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
피고인 A는 지인의 제안으로 자신의 은행 계좌와 OTP 카드, 공인인증서를 빌려주며 대가로 주 500달러를 받기로 하였습니다. 이 계좌들은 필로폰 판매 대금을 수취하는 데 사용되었고, 경찰 수사로 인해 이 사실을 알게 된 후에도 피고인은 계좌 사용을 허락하고 나아가 필로폰 판매 대금 환전, 밀반입 여성 안내 등의 업무에 직접 가담하였습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은 징역 4년과 함께 6억 7,236만 9천원의 추징 명령을 받았습니다.
필로폰 밀수 및 판매 조직은 2015년 11월경부터 캄보디아에서 공짜 여행을 미끼로 여성 운반책을 유인하여 필로폰을 밀수하고, 인터넷 광고와 텔레그램을 통해 매수자를 모집하여 무통장 입금으로 대금을 받은 후 국내 배달책을 통해 필로폰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활동했습니다. 피고인 A는 2017년 3월경 지인 M으로부터 '통장을 빌려주면 일주일에 500달러를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자신의 N은행 계좌 접근매체를 대여했습니다. 같은 해 10월경에는 O은행 계좌 접근매체도 대여했습니다. 2017년 8월경 피고인 명의 계좌가 마약 거래에 사용되어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피고인은 M과 함께 총책 B를 찾아가 경위를 확인했으며, B로부터 해당 계좌로 입금된 돈이 필로폰 판매 대금이라는 사실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이후에도 계좌 사용을 허락하였고, 2017년 12월경에는 B의 제안을 받아 필로폰 대금 환전 업무 및 밀반입 여성 안내 업무에 본격적으로 가담하게 되었습니다. 2018년 3월부터 12월까지 피고인 명의 N은행 계좌로 총 841회에 걸쳐 489,243,000원을, O은행 계좌로 총 334회에 걸쳐 183,126,000원을 송금받아 필로폰 총 약 932.5g 상당을 판매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은 송금받은 대금을 인터넷 뱅킹을 통해 달러로 환전하여 B에게 전달하거나, 필로폰 밀수를 위해 캄보디아에 온 여성들을 숙박시설로 안내하는 등 조직의 활동을 도왔습니다. 피고인은 클럽이나 건설회사 자금이라고 들었을 뿐 마약 판매 대금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피고인이 자신의 계좌가 필로폰 판매 대금 수취에 사용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이후 마약 판매 조직에 직접 가담한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에게 징역 4년과 필로폰 판매 대금 672,369,000원의 추징을 선고하였습니다. 추징에 상당하는 금액에 대한 가납도 함께 명령하였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2017년 8월 또는 9월경 마약 조직 총책 B로부터 자신의 계좌가 필로폰 판매 대금에 사용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고지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후에도 계속해서 계좌 사용을 허락하고 나아가 직접 환전 업무와 마약 밀반입 여성 안내 업무까지 담당하게 된 점을 인정하여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대가를 약속하며 접근매체를 대여한 행위에 대해서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였습니다. 피고인의 초범인 점,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반성하는 점 등을 참작하였으나, 필로폰 판매 범행에 가담한 정도가 가볍지 않고 판매 가액이 6억 7천만원을 넘는 거액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최종 형량을 결정하였습니다.
이 사건에는 크게 두 가지 법률이 적용되었습니다. 첫째, '전자금융거래법'은 누구든지 대가를 수수, 요구, 약속하면서 접근매체(은행 계좌, OTP 카드, 공인인증서 등)를 대여받거나 대여하는 행위 또는 보관, 전달, 유통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구 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 제4항 제2호, 제6조 제3항 제2호). 피고인이 지인 M에게 자신의 은행 계좌와 연결된 OTP 카드, 비밀번호, 공인인증서를 빌려주면서 주 500달러의 대가를 약속받은 행위가 이에 해당합니다. 둘째,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은 마약류를 매매하거나 매매를 알선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60조 제1항 제2호, 제4조 제1항 제1호, 제2조 제3호 나목). 피고인은 자신의 계좌가 필로폰 판매 대금 수취에 사용된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에도 계좌를 계속 사용하도록 허락하고, 나아가 필로폰 대금 환전 및 밀반입 여성 안내 업무에 직접 가담함으로써 마약 판매 조직의 일원으로서 필로폰 판매 행위에 '공모'한 것으로 인정되었습니다(형법 제30조). '공모'란 2인 이상이 공동으로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을 의미하며, 피고인은 총책 B 등과 함께 필로폰 판매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각자의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또한, 마약류 범죄로 인한 수익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67조 단서에 따라 추징 대상이 됩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필로폰 판매를 통해 얻은 불법 수익 전체에 대해 추징을 명령하였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은행 계좌나 체크카드, OTP 카드, 공인인증서와 같은 접근매체를 빌려주거나 양도하는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대가를 받고 빌려주는 경우에는 더욱 엄중하게 처벌됩니다. 만약 빌려준 계좌가 마약 거래와 같은 불법 행위에 사용될 경우, 불법인 줄 몰랐다고 주장하더라도 실제 사용 목적을 인지했거나 인지할 수 있었던 상황이라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가담 정도에 따라 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마약 등 불법적인 용도로 이용될 수 있는 계좌 대여 제안에는 절대 응하지 않아야 합니다. 특히 단기간에 고수익을 약속하며 통장 개설이나 대여를 요구하는 제안은 대부분 불법적인 행위와 관련되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계좌가 불법적으로 사용된 것을 알게 되었다면 즉시 사용을 중단하고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추가적인 피해나 법적 책임을 줄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