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채무 · 행정
국가(원고)는 거액의 조세 체납이 있는 남편 B이 아내 A(피고)에게 임대아파트 분양권을 증여한 행위가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라고 주장하며 증여계약을 취소하고 그 가액을 반환하라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아파트 취득 자금의 상당 부분을 아내 A가 부담했고 B 명의의 소유권 이전등기가 명의신탁에 의한 것으로 보아 해당 증여가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남편 B은 ㈜C의 대표로서 약 2억 5,915만 원 상당의 부가가치세 및 법인세 등의 조세 체납액이 있었습니다. B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소유의 임대아파트에 대해 임대차계약을 맺고 보증금 9,376만 원을 지급한 상태에서 아내 A 및 자녀와 함께 거주해 왔습니다. 하지만 B의 다른 채권자들(㈜E, F, G회사, H회사)이 이 임대차보증금 반환 채권의 대부분(약 8,592만 원)을 압류하거나 양도받아 남은 보증금은 783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이후 LH가 해당 아파트를 2억 9백만 원에 분양 전환 공고를 냈고, B은 분양 신청 후 2020년 12월 9일 LH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날 본인 명의로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쳤습니다. 그런데 같은 날 B은 이 아파트를 배우자 A에게 증여하고 소유권 이전등기도 마쳐주었습니다. 아내 A는 아파트를 담보로 1억 9천만 원을 대출받아 B의 채권자들에게 약 8,592만 원을 대위변제하여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의 부담을 없애고, LH에 분양 잔금 1억 526만 원을 납부했습니다. 이후 A와 B는 2021년 5월 11일 협의이혼했습니다. 국가(원고)는 B이 채무초과 상태에서 A에게 아파트를 증여한 것이 다른 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므로 증여계약을 취소하고 A에게 2억 9백만 원을 반환하라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남편 B이 채무초과 상태에서 아내 A에게 아파트를 증여한 행위가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인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해당 아파트가 남편 B의 책임재산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원고인 대한민국의 청구를 기각합니다.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결정되었습니다.
법원은 남편 B이 아내 A에게 아파트를 증여한 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 아파트의 임대차 계약과 거주 상황, 분양전환 과정에서 아내 A가 분양 잔금의 대부분을 직접 부담한 점. 둘째, 남편 B 명의의 소유권 이전 등기는 아내 A와 남편 B 사이의 명의신탁 약정에 따른 것으로 보이며, 이를 조세 포탈 등의 목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점입니다. 따라서 이 아파트 또는 그 지분을 남편 B의 일반 채권자들에 대한 공동 담보, 즉 책임재산으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덧붙여, 설령 명의신탁 약정을 인정할 수 없더라도,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의 성격으로 볼 때 아내 A가 취득한 이익이 상당한 정도를 벗어나는 과대한 재산분할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채권자취소권'과 관련된 법리가 적용됩니다.
채권자취소권(사해행위취소): 민법 제406조에 규정된 채권자취소권은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칠 것을 알면서 자신의 재산을 감소시키는 법률행위(사해행위)를 했을 때, 채권자가 그 행위를 취소하고 재산을 원상회복시킬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 대한민국은 남편 B이 채무초과 상태에서 아내 A에게 아파트를 증여한 것이 국가의 조세 채권을 해하는 사해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채무자의 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 그 목적물이 채무자의 전체 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중, 채무자의 무자력 정도, 법률행위의 경제적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의무성이나 불가피성, 채무자와 수익자(여기서는 A) 간의 통모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특정 채권자에게 채무 본래 목적이 아닌 재산을 양도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사해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부부의 특유재산 및 명의신탁: 부부 일방의 단독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 명의자의 특유재산으로 추정되지만, 다른 일방이 실제로 그 재산의 대가를 부담했음을 증명하면 그 추정은 번복될 수 있습니다. 즉, 이 사건에서 아내가 아파트 매매대금의 대부분을 부담했음을 증명했으므로, 남편 B 명의의 소유권 이전등기는 아내 A가 남편 B에게 명의신탁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부동산의 명의수탁자가 신탁행위에 따른 반환의무 이행으로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는 행위는 기존 채무의 이행으로서 사해행위를 구성하지 않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아파트 취득 자금의 상당 부분을 아내 A가 부담했고, B 명의의 등기가 명의신탁에 의한 것이며, 이를 조세 포탈 목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아파트를 B의 책임재산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과 사해행위: 민법 제839조의2 제2항은 협의이혼 시 재산분할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은 부부가 혼인 중 형성한 공동 재산을 청산하는 성격이 강하며, 배우자에 대한 부양적 성격도 포함됩니다. 채무초과 상태의 채무자가 이혼하면서 배우자에게 재산분할로 재산을 양도하여 채권자에 대한 공동 담보가 줄어들더라도, 그 재산분할이 상당한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사해행위로 취소되지 않습니다. 다만, 상당한 정도를 벗어나는 과대한 부분은 사해행위로 취소될 수 있으며, 그 입증 책임은 채권자에게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설령 명의신탁 약정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증여가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로 볼 수 있으며, 아내가 얻은 이익(남은 임대차보증금과 분양전환권 등)이 과대한 재산분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부가적으로 판단했습니다.
부부간 재산 이전 시에는 누가 해당 재산의 취득에 필요한 비용을 실제로 부담했는지 명확한 증거(예금 이체 내역, 대출 상환 내역 등)를 남겨두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채무자가 재산을 증여하거나 처분하는 경우, 그 행위가 '사해행위'로 인정되면 법적으로 취소될 수 있으며, 이는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감소시켜 채권자에게 손해를 끼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명의신탁 약정을 통해 재산을 등기하는 경우, 그 목적이 조세 포탈이나 강제집행 면탈 등이 아닌 정당한 목적이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충분히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혼 시 재산분할은 공동 재산의 청산이라는 성격이 강하지만, 채무 초과 상태에서 배우자에게 지나치게 많은 재산을 분할하는 것은 사해행위로 취소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적정한 수준을 고려해야 합니다. 임대아파트의 분양전환권이나 임대차보증금 반환 채권 등도 중요한 재산권으로 인정되므로, 이러한 권리의 소유 관계 및 재산적 가치에 대한 법적 판단에 유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