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봉사단원 자격박탈 및 계약 해지 무효 확인 사건

원고 A는 피고 한국국제협력단과 2년 해외 봉사단원 계약을 맺고 활동하던 중, 피고 G사무소장으로부터 동료 여성 단원들에게 성적 불쾌감을 유발하는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봉사단원 자격박탈 및 파견계약 해지 조치를 받았습니다. 이에 원고는 위 조치가 무효임을 확인하고 미지급된 수당 등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G사무소장이 자격박탈 조치를 할 권한이 없었으며, 제재조치 심의위원회 구성에도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어 이 사건 파견계약 해지 의사표시가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피고가 원고에게 32,257,071원의 재산상 손해배상금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으나,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한국국제협력단의 해외 봉사단원으로 파견 중 부당하게 자격박탈 및 계약 해지 조치를 받은 당사자입니다.
• 피고 (한국국제협력단): 개발도상국과의 협력 증진을 목적으로 설립된 외교부 산하 준정부기관이자 원고의 봉사단원 파견 계약 상대방입니다.

분쟁 상황

원고 A는 2019년 1월 30일 한국국제협력단과 2년간 G에서 활동하는 해외 봉사단원 파견계약을 체결하고 2019년 2월 21일 출국하여 근무했습니다. 그러나 2019년 8월 19일 피고 G사무소장은 원고가 같은 건물에 거주하는 여성 단원들의 사생활을 다른 단원들을 통해 알아내려 하고, 특정 여성 단원과 교제하는 것으로 오해할 만한 카카오톡 메시지를 다른 단원들에게 지속적으로 보내 성적 불쾌감을 느끼게 했다는 이유로 원고의 봉사단원 자격을 박탈하고 파견계약을 해지했습니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재심을 요청했으나 피고 본부에서도 이를 유지하기로 의결하자, 이 사건 조치의 무효 확인과 함께 계약 해지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한국국제협력단 G사무소장이 봉사단원 자격박탈 및 파견계약 해지를 결정할 권한이 있었는지, 그리고 제재조치 심의위원회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구성되고 운영되었는지 여부였습니다. 또한, 피고의 계약 해지 조치가 무효인 경우 원고가 입은 재산상 손해와 정신적 손해에 대해 피고가 배상해야 하는지 여부도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1. 피고 한국국제협력단이 2019년 8월 19일 원고에게 한 봉사단원 파견계약 해지 의사표시가 무효임을 확인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32,257,071원과 그중 5,000,000원에 대하여는 2021년 4월 8일부터, 12,116,669원에 대하여는 2021년 9월 15일부터, 나머지 돈에 대하여는 2024년 5월 2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원고의 나머지 청구(위자료 등)를 기각한다.
4. 소송비용 중 15%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한다.
5.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결론

