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피고인 B는 구인구직 앱을 통해 '부동산 경매 전문 회사'의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고용되어, 부동산 경매 물건 사진 촬영 업무를 하다가 이후 피해자들로부터 저금리 대출 상환 명목 등의 현금을 직접 수거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1심 법원은 피고인 B에게 사기 및 사기미수 혐의를 인정하여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으나,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는 것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고의 또는 미필적 고의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명령도 취소했습니다.
피고인 B는 구인구직 앱을 통해 'A'라는 이름의 회사로부터 부동산 경매 물건 사진 촬영 업무를 제안받아 수행했습니다. 이후 'M 과장'이라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경매 계약금 회수'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수거하는 지시를 받았고, 이에 따라 2022년 1월 25일부터 2월 16일까지 총 9명의 피해자로부터 저금리 대출 상환, 공탁 예탁금, 정책 자금 대출 상환, 신용등급 하락 목적 등으로 위장된 현금 총 2억 7천만원(약 270,000,000원)을 수거하거나 수거하려 했습니다. 피고인은 2022년 2월 16일 피해자 AL로부터 5천만 원을 수거하려다 현행범으로 체포되었습니다.
피고인 B가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는 것임을 인식하거나 최소한 그 가능성을 예견하고도 이를 용인하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 즉 사기죄의 주체로서의 고의 또는 사기 방조죄의 방조 고의가 인정되는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원심 판결 중 피고사건 부분을 파기하고 피고인 B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또한, 원심 판결 중 배상신청인 H, I에 대한 배상명령 부분을 취소하고, 배상신청인 H, I의 배상신청을 모두 각하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 B가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에 대한 고의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구체적인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인은 정식 대면 면접 없이 채용되었으나, 자신을 고용한 회사명이 인터넷에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으며, 초기에는 경매 물건 사진 촬영 등 보이스피싱과 무관한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둘째, 피고인이 현금 수거를 지시받을 때 오고 간 메신저 대화 내용에는 보이스피싱을 암시하는 내용이 없었고, 계속해서 보이스피싱과 무관한 업무 지시도 병행되었습니다. 셋째, 피고인은 피해자들과 대화를 거의 나누지 않았고, 추적이 가능한 교통수단을 이용했으며, 얼굴을 가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습니다. 넷째, 구직 앱의 사용자 평가글에 보이스피싱 관련 내용이 있었으나, 피고인이 이를 반드시 읽고 범행에 가담했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다섯째, '부동산 매매는 세금 때문에 현금 거래를 한다'는 설명으로 인해 탈세 등 불법을 의심했을 수는 있으나, 이를 넘어 보이스피싱이라고 인식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여섯째, 일당 15만 원이 다소 고액이긴 하지만, 보이스피싱 수익을 분배받은 것이거나 범행 가담을 용인할 정도의 금액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피고인은 2002년 6월생의 사회초년생으로 직장 경험이 거의 없고, 언론 등을 통해 자신이 한 행위가 보이스피싱 수법이라는 것을 접해보았다는 증거가 없어, 이례적인 채용 및 업무 방식에도 불구하고 보이스피싱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따라서 주위적 공소사실인 사기 및 사기미수와 예비적 공소사실인 사기방조 및 사기미수방조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은 형법상 사기죄, 사기미수죄, 그리고 이들의 방조죄 성립 여부를 다루고 있습니다. 핵심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기죄 (형법 제347조): 사람을 속여 재물을 받거나 재산상의 이득을 얻으면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피해자를 속여 돈을 편취한 행위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사기미수 (형법 제352조): 사기죄의 미수범도 처벌 대상입니다. 피고인이 현금을 수거하려다 경찰에 체포된 부분이 이에 해당될 수 있었습니다.
공범 및 방조죄 (형법 제30조, 제32조):
범죄의 고의 (형법 제13조): 어떤 행위가 범죄로 처벌되려면 행위자가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는 객관적인 사실을 인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를 '고의'라고 합니다. 결과 발생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이를 용인하는 심리를 '미필적 고의'라고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 B가 자신이 하는 현금 수거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는 것임을 명확히 '알았는지(고의)' 또는 최소한 '알 수 있었다고 볼 만한지(미필적 고의)'가 핵심 쟁점이었으며, 법원은 증거 부족으로 고의를 부정했습니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2조 및 제33조 (배상명령): 이 법률은 범죄 피해자가 형사 재판 과정에서 간편하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제32조 제4항에 따라 배상신청이 각하된 피해자는 불복할 수 없으며, 제33조 제1항에 따라 유죄 판결에 대한 상소가 제기되면 배상명령의 확정은 멈추고 피고사건과 함께 상소심으로 넘어갑니다. 또한, 제33조 제2항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되면 배상명령은 취소되고 배상신청은 각하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무죄 판결을 받음으로써 배상명령도 취소되고 배상신청이 각하되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무죄 판결):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않거나 범죄 사실의 증명이 부족할 경우 법원은 판결로써 무죄를 선고해야 합니다. 이 사건 항소심은 피고인에 대한 범죄 사실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비대면 채용이거나 고용주의 신원이 불분명한 구인 공고는 보이스피싱 등 범죄와 연관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각별히 유의해야 합니다. 업무 내용이 현금 수거 또는 통장 이체와 같이 비정상적인 금전 거래를 포함하거나, 자신의 직업 경험 및 상식에 비추어 과도하게 높은 보수를 제안한다면 즉시 의심하고 경찰 등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하거나 대출 상환, 저금리 대출 전환 등의 명목으로 현금을 요구하는 경우 절대 응해서는 안 됩니다. 본 사건의 피고인처럼 사회초년생이나 경제적 약자는 범죄 조직의 표적이 되기 쉬우므로, 비정상적인 구인 제안에는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본인이 범죄에 연루되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주저하지 말고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소명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