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지상파 방송사업자인 원고는 2022년 3월 20대 대통령 선거를 주제로 한 시사프로그램 'C'에서 특정 인터넷 언론사가 보도한 'F와 G 사이의 대화 녹취록' 내용을 다루었습니다. 약 1년 6개월 후 해당 녹취록의 제공자 G과 F 사이에 거액의 금전거래가 있었고 녹취록이 편집 보도되었음이 드러나며 '대선 공작'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원고의 방송이 공정성, 객관성, 오보정정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하여 방송통신위원회(피고)에 과징금 부과를 요청했습니다. 피고는 당시 5인의 정원 중 3인이 결원인 2명의 위원으로만 구성된 상태에서 회의를 열어 원고에게 1,5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원고는 이에 대해 피고의 처분이 절차적으로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022년 3월 8일, 주식회사 A의 시사프로그램 'C'은 'D'라는 제목으로 20대 대통령 선거 관련 'F와 G 사이의 대화 녹취록' 및 대선 후보 단일화 사안을 보도했습니다. 약 1년 6개월 후, 해당 녹취록을 제공한 G이 F와 거액의 금전거래를 한 사실과 인터넷 언론사 E가 녹취록 일부를 생략 편집하여 보도한 사실이 드러나며 'F·G 거짓 인터뷰 대선 공작'이라는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이에 2023년 9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소위원회는 긴급 심의 안건으로 이 사건 방송을 상정하여 과징금 의견을 의결했습니다. 이후 방심위 전체회의를 거쳐, 주식회사 A가 녹취록의 진위 및 편집 여부 불분명에도 불구하고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전달하고 진위 여부를 의심하는 입장을 소개하지 않았으며, 대선 후보 관련 내용을 편파적으로 다루고 오보 정정을 하지 않음으로써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공정성, 객관성, 오보정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1,500만 원의 과징금 의결을 하고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재조치를 요청했습니다. 2024년 1월 9일, 방송통신위원회는 당시 5인의 상임위원 중 3인이 결원인 2인의 위원으로만 구성된 상태에서 회의를 열어 방심위의 요청대로 1,500만 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습니다. 주식회사 A는 이러한 과징금 부과 처분이 절차적으로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법정 정원 5인 중 3인이 결원인 2인의 위원만으로 구성된 상태에서 내린 과징금 부과 처분이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의 의사결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절차적으로 위법한지 여부
법원은 피고(방송통신위원회)가 원고(주식회사 A)에게 부과한 과징금 1,500만 원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방송통신위원회가 법률이 정한 정원 5인 중 3인이 결원인 2인의 위원만으로 구성된 상태에서 원고에 대한 제재처분을 의결한 것은 합의제 행정기관의 본질적 개념 표지에 부합하지 않으며,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이라는 의결정족수 요건을 실질적으로 충족하지 못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본 판례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방통위법) 및 합의제 행정기관의 의사결정 원리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방통위법 제13조 제2항은 '위원회의 회의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하는데, 법원은 이 '재적위원'의 의미를 단순히 현재 존재하는 위원이 아닌, 합의제 행정기관의 본질을 구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구성원 수(3인 이상)를 전제로 해석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의사결정의 신중성, 공정성, 합리성을 도모하고 특정 정파에 의해 장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위원이 함께 논의하는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설립되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 교환과 상호 견제 및 균형이 필수적이며, 최소한 3인 이상의 구성원이 존재해야 그 목적이 달성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다수결 원리가 정당하게 작동하려면 소수 의견도 토론 과정에 참여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기회가 보장되어야 하는데, 2인의 구성원으로는 의견이 갈릴 경우 과반수 찬성 자체가 불가능하여 다수결 원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으며 이는 합의제의 본질을 훼손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방통위법 제7조 제2항에서 위원 결원 시 지체 없이 보궐위원을 임명하도록 정한 것 역시 합의제 기관의 본질적 기능 훼손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됩니다. 결과적으로 행정기관의 처분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내용뿐만 아니라 절차 또한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행정절차의 적법성 원칙이 재확인되었습니다.
합의제 행정기관의 의사결정은 법정된 최소한의 구성원 수, 일반적으로 3인 이상이 충족되어야만 적법한 절차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2인의 구성원만으로는 합의제의 본질인 다양한 의견 교환,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한 합리적 의사결정이 어렵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법률에 명시된 '재적위원 과반수'라는 규정은 단순히 현재 존재하는 위원의 과반수가 아닌, 합의제 행정기관의 설립 취지와 다수결 원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구성원 수(최소 3인 이상)를 전제로 합니다. 행정처분의 내용이 타당해 보이더라도, 그 처분이 이루어진 절차에 법적인 하자가 있다면 해당 처분은 취소될 수 있습니다. 특히 국민의 권리·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규제 처분일수록 절차적 정당성이 더욱 중요하게 강조됩니다. 합의제 기관의 위원 결원은 기관의 의사결정 기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결원이 발생했을 때에는 지체 없이 보충 위원을 임명하여 기관 운영의 안정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