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상태에서 맺어진 토지 임대차 계약 무효 판결

치매 진단을 받은 전직 대학교수 원고 A가 피고 C와 토지 임대차 계약을 맺고 보증금 명목으로 3천만 원을 지급했으나, 원고의 아들이자 성년후견인인 B가 원고의 의사무능력을 이유로 계약 무효를 주장하며 보증금 반환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원고가 계약 체결 당시 자신의 행위의 법률적 의미나 효과를 이해하지 못하는 의사무능력 상태였다고 판단하여 임대차 계약이 무효라고 선언했으며, 피고는 원고에게 3천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E대학교 역사학과 퇴직 교수로서, 치매 진단을 받고 기억력 저하와 행동 조절의 어려움을 겪었으며, 이 사건 임대차 계약 당시 의사무능력 상태로 인정된 인물.
• 성년후견인 B: 원고 A의 아들이자 법정대리인으로, 원고 A를 대신하여 소송을 제기하여 원고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함.
• 피고 C: 이 사건 부지를 임시 할인매장 또는 야적장 등으로 사용하던 인물로, 원고 A에게 이 사건 부지를 임대한 임대인.
• G: 원고 A에게 이 사건 부지를 소개하고 피고 C와의 임대차 계약 체결을 중개한 인물로, 원고 A로부터 3천만 원을 받아 피고 C에게 일부만 전달함.
• J, K: 이 사건 부지의 실제 소유주로, 피고 C에게 부지 사용을 승낙해 주었음.

분쟁 상황

원고 A는 대학교 퇴직 후 유물 전시·보관 장소를 찾던 중 G의 소개로 피고 C가 임시로 사용 중이던 동두천시 소재 토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2020년 11월 23일, 원고는 피고와 해당 토지에 대해 월차임 50만 원, 임대차 기간은 '마트 운영 종료일까지'로 하는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 체결 직전 원고는 G에게 공사비 및 보증금 명목으로 3천만 원을 수표로 지급했고, 특약 사항에는 '지급된 3천만 원은 공사비로 예치하고 잔액은 보증금으로 예치한다(단, 모든 운영 및 공사는 피고가 책임지고 시행한다, 모든 것을 위임한다)'는 내용이 추가되었습니다. 피고는 3천만 원 영수증을 작성해 주었으나, 실제 G로부터는 3천만 원 중 1천2백만 원만 전달받았습니다. 이후 원고 A는 치매 진단을 받았고, 그의 아들 B가 성년후견인이 되면서 원고가 의사무능력 상태에서 체결된 이 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며 피고에게 3천만 원 반환을 청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임대차 계약 체결 당시 원고 A가 계약의 의미와 법률적 효과를 이해할 수 있는 의사능력이 있었는지 여부와, 만약 의사능력이 없었다면 해당 임대차 계약의 효력이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이에 따라 피고 C가 원고 A로부터 수령한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하는지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 A가 이 사건 임대차 계약 체결 당시 치매로 인해 자신의 행위의 법률적 의미나 효과를 이해하지 못한 의사무능력 상태였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의사무능력 상태에서 체결된 법률행위는 무효이므로, 이 사건 임대차 계약 역시 무효라고 판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 C는 무효인 계약으로 인해 원고 A로부터 수령한 3천만 원(원고가 G에게 지급한 금액이 피고에게 지급된 것으로 평가됨)을 원고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하며,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지급명령 송달 다음날인 2021년 7월 24일부터 제1심판결 선고일인 2021년 12월 16일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비율)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결정했습니다. 제1심판결은 원고의 청구금액 원본 중 1천2백만 원만을 인용하는 등 항소심의 결론과 일부 차이가 있었지만, 피고만이 항소한 사건이므로 피고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할 수 없다는 원칙(불이익변경 금지의 원칙)에 따라 피고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결론

