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법인세 수십억 원 부과 취소 결정 판결

주식회사 A는 세무조사 결과, 선수금 회계 처리 방식에 문제가 있어 수입 금액을 누락하고 대표이사가 법인 자금을 유출했다는 이유로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거액의 법인세를 부과받았습니다. 처음 김해세무서장이 약 130억 원을 부과했으나 일부가 취소되었고, 이후 102억 원을 다시 부과했습니다. 이 2차 부과 역시 조세심판원에서 2014년 귀속분 97억여 원이 취소되고 2015년 귀속분 4억여 원만 남았습니다. 그 후 분당세무서장이 2차 부과처분 심판결정에 따라 2015년 귀속 법인세 73억여 원과 11억여 원을 추가로 부과하는 3차 부과처분을 했습니다. 이에 A사는 중복 과세, 부과 제척 기간 위반, 그리고 선수금의 수입 귀속 시기 오류 등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2차 부과처분 중 일부는 이미 과세된 부분으로 중복 과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으며, 3차 부과처분 역시 선수금의 수입 귀속 시기를 2015년으로 본 것이 적절하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해당 법인세 부과처분 대부분을 취소했습니다. 최종적으로 피고 분당세무서장이 부과한 2015년 귀속 법인세 약 71억 2천8백만 원 중 극히 일부인 336만 원을 초과하는 부분을 취소하고, 김해세무서장에 대한 소는 각하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주식회사 A: 평판 디스플레이 모듈 라인 제조 등을 하는 회사로, 세무 당국으로부터 법인세를 부과받아 이에 불복하고 소송을 제기한 원고입니다.
• 분당세무서장: 주식회사 A에 법인세를 최종적으로 부과한 피고 세무서장입니다.
• 김해세무서장: 주식회사 A에 최초 법인세 부과 및 2차 법인세 부과를 했던 피고 세무서장입니다.

분쟁 상황

주식회사 A는 2000년에 설립되어 김해시에 본점을 두고 영업을 하던 중, 2015년 사업부를 양도하고 2021년 본점을 이전했습니다. 2016년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A사가 2006년부터 2013년까지 매출액을 선수금으로 조작하여 수입 시기를 조정한 혐의와 대표이사가 법인 자금을 유출한 혐의가 드러났습니다. 이에 김해세무서장은 2016년에 1차 법인세 부과(약 130억 원)를 했고, A사가 조세심판을 제기하자 2018년에 일부를 직권으로 취소했습니다. 이후 김해세무서장은 2차 법인세 부과(약 102억 원)를 다시 했고, A사의 재심판 청구에 따라 조세심판원은 2014년 귀속분 97억여 원을 취소하고 2015년 귀속분 4억여 원만 남겼습니다. 이에 따라 관할 세무서가 분당세무서장으로 변경되면서, 조세심판원의 결정 취지를 반영한다는 명목으로 2015년 귀속 법인세 약 85억 원(73억여 원 + 11억여 원)을 부과하는 3차 부과처분을 했습니다. A사는 이 과정에서 부과된 세금이 중복 과세되었거나,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법정 기한을 넘겼거나, 선수금의 수입 귀속 시기가 잘못 적용되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세무 당국의 법인세 부과 처분이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법한지 여부였습니다.

1. 중복 과세 여부: 2차 부과 처분 중 일부가 이미 1차 부과 처분에서 과세된 부분에 해당하여 이중으로 세금이 부과되었는지.
2. 부과 제척 기간 도과 여부: 3차 부과 처분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법정 기간인 '부과 제척 기간'을 넘겨서 이루어진 것인지.
3. 선수금의 수입 귀속 시기: 회사가 미리 받은 돈(선수금)을 어느 사업연도의 수입으로 보아야 하는지, 즉 수입으로 인식하는 시기가 세무 당국의 주장대로 2015년이 맞는지.

법원의 판단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1. 피고 분당세무서장이 2021년 7월 5일 원고 주식회사 A에 부과한 2015 사업연도 귀속 법인세 7,128,001,720원 중 3,360,000원을 초과하는 부분(약 71억 2천4백만 원)을 취소한다.
2. 피고 김해세무서장에 대한 소는 각하한다.
3. 소송 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법원은 잔존 2차 부과처분(약 4억 2천8백만 원)에 대해 이미 과세가 이루어진 부분에 대한 중복 과세로 판단하여 위법하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잔존 3차 부과처분(약 71억 2천8백만 원)의 경우, 선수금의 수입 귀속 시기를 2015년으로 볼 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으므로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본세와 함께 부과된 가산세 부분도 모두 취소되어야 한다고 결정했습니다.

