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원고 A 주식회사가 경찰청 발주 물품 입찰에 참가하여 낙찰받았으나, 계약 조건인 직접생산 의무를 위반하고 제3의 업체에 물품 생산을 전량 하도급했습니다. 이로 인해 피고 조달청장은 원고에게 6개월간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렸고, 원고는 이 처분이 부당하다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직접생산 의무 위반이 명확하며, 처분 기준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재량권 행사로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조달청은 2021년 4월과 7월에 경찰청 수요 물품인 'B'와 'C'에 대한 입찰 공고를 냈습니다. 원고 A 주식회사는 이 입찰에 참여하여 낙찰되었고, 각각 2021년 5월 11일과 7월 21일에 'B 단가계약'과 'C 총액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하지만 원고는 이 계약 물품들을 직접 생산하지 않고, 'D'라는 상호로 피복제조업을 하는 E 등에게 전량 하도급을 주었습니다. 이에 조달청장은 2022년 11월 16일 원고가 직접생산 의무를 위반하여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1호(부정한 행위) 및 제9호 나목, 시행령 제76조 제2항 제2호 가목(계약 주요조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원고에게 6개월간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렸습니다. 원고는 이 처분이 과도하며 재량권을 일탈한 것이라 주장하며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계약상 직접생산 의무를 위반하여 타 업체에 물품 생산을 전량 하도급한 행위가 입찰참가자격 제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해당 처분이 행정청의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인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피고 조달청장이 원고에게 내린 6개월(2022. 11. 11.~2023. 5. 10.)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입찰공고 및 계약서에 명시된 직접생산 의무를 명백히 위반했으며, 이는 국가계약법이 정한 입찰참가자격 제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조달청장의 처분은 국가계약법령의 처분 기준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으며,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이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 및 관련 시행령, 시행규칙의 적용입니다.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이 조항은 '각 중앙관서의 장은 계약을 이행할 때 부실·조잡하거나 부당하게 하거나 부정한 행위를 한 자(제1호) 또는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의 체결이나 이행 관련 행위를 하지 않거나 방해하는 등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염려가 있는 자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제9호 나목)'에게 2년 이내의 범위에서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76조 제2항 제2호 가목: 이 시행령은 위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9호 나목의 위임을 받아, '입찰공고와 계약서에 명시된 계약의 주요조건을 위반한 자'를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염려가 있는 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직접생산 의무: 이 사건 입찰공고와 계약서에는 '계약상대자는 계약물품을 반드시 국내 자신의 제조시설에서 직접생산(제조)해야 하며, 위반 시 계약해지, 계약보증금 국고귀속, 입찰참가자격 제한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처분 기준 및 재량권 판단: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별표 2]는 부정당업자 제재기간에 대한 기준을 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조달청장은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1호(부정한 시공 등)에 해당하는 위반행위의 제재기간 6개월과 제13호 다목(계약상의 주요조건 위반)의 제재기간 3개월 중 가장 긴 6개월을 적용했습니다. 법원은 제재적 행정처분이 사회통념상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했는지 판단할 때, 위반행위의 내용과 처분이 달성하려는 공익 목적, 그리고 그로 인해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을 비교·형량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처분 기준이 부령의 형태로 규정되어 있더라도 이는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 준칙에 불과하며, 처분의 적법성은 관계 법령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처분 기준 자체가 헌법이나 법률에 합치되지 않거나, 기준에 따른 처분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한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쉽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따랐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가 직접생산 의무를 명백히 위반했고, 이러한 의무가 중소기업 육성 등 사회정책적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6개월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은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공공조달 입찰에 참여할 때는 입찰공고 및 계약서에 명시된 모든 조건을 철저히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직접생산 의무'와 같이 중소기업 육성 등 사회정책적 목적을 가진 조건은 더욱 중요하게 다뤄지며, 이를 위반할 경우 입찰참가자격 제한과 같은 중대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계약 이행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하도급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계약상 직접생산 의무가 명시되어 있다면 원칙적으로 전량 하도급은 피해야 합니다. 계약 조건을 위반할 경우, 설령 다른 측면에서 성실히 계약을 이행했거나 과거에 제재를 받은 적이 없더라도 처분의 정당성을 부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만약 계약 조건 변경이나 부득이한 사정으로 하도급이 필요하다면, 반드시 사전에 발주기관과 충분히 협의하고 서면으로 승인받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법원은 행정청의 재량권 행사 여부를 판단할 때, 해당 처분 기준이 법률에 합치되지 않거나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한 함부로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