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채무 · 행정
D는 C에게 빌려준 1억 1천만 원의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여, 9년 후 A에게 단돈 1백만 원을 받고 채권을 양도했습니다. A는 C가 자신의 부동산을 B회사에 매각한 행위가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라고 주장하며 매매계약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A가 D로부터 채권을 양도받은 목적이 오직 소송을 제기하기 위한 '소송신탁'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판단하고 A의 청구를 각하했습니다.
D는 2013년 C를 상대로 1억 1천만 원 및 지연손해금 지급 판결을 확정받았으나, 9년이 넘도록 C로부터 채무를 변제받지 못했습니다. 2022년 D는 이 채권을 A에게 단돈 1백만 원에 양도했으며, A는 곧바로 C에게 채권양도를 통지했습니다. 이후 채무자 C는 자신 소유의 부동산을 피고인 B회사에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습니다. A는 이 매매계약이 자신의 채권을 해치는 '사해행위'라 주장하며 매매계약을 취소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채권자가 소송을 제기할 목적으로 채권을 양도받았을 때, 이러한 채권 양도가 '소송신탁'에 해당하여 무효가 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입니다.
법원은 원고 A의 청구를 각하했습니다. 이는 A의 소송 제기가 '소송신탁'에 해당하여 부적법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원고 A가 D로부터 채권을 양수받은 행위가 소송을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소송신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는 채권액이 6억 원이 넘는데도 양수 대금이 1백만 원으로 지나치게 적고, 양도 계약서에 대금 지급에 대한 내용이 없으며, 원채권자 D가 직접 채무자 C로부터 채무를 추심할 수 있었던 상황임에도 굳이 채권을 양도한 동기를 찾기 어렵다는 점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었습니다. 따라서 소송신탁은 법률상 허용되지 않으므로 A의 소송 청구는 부적법하다고 보아 각하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이 사건은 채권 양도의 유효성과 소송신탁 금지 원칙이 주요하게 적용되었습니다. 대한민국 법은 소송을 남용하거나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의 대리 원칙(민사소송법 제87조)을 우회하려는 목적으로 채권 양도 등 소송을 위한 권리 이전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는 신탁법 제6조에서 명시적으로 '소송신탁'을 금지하고 있으며, 설령 직접적인 신탁 계약이 아니더라도 신탁법 제7조를 유추 적용하여 채권 양도의 주된 목적이 소송에 있다면 그 행위를 무효로 봅니다. 법원은 채권 양도 계약의 체결 경위와 방식, 양도 후 소송 제기까지의 시간적 간격, 양도인과 양수인 간의 관계, 그리고 채권의 실제 가치와 양도 대금 간의 현저한 불균형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채권 양도가 소송신탁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채무액 6억여 원의 채권을 단 1백만 원에 양도하고 대금 지급 증거도 부족했던 점, 그리고 원채권자 D가 스스로 강제집행을 할 수 있었음에도 채권을 양도한 정황 등이 소송신탁으로 판단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채무자에게 받아야 할 돈이 있을 때, 이를 대신 받아주기 위해 제3자에게 채권을 양도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소송을 목적으로 채권을 양수받는 것은 법적으로 '소송신탁'으로 간주되어 무효가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채권의 실제 가치에 비해 현저히 낮은 금액으로 채권을 양수받거나, 채권 양도 대금 지급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없다면 법원은 해당 채권 양도의 주된 목적이 소송을 위한 것이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큽니다. 채권 양도 계약 시에는 실질적인 거래 목적과 대금 지급 사실을 분명히 하고, 관련 증빙 자료를 철저히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원래의 채권자가 채무를 직접 추심할 능력이 있는데도 굳이 다른 사람에게 채권을 넘기는 행위는 법원에서 의심의 눈초리로 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