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금 · 행정
원고 A는 부친 B으로부터 토지를 증여받으면서 채무를 인수하고, 이 토지에 대한 증여세를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신고했습니다. 그러나 과세관청은 해당 토지에 대해 감정평가를 실시하여 훨씬 높은 금액을 시가로 보고 증여세를 추가로 부과했습니다. 원고는 과세관청의 감정평가가 법률유보원칙, 조세평등주의에 위배되고 소급감정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습니다.
원고 A는 2021년 5월 11일 부친 B으로부터 영등포구의 대지 1081.7㎡(이하 '이 사건 토지')를 증여받으면서, 부친의 채무 14억 9천만원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계약했습니다. 원고는 이 사건 토지의 매매사례가액이나 감정평가액이 없어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른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70억 7,107만 2,900원 상당으로 평가하고, 2021년 8월 31일 피고 분당세무서장에게 증여세 약 22억 7,571만 3,764원을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중부지방국세청은 2021년 11월경 세무조사를 통지하고 이 사건 토지에 대한 감정평가를 실시했습니다. 원고와 국세청은 각 2곳의 감정평가법인에 감정을 의뢰했으며, 피고는 국세청이 의뢰한 2개 감정평가법인의 감정가액 평균에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뒤, 최종적으로 4개 감정평가법인의 감정가액 평균인 165억 7,705만 2,500원('이 사건 감정가액')을 이 사건 토지의 '시가'로 보아, 원고에게 2022년 2월 9일 47억 5,048만 9,800원의 증여세를 부과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의 증여세 부과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2022년 5월 2일 심판청구를 제기했으나 2022년 11월 2일 기각결정을 받았고, 다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분당세무서장)가 이 사건 토지를 증여세 감정평가 대상으로 선정하고 감정평가를 실시한 것이 법률적 근거 없이 이루어진 침익적 처분으로 법률유보원칙과 조세법률주의에 위반되는지 여부 증여세 과세표준 신고기한이 지난 후에 과세관청이 임의로 감정평가 대상으로 선정하는 것이 납세자의 예측가능성, 신뢰이익 및 조세평등의 원칙을 침해하는지 여부 과세관청이 증여세 과세 목적으로 시행한 소급감정(증여일 이후에 이루어진 감정평가)이 상속세 및 증여세법령의 문언 및 입법취지에 비추어 허용되는지 여부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며,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 분당세무서장의 증여세 부과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첫째, 법률유보원칙 및 조세법률주의 위반 주장에 대해,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상속 또는 증여재산의 평가를 시가에 따르도록 하고 그 구체적인 범위를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으며, 시행령은 감정가액을 시가로 인정되는 경우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회·경제 현실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세입법정책상 필요한 것으로,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어 조세법률주의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이 사건 토지에 대한 감정평가 자체는 원고의 권리나 법적 이익에 직접 영향을 주는 처분이 아니며,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단서에 근거한 것이므로 적법하다고 보았습니다.
