특정 채권자에게 담보를 제공하는 행위가 다른 채권자들에 대한 사해행위가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특히, 근로자의 임금 및 퇴직금 채권에 우선변제권이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명확히 구분하여 사해행위 성립 여부를 판단한 것이 특징입니다. 법인으로 전환 시 근로관계의 포괄적 승계 여부가 임금채권 우선변제권 인정에 중요한 기준이 되었으며, 단순히 기존 채무의 이행 유예를 위한 담보 제공은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 채권자취소권 (민법 제406조):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 경우, 채권자는 그 취소 및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 피보전채권의 성립 시기: 이 사건에서 신용보증기금의 구상금 채권은 근저당권 설정 당시에는 아직 현실적으로 발생하지 않았으나, 그 성립의 기초가 되는 신용보증계약이 이미 체결되어 있었고, 보증사고 발생으로 채무가 현실화될 개연성이 높아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장래에 발생할 채권도 일정한 요건 하에 피보전채권이 될 수 있다는 법리를 따른 것입니다.
  • 사해행위의 성립: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채무자가 특정 채권자에게 채무 변제를 위해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로 간주됩니다. M은 적극재산 16억 9천만 원에 비해 소극재산(빚)이 35억 6천만 원으로 채무초과 상태였으므로, 이 사건 근저당권 설정 행위는 사해행위로 인정되었습니다.
  • 사해의사 및 수익자의 악의 추정: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할 의사(사해의사)를 가지고 재산을 처분하면 사해행위가 성립하며, 이러한 경우 수익자(근저당권 설정받은 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의 사해행위를 알았다고(악의) 추정됩니다. 수익자는 자신이 선의였음을 스스로 증명해야만 책임을 면할 수 있습니다.
• 임금채권의 우선변제권 (근로기준법,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등): 근로자의 임금, 퇴직금 등은 일반 채권에 비해 우선적으로 변제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 법원은 M가 운영하던 개인사업체 N의 직원 G의 경우, 우선변제권이 있는 퇴직금 채권을 담보하기 위한 근저당권 설정이었으므로, 다른 채권자들의 이익을 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판단하여 사해행위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이는 우선변제권 있는 채권자에 대한 담보 제공은 처음부터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배당받을 지위에 있으므로 다른 채권자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법리에 따른 것입니다.
  • 그러나 A, B, C, D, E, F, H의 경우, 개인사업체 N에서 주식회사 N으로 근로관계가 포괄적으로 승계되었다고 보아 M(개인사업주)에게 퇴직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이들의 채권은 M의 재산에 대한 우선변제권이 인정되지 않아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 계속적 거래 관계에서의 담보 제공 예외: 채무초과 상태의 채무자가 사업 유지를 위해 불가피하게 물품 공급처로부터 담보를 제공하고 물품을 공급받은 경우 등 예외적으로 사해행위로 보지 않을 수 있습니다.
  • 하지만 이 사건에서 주식회사 I, J, K, L과의 근저당권 설정은 신규 자금 융통 없이 기존 물품대금 채무를 담보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아, 사업 계속을 위한 부득이한 담보 제공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기존 채무의 이행 유예만을 위한 담보 제공은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는 법리에 따른 것입니다.

참고 사항

• 채무초과 상태에서의 재산 처분 주의: 본인이 빚이 많아 채무초과 상태에 있다면, 특정 채권자에게만 재산을 담보로 제공하거나 변제하는 행위는 다른 채권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사해행위로 취소될 수 있습니다. 특히 유일한 재산에 대한 담보 제공은 더욱 사해행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임금 및 퇴직금 채권의 중요성: 근로자의 임금 및 퇴직금은 다른 채권에 비해 우선적으로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따라서 채무자가 근로자의 이러한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재산을 제공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사해행위로 보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법인 전환 시 근로관계 승계 확인: 개인사업체를 법인으로 전환하는 경우, 근로관계가 법인으로 포괄적으로 승계되는지 여부를 명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승계되었다면 법인이 퇴직금 지급 의무를 지게 되므로, 개인 사업주 명의 재산에 대한 담보 제공은 우선변제권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거래 유지를 위한 담보 제공: 기존 채무의 이행을 유예받기 위해 채무초과 상태에서 특정 거래처에 담보를 제공하는 행위는 사해행위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자금 융통 없이 단순히 기존 채무 유예만을 위한 담보 제공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 사해행위 '악의' 추정: 채무자가 사해행위를 했다고 인정되면, 그 행위로 이익을 본 수익자는 채무자의 재정 상태를 몰랐다는 '선의'를 스스로 증명해야 합니다. 객관적 증거 없이는 '선의'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