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으로 오해받은 무죄 판결

피고인 B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수거책 역할을 하며 피해자들로부터 수천만 원을 편취하거나 편취하려 한 혐의(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사기미수)로 기소되었습니다. 피고인은 비대면 채용 절차를 통해 'L'이라는 회사의 '고객 의뢰 서류 배달 및 의뢰금 전달' 업무를 담당했으며,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하여 위조된 서류를 건네고 현금을 수거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한다는 사실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고, 합리적 의심 없이 유죄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해자의 배상명령신청도 기각되었습니다.

관련 당사자

• 피고인 B: 온라인 채용공고를 통해 보이스피싱 조직에 고용되어 현금수거책 역할을 한 홀서빙 직업의 개인.
• 전화금융사기 조직원 (성명불상): 피고인 B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위조 서류를 전달한 보이스피싱 조직의 구성원들. 총책, 관리책, 유인책 등으로 구성됨.
• 피해자 S, 주원경, H, Q, R, K: 보이스피싱 조직의 기망 행위에 속아 현금을 교부하거나, 편취당할 뻔한(미수) 개인들.
• 배상신청인 F: 피고인 B에게 범죄 피해에 대한 배상을 요청한 피해자.

분쟁 상황

피고인 B는 온라인 채용공고를 통해 '고객 의뢰 서류 배달 및 의뢰금 전달' 업무를 제안받아 시작했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은 피해자들에게 전화하여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하며, 정부 지원 대출을 해주겠다거나 기존 대출 상환을 위해 현금으로 납부해야 한다고 속였습니다. 이후 피고인 B는 조직원의 지시에 따라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하며 위조된 채무변제 상환내역 확인서, 대출금상환증명서, 납부증명서 등을 건네주고 피해자들로부터 총 6,700만원의 현금을 수거하거나(사기) 1,160만원을 수거하려다 경찰에 붙잡혔습니다(사기 미수).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피고인 B가 자신이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는지, 즉 범죄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였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의 비정상적인 채용 과정과 업무 수행 방식을 들어 유죄를 주장했으나, 피고인은 정상적인 업무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인 B의 모든 공소사실(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사기미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행 가담을 인식하지 못한 채 해당 행위들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범죄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배상신청인의 배상명령신청도 각하되었습니다.

결론

피고인 B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고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사기, 사문서위조 등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고, 법원은 피고인에 대한 판결 요지를 공시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법률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형사소송법 제325조 (무죄판결)​: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는 원칙(in dubio pro reo)'과 '범죄 증명의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burden of proof)'는 원칙에 따라,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하다는 확신을 가질 수 없는 경우에는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해야 합니다.
2. 공동정범의 성립 조건: 2명 이상이 함께 범죄를 저지르는 공동정범이 되려면 범죄에 함께 가담하여 이를 공동으로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이 있어야 합니다. 이는 직접적으로 명시되지 않아도 순차적 또는 암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지만, 주관적인 의사 결합이 중요합니다.
3. 미필적 고의: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불확실하지만, 그 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피고인의 진술뿐만 아니라 외부 행동이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일반인이라면 어떻게 평가할지 기준으로 심리 상태를 추정합니다.
4. 형법 제58조 (판결의 요지 공시)​: 무죄판결을 선고할 때, 법원의 판단 요지를 대중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법원이 그 요지를 공시할 수 있도록 합니다.
5.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2조 제1항 제2호, 제25조 제3항 제3호 (배상명령 각하)​: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되거나 공소기각 결정이 내려지는 등 배상명령을 할 만한 이유가 없게 되면 피해자의 배상명령신청은 각하(기각)됩니다. 이는 형사사건의 유죄판결을 전제로 하는 배상명령의 특성 때문입니다.

참고 사항

비슷한 상황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다음 사항들을 주의해야 합니다.

1. 수상한 채용 과정 경계: 비대면으로 이루어지거나, 상세한 면접이나 근로계약서 작성이 생략된 채 고액의 현금 취급 업무를 제안하는 일자리는 보이스피싱과 연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 업무 내용 확인 철저: '고객에게 서류를 전달하고 현금을 받아오는' 방식의 업무는 대부분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의 전형적인 수법이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3. 개인 정보 요구 경계: 신분증, 주민등록등본 등 민감한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경우 반드시 그 목적과 안전성을 확인해야 합니다.
4. 금융기관 사칭 주의: 어떠한 금융기관도 기존 대출 상환을 명목으로 현금을 직접 요구하거나, 현금 인출 후 특정 장소로 가져오도록 지시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요구는 100% 보이스피싱입니다.
5. 신분 노출에 대한 인식: 자신이 범죄에 가담한다는 인식이 있었다면 신분 노출이 쉬운 카카오택시 사용이나 체크카드 사용을 피했을 것이라는 법원의 판단처럼, 자신의 행위가 추후 어떻게 증거가 될지 예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