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창고 부지 매매 계약금 반환 및 용역비용 관련 분쟁

원고는 피고들로부터 물류창고 부지를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지급하였으나, 잔금 지급 기일에 잔금을 지급하지 못하여 피고들이 계약을 해제했습니다. 원고는 피고들의 인허가 지연을 잔금 미지급의 원인으로 주장하며 계약금 반환 및 지출한 용역비용의 반환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잔금 미지급이 이행거절에 해당하므로 계약 해제가 적법하며, 계약금 몰취가 부당하게 과다하지 않아 감액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원고가 지출한 용역비용은 원고가 부담하기로 한 범위에 속한다고 보아,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주식회사 A: 물류창고 개발 및 컨설팅업을 하는 회사로, 피고들로부터 토지를 매수하여 물류창고를 건축하려 했습니다.
• 피고들 (주식회사 B, 주식회사 C, 주식회사 D, E): 화성시 토지의 소유자들로, 원고에게 토지를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분쟁 상황

원고인 주식회사 A는 물류창고 개발 사업을 추진하며, 피고들로부터 화성시의 26필지 토지(총 매매대금 14,819,808,000원)를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원고는 2020년 9월 피고 B와 먼저 14억 6천만 원의 매매약정금을 지급하는 계약을 맺은 뒤, 2021년 2월 피고들 전체와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며 기존 매매약정금과 추가 지급금액을 합하여 총 16억 6천만 원을 계약금으로 지급했습니다. 계약상 잔금 지급 기일은 물류창고 건축허가를 받은 날로부터 2개월 이내였습니다.

피고들은 2022년 11월 30일 화성시장으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았고, 2022년 12월 14일 원고에게 잔금 지급 기한이 2023년 1월 31일임을 알리며 구체적인 자금 준비 상황 등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원고는 2023년 1월 17일, 피고들의 개발행위 인허가 지연으로 인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기 어려워 잔금 지급 의무를 이행하기 어렵다는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피고들은 이에 2023년 1월 19일과 2월 1일에 걸쳐 잔금 지급을 최고했음에도 원고가 잔금을 지급하지 않자, 2023년 2월 16일 원고에게 계약 해제를 통보했습니다.

이후 원고는 피고들을 상대로 기 지급한 계약금 중 일부인 8억 3천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그리고 원고가 지출한 지반조사 및 교통성 검토 용역비용 합계 1억 9천 9백 십만 원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원고의 잔금 미지급이 계약 해제의 정당한 사유가 되는지 여부
2. 피고들의 인허가 지연이 원고의 잔금 지급 의무 불이행에 대한 면책 사유가 되는지 여부
3. 계약 해제 시 몰취된 계약금이 손해배상 예정액으로서 부당하게 과다하여 감액될 수 있는지 여부
4. 원고가 지출한 용역비용이 피고들이 부담하기로 한 '개발행위변경허가 관련 제반 비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1. 계약 해제의 적법성: 원고는 잔금 지급 기일에 잔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때까지 잔금 지급 의무를 이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는 채무의 감경을 구하거나 새로운 조건을 내세워 계약 내용 변경을 요구하는 '이행거절'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피고들이 잔금 지급을 최고한 후 계약을 해제한 것은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2. 인허가 지연에 대한 책임: 원고는 피고들이 인허가 업무를 당초 약정보다 1년 늦게 처리하여 잔금 대출이 불가능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들이 2021년 12월 30일까지 인허가를 완료하기로 약정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며, 오히려 계약서에 '관할관청 사정에 따라 건축허가 기간이 늦어질 경우 상호협의 하에 기간 연장' 조항이 있었음을 지적했습니다. 피고들이 2022년 11월 30일에 건축허가를 받은 것을 인허가 미취득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고 보아 원고의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3. 계약금 몰취 및 손해배상액 감액 여부: 이 사건 매매계약 제8조의 계약금 몰취 조항은 민법 제398조에 따른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았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다음 사정을 고려하여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감액하지 않았습니다.
   • 원고가 피고들에 비하여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 계약금 16억 6천만 원이 전체 매매대금 148억 1,980만 8천 원의 약 11%에 해당하여 일반적인 거래 관행에 부합하며, 금액이 크더라도 매매대금 자체가 고액인 데서 비롯된 점.
   • 원고가 잔금 지급 의무를 불이행한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 계약금 몰취가 원고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거나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 민법 제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위반 주장 또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4. 용역비용 부당이득 반환 청구: 원고는 자신이 지출한 지반조사 등 용역비용 1억 7,160만 원과 교통성 검토 용역비용 2,750만 원이 피고들이 부담하기로 한 '개발행위변경허가 득하기까지 발생하는 제반비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들 용역이 건물을 신축하기 위한 것으로, 계약서상 원고가 부담하기로 한 '건축허가에 관한 업무 및 건축설계비용'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피고들이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얻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민법 제398조 (배상액의 예정)​:

  • 민법 제398조는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두는 약정(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조항입니다. 특히 제2항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이를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이 조항은 채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 발생 시, 실제로 발생한 손해액과 상관없이 미리 약정한 금액을 배상하게 하여 분쟁 해결을 간이하게 하고 채무 이행을 강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가 지급한 계약금 16억 6천만 원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매매대금의 약 11%에 해당하는 이 금액이 일반적인 거래 관행에 부합하고, 원고가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지 않으며, 잔금 미지급에 정당한 사유가 없었으므로, 이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볼 수 없어 감액하지 않았습니다. 즉, 법원은 예정액의 감액 여부를 판단할 때 채권자와 채무자의 지위, 계약의 목적과 내용, 예정 동기,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예상 손해액의 크기, 그 당시의 거래 관행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 민법 제103조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 민법 제103조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법률행위의 유효 요건 중 하나로, 사회의 일반적인 도덕 관념이나 공공 질서에 반하는 내용은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원칙입니다. 원고는 계약금 몰취 조항이 과도하여 민법 제103조를 위반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위약금 예정액이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보아 원고의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 부당이득 반환의 원칙:

  • 민법상 부당이득은 어떤 사람이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이나 노무로 이득을 얻고, 그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 그 이득을 반환해야 한다는 법리입니다. 부당이득의 반환을 청구하는 사람은 '법률상 원인이 없음'을 주장하고 증명해야 합니다.
  • 이 사건에서 원고는 자신이 지출한 용역비용이 피고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인데 피고들이 이득을 얻었다며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해당 용역비용이 계약서상 원고가 부담하기로 한 '건축허가에 관한 업무 및 건축설계비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피고들이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얻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 쌍무계약과 이행거절:

  • 쌍무계약은 매매계약과 같이 양 당사자가 서로 대가적인 의미를 가지는 채무를 부담하는 계약을 말합니다. 이러한 계약에서 일방 당사자가 자신의 채무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거나, 채무 이행을 위한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아 채무 이행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없는 경우를 '이행거절'이라고 합니다. 이행거절이 인정되면 상대방은 최고(이행 촉구) 없이도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 이 사건에서 원고가 대출을 받기 어려워 잔금 지급 의무를 이행하기 어렵다고 회신한 태도는 이행거절에 해당한다고 법원이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들의 계약 해제가 적법하다고 보았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 계약서 작성 시 명확한 조항 명시: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인허가 절차나 선행 조건이 있을 경우, 해당 절차의 완료 시점, 지연에 따른 책임 소재, 그리고 각 당사자가 부담할 비용의 범위를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개발행위변경허가 관련 제반 비용'과 '건축허가 및 건축설계비용'의 항목을 세분화하여 오해의 소지를 없애야 합니다.
• 자금 조달 계획의 신중한 검토: 계약 이행에 필요한 자금, 특히 대출이 중요한 요소라면 계약 체결 전 금융 시장의 변동성, 대출 가능성 및 조건 변화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만일 대출이 불가능해질 경우에 대비한 계약 해제 조건이나 잔금 지급 기일 연장 조항 등을 사전에 협의하여 계약서에 포함하는 것이 좋습니다.
• 이행 거절 의사표시의 위험성: 계약상 의무 이행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단순히 이행을 거절하기보다는 상대방에게 공식적으로 상황을 알리고, 계약 조항에 따른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거나 협의를 요청해야 합니다. 일방적인 이행 거절은 적법한 계약 해제의 사유가 되어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 손해배상액 예정의 의미: 계약금이 손해배상 예정액으로 정해진 경우, 일반적으로 계약금 비율(매매대금의 10~20%)은 법원에서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보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계약 위반 시 계약금을 몰취당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신중하게 계약에 임해야 합니다. 예정된 손해배상액이 부당하게 과다한지 여부는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원이 판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