결론

이 판결은 세무 당국이 기업에 법인세를 부과할 때, 과세 소득의 존재와 해당 소득이 특정 사업연도에 귀속되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입증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습니다. 특히, 선수금과 같이 수입 인식 시기가 유동적인 항목에 대해서는 계약 내용, 실제 급부 이행 시기, 대금 지급 조건 등 구체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판단해야 하며, 기존 회계 처리 방식이나 외부 감사 의견만으로는 과세 처분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중복 과세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과, 조세심판원의 결정에 따른 후속 처분이라 하더라도 관련 법규와 사실 관계에 비추어 정당성이 인정되어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하여 법원이 적용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부과제척기간 특례 (구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6항 제1호의2)​: 지방국세청장이나 세무서장이 심판청구 결정이 확정되어 다른 과세 기간의 세금 조정이 필요할 경우, 결정이 확정된 날부터 1년 내에 세금을 고치거나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습니다. 이 규정은 조세 정의를 실현하고 납세 의무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반드시 납세자에게 유리한 결정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법원은 해석했습니다.
2. 익금과 손금의 귀속 사업연도 (법인세법 제40조 및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68조, 구 법인세법 시행규칙 제33조)​: 법인세법은 수입(익금)과 비용(손금)이 확정된 날이 속하는 사업연도를 귀속 사업연도로 정하고, 상품 판매의 경우 '인도한 날'을 기준으로 합니다. '인도한 날'은 물품을 계약상 인도해야 할 장소에 보관한 날이거나, 검사가 완료된 날로 봅니다. 계약의 성격(제작물 공급 계약, 용역 계약 등)에 따라 수입 인식 시기가 달라질 수 있지만, 본 사건에서는 계약의 내용과 대금 지급 시기 등을 고려할 때 '인도한 날' 기준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3. 기업회계기준 또는 관행의 적용 (법인세법 제43조)​: 법인세법은 기업이 일반적으로 공정하고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기업회계기준이나 관행을 계속 적용하는 경우,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이를 따르도록 합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회사의 선수금 회계 처리가 일반적으로 공정, 타당한 관행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4. 과세처분의 적법성 입증책임: 세금을 부과하는 처분의 적법성은 과세관청이 입증해야 합니다. 즉, 어느 사업연도의 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려면 과세관청이 해당 소득이 있다는 사실과 그 소득이 해당 사업연도에 귀속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5. 증액경정처분과 감액경정처분 심판 대상 법리: 세금이 늘어나는 '증액경정처분'이 있는 경우, 원래의 세금 신고나 결정은 증액된 처분에 흡수되어 독립적인 존재 가치를 잃습니다. 따라서 증액경정처분만이 소송의 대상이 되고, 납세 의무자는 이 소송에서 원래의 신고나 결정에 대한 위법 사유도 함께 주장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세금이 줄어드는 '감액경정처분'은 원래 처분의 일부를 취소하는 것이므로, 원래 처분 중 감액되고 남은 부분이 소송 대상이 됩니다.
6. 가산세 부과 요건: 가산세는 본세(기본 세금)가 유효하게 확정되었음을 전제로, 납세 의무자가 법정 기한 내에 과세 표준과 세액을 제대로 신고하거나 납부하지 않았을 때 부과됩니다. 따라서 본세의 납세 의무 자체가 인정되지 않아 본세가 취소될 경우에는 가산세도 따로 부과할 수 없습니다.

참고 사항

비슷한 문제 상황을 겪는 기업들은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1. 회계 처리의 명확성 유지: 선수금 등 수입 인식 시기가 불분명할 수 있는 항목은 계약서, 납품 확인서, 검수 보고서 등 관련 서류를 통해 언제 수입으로 확정되는지 명확히 하고, 이를 회계 장부에 일관성 있게 기록해야 합니다.
2. 계약서의 중요성: 공급 계약 시 대금 지급 시기, 납품 및 검수 조건, 소유권 이전 시점 등을 명확히 규정하여 향후 세무상 쟁점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3. 세무 조사 대응: 세무 조사 시 국세청의 주장에 대한 합리적인 반박 근거 자료를 충분히 확보하고 제시해야 합니다.
4. 불복 절차 활용: 과세 처분이 부당하다고 생각될 경우, 조세심판원 심판 청구, 행정소송 등 적법한 불복 절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권리를 구제받아야 합니다.
5. 입증 책임의 이해: 과세 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입증 책임은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에 있으므로, 세무 당국이 제시하는 과세 근거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6. 가산세 고려: 본세가 부당하다고 판단되어 취소되는 경우, 일반적으로 본세에 부과되었던 가산세도 함께 취소되므로, 가산세 부분에 대해서도 함께 다툴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