법원은 해외 봉사단원 파견계약을 공법상 계약으로 보아 그 해지에 있어 적법한 절차와 권한 준수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준정부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과 같은 공공기관의 경우 봉사단원 자격박탈과 같은 중대한 제재조치는 명확히 규정된 위임전결규정 및 절차에 따라 본부 이사장 또는 소관 이사가 결정해야 하며, 해외사무소장의 단독 결정은 권한 없는 자의 행위로 무효가 될 수 있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또한, 절차적 하자가 있는 제재조치는 설령 '신뢰관계 파괴'와 같은 다른 해지 사유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더라도 그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재산상 손해는 인정되었으나, 계약 불이행으로 인한 일반적인 정신적 고통은 재산적 손해배상으로 회복된다고 보아 위자료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공법상 계약의 법적 성격: 이 사건 파견계약은 피고 한국국제협력단이 「한국국제협력단법」에 근거하여 개발협력이라는 공공사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공법적 효과 발생을 목적으로 원고와의 의사 합치로 성립한 계약입니다. 따라서 그 해지의 무효를 다투는 원고의 청구는 공법적 법률관계에 관한 쟁송으로서 행정소송법상 '당사자소송'에 해당합니다.
2. 권한 없는 자의 행위 무효: 피고의 '파견규정'에 따르면 봉사단원 자격박탈 조치는 이사장만이 할 수 있으며, 해외사무소장은 복무관리 심의위원회의 구성과 심의를 위임받을 수 있을 뿐입니다. 즉, 해외사무소장이 이사장을 대리하여 직접 제재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은 없습니다. 또한, '위임전결규정' 해석상 자격박탈과 같은 중대한 징계조치는 본부 이사(본부장)의 위임전결사항에 해당하며 해외사무소장의 전결사항으로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권한 없는 G사무소장이 내린 자격박탈 조치는 중대한 절차위반으로 무효이며, 이를 기초로 한 파견계약 해지 또한 무효입니다.
3. 절차적 하자: '파견세칙'에 따르면 복무관리 심의위원회 위원장은 간사를 위원과 별도로 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G사무소장은 소속 단원으로 하여금 위원과 간사를 겸임하게 하여 파견세칙을 위반했습니다. 또한 '해외봉사단 성희롱사건 행정지침 매뉴얼'은 자격박탈의 경우 해외사무소에서 1차 조사 후 본부에 보고하여 소관 이사가 징계심의위원회(제재조치 심의위원회)를 주관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자격박탈은 주의나 경고와 달리 보다 엄격한 절차가 요구됨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절차적 하자는 징계처분 무효의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4. 계약 해지의 정당성: 계속적 계약의 해지는 정당한 사유를 갖춘 의사표시가 있어야 합니다. 피고는 계약의 신뢰관계 파괴를 해지 사유로 주장했으나, 법원은 파견규정 및 파견세칙이 봉사단원의 비위행위를 이유로 신분을 박탈하는 제재를 위한 상세한 절차를 규정하고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신뢰관계 파괴만을 내세워 곧바로 해지할 수 있다면 단원의 지위가 매우 불안정해지므로, 이 사건 파견계약이 유효하게 해지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5. 민법 제538조 (채권자 귀책사유로 인한 이행 불능)​: 이 조항은 쌍무계약의 당사자 일방의 채무가 채권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채무자는 상대방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음을 규정합니다. 원고가 중도에 귀국한 것은 무효인 피고의 자격박탈 조치에 기초한 명령 때문이므로, 피고는 이 사건 파견계약으로 약정한 급부(국내정착지원금, 귀국준비금, 귀국 항공료, 현지생활비 등)를 그대로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6. 손해배상 (위자료)​: 일반적으로 계약상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재산적 손해가 발생한 경우 정신적인 고통은 재산적 손해에 대한 배상으로 회복된다고 봅니다. 재산적 손해의 배상만으로는 회복될 수 없는 특별한 정신적 고통이 있고 상대방이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위자료를 인정할 수 있는데,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그러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위자료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7.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피고가 재산상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습니다.

참고 사항

1. 해외 봉사단원이나 국제교류 프로그램 참여자들은 계약 해지나 자격 박탈과 같은 중대한 제재조치를 받을 경우, 해당 기관의 내부 규정(파견규정, 파견세칙, 위임전결규정 등)에 명시된 절차와 권한 규정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중대한 징계의 경우 본부의 승인이나 특정 직위자의 결정을 요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현지 사무소장의 단독 결정이 적법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2. 징계 사유가 발생했을 때, 해당 기관은 징계 심의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있어 규정된 절차를 엄격히 준수해야 합니다. 위원과 간사 겸임 금지 등과 같은 세부 규정 하나라도 위반되면 절차적 하자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3. 기관에서 '신뢰관계 파괴'와 같은 추상적인 사유를 들어 계약을 해지하더라도, 구체적인 징계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그 해지는 무효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계약 해지 시에도 내부 규정에 따른 정당한 사유와 절차 준수가 필수적입니다.
4. 부당한 계약 해지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경우, 계약 기간 동안 받을 수 있었던 국내정착지원금, 귀국준비금, 현지생활비, 항공료 등 재산적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단,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는 재산적 손해배상만으로는 회복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입증되어야만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5.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관련 증거(메시지, 통화 내역, 진술서, 내부 규정 등)를 최대한 확보하고,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는 조치에 대해서는 즉시 이의를 제기하거나 재심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