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채무 · 행정
중소기업은행은 채무자 B이 자신의 배우자와 공동 소유하고 있던 부동산 지분을 B이 대표로 있는 회사에 매도한 행위가 채권자들의 채권 회수를 어렵게 하는 사해행위이며 해당 회사는 B의 채무 회피를 위한 명목상 법인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매매계약 취소 및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를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부동산 지분 매매 당시 이미 설정된 공동저당권의 피담보채무액을 고려할 때 채무자 B의 지분은 일반 채권자들의 공동 담보로 제공될 책임재산이 남아있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법원은 피고 법인이 채무면탈을 위한 법인격 남용에 해당하거나 매매계약이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한다는 원고의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중소기업은행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중소기업은행은 주식회사 C에 대한 대출금 채권의 연대보증인인 B이 15억 7,624만 5천 원 상당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B이 자신의 배우자 D와 공동 소유하던 부동산 중 본인 소유의 1/10 지분을 본인이 설립한 주식회사 A에 매매대금 8,300만 원으로 매도한 것을 문제 삼았습니다. 해당 부동산에는 B의 10억 원 대출금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F조합 명의의 채권최고액 12억 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습니다. 중소기업은행은 B의 이러한 부동산 지분 처분 행위가 채무초과 상태에서의 책임재산 감소를 야기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며, 주식회사 A는 B의 채무면탈을 위해 설립된 명목상 법인에 불과하여 매매계약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채무자 B이 자신의 배우자와 공동 소유한 부동산 중 1/10 지분을 본인이 설립한 주식회사 A에 매도한 것이 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주식회사 A가 채무면탈을 위한 명목상 법인에 불과하여 법인격 남용 또는 통정허위표시로 보아 매매계약이 무효인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원고 중소기업은행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 부동산에 설정된 공동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을 고려할 때 채무자 B 소유 지분은 일반 채권자들의 책임재산이 남아있지 않았으므로 사해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 회사가 법인격 남용에 해당하거나 매매계약이 통정허위표시라고 볼 증거도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재판부는 채무자가 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의 일부 지분을 매도한 행위는 해당 지분이 이미 채무에 충분히 담보되어 일반 채권자들에게 돌아갈 실질적인 재산이 없는 경우 사해행위로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관련 회사의 법인격을 부정하거나 매매계약을 허위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하여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채무자가 재산을 처분한 행위가 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매수 법인이 '법인격 남용'에 해당하거나 매매계약이 '통정허위표시'인지 여부가 주된 쟁점이었습니다.
사해행위취소의 법리: 민법 제406조(채권자취소권)에 따르면,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 때 채권자는 그 취소 및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채권자를 해하는 행위'는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감소시켜 채무자의 채무 변제 능력을 부족하게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공동저당권과 책임재산 산정: 수 개의 부동산에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각 부동산이 부담하는 피담보채권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368조의 규정 취지에 비추어 공동저당권의 목적으로 된 각 부동산의 가액에 비례하여 안분한 금액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그 수 개의 부동산 중 일부는 채무자 소유이고 다른 일부는 물상보증인의 소유인 경우에는, 물상보증인이 민법 제481조(변제자의 대위) 및 제482조(변제자대위의 효과)의 규정에 따른 변제자대위에 의하여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대하여 저당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그 물상보증인이 채무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관한 피담보채권액은 공동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 전액으로 봄이 상당하다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3. 7. 18. 선고 2012다5643 전원합의체 판결)가 적용되었습니다. 이는 하나의 공유부동산 중 일부 지분이 채무자의 소유이고, 다른 일부 지분이 물상보증인의 소유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채무자 B의 1/10 지분과 물상보증인 D의 9/10 지분에 공동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으므로, B의 지분 가액에서 공동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 전액을 공제한 금액이 책임재산으로 산정되었습니다.
법인격남용 및 통정허위표시의 법리: '법인격남용'은 법인이 채무면탈 등 위법한 목적 달성을 위해 형식적으로만 설립되거나 법인격이 형해화되어 개인이 사실상 법인의 행위를 지배하며 법인의 존재를 개인의 도구처럼 이용한 경우에 법인격을 부인하고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법리입니다. '통정허위표시'는 민법 제108조에 따라 상대방과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는 무효로 보는데, 이는 계약 당사자들이 실제로는 매매 의사가 없으면서도 외형상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가장한 경우를 말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법인이 정당하게 설립된 실체가 있는 법인이며, 매매계약이 채무면탈을 위한 법인격 남용이나 허위의 거래에 해당한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채무자가 부동산을 처분한 행위가 사해행위로 인정되려면 해당 부동산이 채무자의 일반 채권자들을 위한 공동 담보, 즉 '책임재산'으로서의 가치가 남아있어야 합니다. 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의 경우, 피담보채무액을 공제하고 남은 가액이 책임재산이 됩니다. 특히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과 물상보증인(타인의 채무를 위해 자신의 재산을 담보로 제공한 자) 소유의 부동산에 공동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다면, 채무자의 구상권 행사 가능성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 소유 부동산의 부담액은 공동저당권의 전체 피담보채무액으로 간주되어 책임재산이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법인격 남용이나 통정허위표시 주장은 법인의 실체가 없거나 거래가 실제 의사와 달리 꾸며졌다는 점을 명확히 입증해야만 법원에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특수관계인 간의 거래이거나 자금 흐름이 복잡하다는 이유만으로는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