피고의 항소는 모두 기각되었으며, 항소 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이는 제1심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1천2백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항소심에서도 유지되었음을 의미합니다. 항소심은 제1심 판결이 원고의 청구금액 3천만 원 중 1천2백만 원만을 인용하여 결과적으로 항소심의 판단과 달랐지만, 피고만이 항소한 상황에서 피고에게 불리하게 판결을 변경할 수 없다는 법률 원칙에 따라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하여 중요한 법률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의사능력: 민법상 유효한 법률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가 자신의 행위의 의미나 결과를 정상적인 인식력과 예측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 즉 '의사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의사능력의 유무는 특정 법률행위의 내용과 관련하여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판단되며(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다58367 판결 참조), 단순히 연령이나 질병 유무만으로 일률적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 A가 계약 당시 치매로 인해 계약의 법률적 의미와 효과를 이해하지 못한 의사무능력 상태였다고 판단했습니다.
2. 의사무능력자의 법률행위의 무효: 의사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법률행위는 법률상 당연히 무효입니다. 이는 행위자가 스스로의 의사를 제대로 형성하고 표현할 수 없으므로, 그 행위에 법적 효력을 부여할 수 없다는 민법의 기본적인 원칙에 따른 것입니다. 따라서 원고의 의사무능력이 인정되었으므로 이 사건 임대차 계약은 처음부터 법적 효력이 없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3. 부당이득 반환(민법 제741조)​: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이나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고 민법 제741조는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임대차 계약이 무효로 판단되었기 때문에 피고 C가 원고 A로부터 받은 3천만 원은 법률상 원인이 없는 이득이 됩니다. 따라서 피고 C는 원고 A에게 이 금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발생합니다.
4. 지연손해금(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금전 채무의 이행을 지체한 경우, 채무자는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습니다. 특히 소송이 제기된 경우,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은 채무자가 이행의무의 존재를 다투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시점(이 사건에서는 제1심판결 선고일)까지는 민법에서 정한 연 5%의 이율을 적용하고, 그 다음날부터는 높은 이율인 연 12%를 적용하여 채무자의 신속한 이행을 독려합니다.
5. 불이익변경 금지의 원칙: 항소심에서 피고만이 항소한 경우, 항소법원은 제1심판결을 피고에게 더 불리하게 변경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제1심은 원고의 3천만 원 청구 중 1천2백만 원만 인용했는데, 원고는 항소하지 않고 피고만이 항소했습니다. 따라서 항소심은 피고에게 1천2백만 원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할 수 없으며,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여 제1심 판결의 결과(1천2백만 원 지급)가 유지되도록 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과 같은 점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1. 계약 당사자 중 고령자나 질병 등으로 인해 합리적인 판단 능력이 의심되는 경우, 계약 체결 전에 해당 당사자의 의사능력 유무를 신중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필요한 경우 의료 기관의 진단서나 전문가의 소견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중요한 재산권에 관한 계약의 경우, 계약 당사자의 정신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 자료(의료 기록, 정신감정 결과 등)를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분쟁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3. 의사능력이 결여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법률행위는 무효가 될 수 있으므로, 가족이나 보호자가 재산 관리 등 보호가 필요한 상황에 있다면 성년후견 제도를 적극적으로 고려하여 신청하는 것이 본인의 재산을 보호하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4. 계약 내용이 불확정적이거나 불분명한 조항(예: '마트 운영 종료일까지'와 같은 불확정 기한, 공사비와 보증금의 불분명한 구분)이 포함된 경우, 추후 분쟁의 소지가 매우 크므로 계약 체결 전 반드시 명확하게 규정하고 서면으로 남겨야 합니다.
5. 계약금을 직접 상대방에게 전달하지 않고 제3자를 통해 전달하는 경우, 실제 금액이 정확하게 전달되었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모든 관련 증빙(영수증, 계좌 이체 내역 등)을 철저히 확보하여 금전 전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예방해야 합니다. 이 사례에서 3천만 원 중 일부만 전달되고도 전체 금액에 대한 영수증이 작성된 점이 문제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