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이 사건은 종합자산운용사인 원고 회사가 소속 임원의 법인카드 부정 사용 사실을 알고도 이를 묵인하고 감사 자료를 조작하는 데 가담한 재무팀장을 해고했으나, 중앙노동위원회가 해당 해고가 징계 양정 과다로 부당하다고 판단한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고 제기한 소송입니다. 법원은 임원의 법인카드 부정 사용 방조와 감사 자료 조작 가담이라는 징계 사유는 인정했지만, 회사의 내부 통제 시스템 미비, 직상급자의 비위 행위를 막기 어려운 상황, 근로자가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지 않은 점, 유사한 행위에 가담한 다른 직원에 비해 과도한 징계 수위, 그리고 근로자의 성실한 근무 경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해고 처분이 과도하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판정이 적법하다고 판단하며 원고 회사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 회사 경영관리본부장 D 상무는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약 7년간 1억 2천만 원 상당의 법인카드를 부정 사용하고 개인적 이득을 편취했습니다. 참가인 B는 2016년부터 재무관리팀장으로서 법인카드 사용 점검 책임이 있었고, D 상무의 사적 유용을 인지하거나 의심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승인했습니다. 또한 D 상무의 요청에 따라 법인카드 사용 내역 중 일부를 삭제하여 감사팀에 제출하는 행위에 가담했습니다. 원고 회사는 특별감사 후 D 상무를 면직하고, 참가인 B에 대해서도 '법인카드 부정 사용 방조 묵인' 및 '법인카드 사용 내역 조작 가담'을 징계 사유로 하여 2021년 12월 1일 면직 처분(이 사건 해고)을 했습니다. 참가인은 이에 불복하여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는 해고가 정당하다고 보았으나, 중앙노동위원회에서는 징계 사유와 절차는 인정되나 해고의 징계 양정이 과도하다는 이유로 재심 신청을 인용했습니다. 이에 원고 회사가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판정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회사의 임원 비위를 묵인하고 감사 자료 조작에 가담한 재무팀장에 대한 해고 처분이 징계재량권의 범위를 넘어선 과도한 징계 양정인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 A 주식회사의 청구를 기각하고, 피고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판정(참가인 B에 대한 해고가 징계 양정 과다로 부당하다는 판정)이 적법하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참가인 B에 대한 해고는 부당한 해고로 인정되었습니다.
재무팀장 B에게 임원의 법인카드 부정 사용 묵인 및 감사 자료 조작 가담이라는 징계 사유가 인정되더라도, 회사의 내부 통제 미비와 직상급자의 권한 남용 속에서 하급자가 비위를 막기 어려웠던 점, 개인적 이득을 취하지 않은 점, 그리고 유사 가담자에 비해 과도한 징계 수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해고 처분은 과도한 징계로 부당하다는 중앙노동위원회의 판단을 법원이 최종적으로 확정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주로 근로자의 해고 정당성 판단과 징계권자의 재량권 한계에 대한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징계권 재량의 한계: 대법원은 취업규칙이나 상벌규정에서 동일한 사유에 대해 여러 등급의 징계가 가능하더라도, 징계권자의 재량은 자의적이고 편의적인 재량이 아니며, 징계 사유와 징계 처분 사이에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균형이 존재해야 한다고 판시합니다(대법원 2017. 5. 17. 선고 2014다13457 판결 등). 즉, 경미한 징계 사유에 대해 가혹한 제재를 가하는 것은 징계권 남용으로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해고의 정당성 요건: 해고 처분은 사회통념상 고용 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그 정당성이 인정됩니다. 사회통념상 고용 관계를 계속할 수 없는 정도인지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 직무 내용, ▲비위 행위의 동기와 경위, ▲근로자 행위로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해질 위험성 등 기업 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 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해야 합니다(대법원 2002. 5. 28. 선고 2001두10455 판결,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7두979 판결 등).
본 사건에서 법원은 참가인 B가 D 상무의 법인카드 부정 사용을 묵인하고 감사 자료 조작에 가담한 징계 사유 자체는 인정했지만,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해고 처분이 과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회사 내에서 임원이나 상급자의 비위 행위를 인지했을 경우, 재무 또는 관리 책임자로서 즉시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비위 행위 발생 시점부터 관련 증거를 확보하고 내부 고발 절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최소한 해당 사실을 다른 부서나 감사 담당자에게 명확히 전달하여 자신의 의무를 다했음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묵인하거나 조작에 가담하는 행위는 징계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징계 수위는 행위의 경위, 개인적 이득 여부, 회사 내부 통제 시스템의 작동 여부, 다른 가담자와의 형평성, 그리고 해당 직원의 과거 근무 태도 및 회사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되므로, 징계 처분이 과도하다고 판단될 경우 부당 해고 구제 신청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특히 금융기관과 같이 엄격한 내부 통제가 요구되는 곳에서는 이러한 상황 발생 시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