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근로자 F가 새벽에 소형 전동지게차를 이용하여 파렛트 이송 작업을 하던 중 후진 과정에서 사고를 당하여 심한 부상을 입었습니다. F는 사고 이후 3차례의 수술에도 불구하고 1년 넘게 정상적인 보행이 불가능했고, 회복이 어렵다는 진단을 받으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결국 자살에 이르렀습니다. F의 유족들은 F가 소속된 H를 운영하는 피고 C에게 안전배려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1심에서 승소했습니다. 피고 C는 항소심에서 ▲F의 작업이 업무 범위가 아니었고 ▲안전 조치를 충분히 했으며 ▲F의 사망이 사고와 무관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은 피고의 주장을 모두 기각하고 1심 판결과 같이 피고 C가 원고들에게 각 1억 6천여만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피고 C가 운영하는 H 소속 근로자 F는 피고보조참가인 E 주식회사의 공장에서 음료 혼적 작업을 수행했습니다. 혼적 작업을 위해서는 각기 다른 음료가 담긴 파렛트를 작업장까지 이송해야 했는데, F은 새벽에 이 작업을 소형 전동지게차로 하다가 후진 중 사고를 당했습니다. F은 이 사고로 다리 등에 심각한 부상을 입고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으나, 회복이 더디고 완치가 어렵다는 진단을 받으면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다 결국 자살했습니다. 이에 F의 유가족들은 피고 C가 근로자에 대한 안전배려의무를 소홀히 하여 사고가 발생했고, 이 사고가 F의 사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피고 C는 F의 작업이 계약상 업무가 아니었고, 필요한 안전 조치는 다 했으며, 사망은 사고와 무관하다고 반박하며 법적 다툼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근로자 F가 소형 전동지게차를 이용한 파렛트 이송 작업을 하던 중 사고를 당했는데, 이 작업이 과연 F의 공식적인 업무 범위에 포함되는지 여부. 둘째, 피고 C가 근로자 F에 대해 안전한 작업 환경을 제공해야 하는 보호의무 및 위험 방지 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 셋째, 피고 C의 안전 의무 위반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발생한 사고가 F의 사망(자살)으로 이어졌다는 것에 대한 법적인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은 피고 C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과 동일하게 피고 C가 원고들에게 각 1억 6천11만 2040원 및 사고 발생일(2019년 7월 19일)부터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소형 전동지게차를 이용한 파렛트 이송 작업이 비록 하도급 계약서에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혼적 작업의 필수적인 과정이며 암묵적으로 하수급 당사자의 업무 범위에 포함되었다고 판단하여 F의 업무 관련성을 인정했습니다. 또한 피고 C가 사고 발생 장소에 신호수를 배치하지 않고 충분한 안전교육을 실시했다는 객관적인 증거도 없으므로, 소속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 및 위험방지 조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F이 사고 이후 3차례의 수술과 1년이 넘는 장기간의 회복 지연, 그리고 회복 불가능 진단 등으로 인해 극심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이것이 자살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으므로, 피고의 의무 위반과 F의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중요한 법률적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사용자의 안전배려의무입니다.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의무로서,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안전하고 쾌적한 작업 환경을 제공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작업 내용에 대한 안전 교육, 위험 장소에 대한 안전 조치(예: 신호수 배치), 적절한 장비 제공 등이 포함됩니다. 피고 C는 이러한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인정되었습니다. 둘째, 업무 관련성의 원칙입니다. 근로자가 사고를 당한 행위가 비록 공식적인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았더라도, 해당 업무의 수행에 필수적이거나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경우라면 업무와 관련된 행위로 인정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소형 지게차를 이용한 파렛트 이송 작업이 혼적 작업의 필수적인 준비 과정으로 인정되어 F의 업무 범위에 포함된다고 보았습니다. 셋째, 상당인과관계의 원칙입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려면 가해자의 행위와 피해자의 손해 사이에 원인과 결과의 관계, 즉 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사고로 인한 F의 심각한 부상, 장기간의 치료와 회복 지연, 그리고 이로 인한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자살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고 판단하여, 피고 C의 안전배려의무 위반과 F의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보았습니다.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첫째, 근로자의 업무 범위는 명시적인 계약 내용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암묵적으로 이루어지거나 업무 수행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작업까지 포함될 수 있으므로, 고용주는 모든 관련 업무에 대해 안전 관리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둘째, 작업 현장에서는 위험 요소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장소라 할지라도, 지게차 등 장비를 사용하는 경우 반드시 신호수 배치, 안전 교육 강화 등 철저한 안전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셋째, 산업재해 발생 시 고용주는 사고로 인한 근로자의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적 고통과 장기적인 예후까지 충분히 고려하여 필요한 지원과 관리를 해야 합니다. 사고로 인한 심각한 상해가 근로자의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쳐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진 경우에도 사고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