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금
수출입업체인 원고가 반도체 부품 제조판매업체인 피고에게 서보모터 및 서보드라이버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기존 발주 물량 외에 추가 물량에 대한 구매 확약을 받고 물품을 모두 공급했으나 피고가 추가 물품대금 70,474,800원을 지급하지 않아 원고가 소송을 제기한 사건입니다. 피고는 추가 계약이 불공정하거나 사기 또는 착오에 의한 것이므로 무효 또는 취소되어야 하며, 사정변경이나 물품 하자를 이유로 계약 해제 또는 대금 감액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피고의 모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여 미지급 물품대금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 주식회사 A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장비 관련 수출입업을, 피고 주식회사 F는 반도체 생산장비 및 부품 제조 판매업을 영위하고 있었습니다. 피고는 2021년 9월 23일경 원고에게 서보모터와 서보드라이버 80세트를 발주했습니다. 이후 2022년 2월경, 원고는 중국의 전력난으로 인해 기존 공급업체가 아닌 다른 곳에서 물품을 공급하게 되어 재고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피고에게 초과 주문 물량에 대한 구매를 요청했습니다. 피고는 원고의 요청에 따라 2022년 3월 8일 서보모터 24개, 서보드라이버 22개를 추가로 매수한다는 내용의 구매확약서를 작성하고 원고에게 교부했습니다. 이를 '이 사건 추가계약'이라고 합니다. 원고는 2023년 5월 2일까지 피고에게 기존 발주분과 추가계약에 따른 모든 물품을 공급했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물품대금 중 70,474,800원을 지급하지 않았고, 이에 원고는 미지급 물품대금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가 원고와 체결한 추가 물품 구매 계약이 민법 제104조에서 정하는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가 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원고의 기망이나 피고의 착오로 인해 추가 계약이 체결되었으므로 이를 취소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계약 체결 이후 사정변경이 발생하여 추가 계약을 해제하거나 대금을 감액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넷째, 원고가 납품한 물품에 하자가 존재하여 계약을 해제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피고가 원고에게 미지급 물품대금 70,474,800원과 이에 대해 2023년 8월 24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또한, 소송 비용은 피고가 부담하고, 이 판결은 가집행할 수 있다고 명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가 주장한 민법 제104조에 따른 무효, 사기 또는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 사정변경에 의한 계약 해제 또는 대금 감액, 물품 하자로 인한 계약 해제 또는 손해배상 청구 등 모든 주장이 충분한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고의 청구가 정당하다고 보아 피고에게 미지급된 물품대금 전액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최종적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본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민법 제104조 (불공정한 법률행위): 이 조항은 당사자의 '궁박(급박한 상황)', '경솔(부주의)', '무경험(사회 경험 부족)'으로 인하여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는 무효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에게 궁박, 경솔, 무경험 중 하나가 존재해야 하고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면서 이를 이용하려는 '폭리 행위의 악의'가 있었으며 △급부(제공된 것)와 반대급부(지급된 대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해야 합니다. 본 사건에서 피고는 추가 계약이 신품 가격의 3배에 달하는 중고 리퍼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어서 현저한 불공정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피고가 주장하는 궁박, 경솔, 무경험 및 현저한 불공정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109조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 및 제110조 (사기,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착오'는 의사표시의 내용에 중요한 부분이 실제와 다른 경우를 의미하며, '사기'는 상대방의 기망 행위로 인해 의사표시를 한 경우를 말합니다. 이 조항들에 따르면, 착오가 있거나 사기에 의해 계약을 체결한 경우 해당 계약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피고는 원고가 피고를 기망했거나 착오를 유발했다고 주장하며 계약 취소를 시도했으나, 법원은 원고가 피고를 기망했다거나 피고에게 착오를 유발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사정변경의 원칙: 이는 계약 체결 당시 당사자가 예견할 수 없었던 현저한 사정 변경이 발생하여 계약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경우, 계약을 해제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는 법리입니다. 피고는 추가 계약 당시 재고가 없었거나 이후 가격이 정상화된 시점에 리퍼 제품을 고가로 매도하려는 것이 사정변경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변경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580조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 및 제390조 (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은 매매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경우 매수인이 계약을 해제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입니다. 채무불이행은 계약 내용대로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 발생하며, 이로 인해 손해가 발생하면 손해배상 책임이 따릅니다. 피고는 원고가 납품한 물품에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며 계약 해제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원고가 납품한 물품에 하자가 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이 법은 민사소송 절차의 간소화와 신속화를 위한 특별 규정으로, 특히 금전 채무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을 할 때에는 채무자가 이행 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해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높은 비율의 지연손해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피고가 미지급 물품대금에 대해 지급명령 정본 송달 다음 날인 2023년 8월 24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판결되었습니다.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계약 체결 시 신중한 검토와 기록: '구매확약서'와 같은 문서의 내용은 계약의 중요한 증거로 작용합니다. 서명 전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고 불명확한 부분은 명확히 해두어야 합니다. 특히 추가 구매나 조건 변경 시에는 모든 내용을 문서화하여 기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불공정 계약 주장의 입증 책임: 계약이 '불공정'하여 무효라고 주장하려면, 단순히 가격 차이가 크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계약 당시 본인(또는 담당자)이 '궁박, 경솔, 무경험' 상태였고, 상대방이 이를 알고 이용하려는 '폭리 행위의 악의'가 있었다는 점을 객관적인 증거로 명확히 입증해야 합니다. 사기 또는 착오 주장의 증거 확보: 계약이 사기 또는 착오에 의해 체결되었다고 주장하려면, 상대방이 의도적으로 허위 사실을 말했거나(기망 행위), 혹은 본인이 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해 착각했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료나 정황이 필요합니다. 단순한 추측이나 불확실한 정보만으로는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사정변경에 의한 계약 해제 또는 대금 감액의 기준: 계약 체결 당시 예측할 수 없었던 중대한 상황 변화로 인해 계약을 그대로 이행하는 것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될 때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 해제 또는 변경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시장 가격이 변동하는 등의 일반적인 위험은 사정변경으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물품 하자에 대한 대응: 공급받은 물품에 하자가 있다고 판단되면, 즉시 그 사실을 상대방에게 알리고, 하자 내용을 증명할 수 있는 사진, 검수 보고서, 전문가 감정서 등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해야 합니다. 이를 소홀히 하면 추후 하자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