둘째, 조세평등주의 위반 주장에 대해,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주거용 부동산은 유사매매사례가액을 찾기 쉽지만, 이 사건 토지와 같은 비주거용 부동산은 개별적 특성이 강하여 유사매매사례를 찾기 어렵고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낮아 시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담세력에 따른 실질과세 원칙에 비추어 시가와 공시가격의 차이가 큰 일부 고가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해 과세관청이 감정을 실시하여 시가를 확인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로 볼 수 없으며, 과세관청이 감정평가 대상 선정기준을 공개하고 있으므로 자의적이라거나 조세평등주의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셋째, 소급감정의 위법성 주장에 대해, 증여세는 과세관청이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하는 부과과세 방식의 조세이므로, 과세관청이 정당한 세액을 조사·결정하기 위해 감정을 의뢰하는 것은 정당한 권한에 속합니다.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단서는 증여재산 평가의 합리화를 위해 시가 평가기간 외의 기간에 대해서도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을 것'과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칠 것'을 요건으로 평가기간을 일부 확대하여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 감정가액은 가격산정기준일이 평가기간 이내에 있고 감정평가서 작성일이 평가기간을 경과한 후이자 법정결정기한 내에 이루어졌으며, 위 추가 요건을 모두 갖추었으므로 법령 문언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법령은 감정평가를 의뢰할 수 있는 주체를 납세의무자로 명백히 제한하고 있지 않으며, 과세관청이 의뢰한 감정평가라도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는 장치(복수 감정기관, 평가심의위원회)가 마련되어 있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0조 (평가)는 상속 또는 증여재산의 가액을 '평가기준일(증여일) 현재의 시가'에 따르도록 규정하며, 시가란 '불특정 다수인 사이에 자유롭게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통상적으로 성립된다고 인정되는 가액'으로 '감정가격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가로 인정되는 것을 포함'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재산의 실제 가치를 반영하기 위한 원칙으로, 대법원 판례는 객관적인 교환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한 것이라면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의 감정가격도 시가로 볼 수 있으며, 소급감정에 의한 것이라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2022. 2. 15. 대통령령 제32414호로 개정되기 전)은 시가로 인정되는 감정가격의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합니다. 본문에서는 '평가기준일 전후 6개월(증여재산의 경우 평가기준일 전 6개월부터 평가기준일 후 3개월까지를 평가기간)' 이내의 기간 중 둘 이상의 감정기관이 평가한 감정가액의 평균액을 시가로 인정하도록 합니다. 같은 조 제1항 단서는 평가기간에 해당하지 않는 기간이라도 '평가기준일 전 2년 이내의 기간 중 매매 등이 있거나 평가기간 경과 후 법정결정기한까지의 기간 중 매매 등이 있는 경우', 즉 이 사건처럼 감정평가서 작성일이 평가기간을 넘긴 경우에도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고',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는' 등의 조건을 만족하면 해당 매매 등의 가액을 시가 산정의 기준으로 포함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시가 평가기간을 확장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합니다. 이 규정은 과세관청이 정당한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하기 위해 소급감정을 의뢰하는 것을 허용하는 법적 기반이 됩니다.
조세법률주의 및 법률유보원칙은 세금 부과가 반드시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모든 과세요건을 법률로만 규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복잡다양한 경제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대통령령 등 행정입법에 위임할 필요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0조가 시가의 구체적 범위를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은 조세입법정책상의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되므로, 이는 조세법률주의 위반으로 보지 않습니다.
조세평등주의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입니다. 법원은 주거용 부동산과 비주거용 부동산의 특성 차이, 즉 비주거용 부동산이 유사매매사례를 찾기 어렵고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낮은 현실을 고려할 때, 과세관청이 시가와 공시가격 차이가 큰 고가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해 감정을 실시하여 시가를 확인하는 것은 합리적인 차별이며 조세평등주의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비주거용 부동산을 증여받을 경우, 신고 시 보충적 평가방법(예: 공시가격)으로 세금을 신고했더라도, 과세관청이 나중에 실제 시가를 파악하기 위해 감정평가를 실시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과세관청이 의뢰한 감정평가액은 증여일로부터 상당한 시일이 지난 후 실시된 것이라 하더라도, 감정평가 기준일이 증여재산의 평가기간 내에 있고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는 등 법령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실제 시가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특히 공시가격과 실제 시장 가치의 차이가 큰 고액의 비주거용 부동산은 과세관청의 감정평가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증여세 신고 시점에 시가가 명확하지 않은 비주거용 부동산이라면, 과세관청의 추후 감정평가에 대비하여 자체적으로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의 감정평가를 미리 받아두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법원에서는 과세관청이 감정평가를 실시하여 시가를 확인하는 것이 공평한 과세를 위한 합리적인 행위로 보고 있으므로, 과세관청의 감정평가 결과에 이의가 있다면 감정평가액 자체의 적정성에 대해 구체적인 반증 자료를 준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