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건설사업관리용역을 수행한 두 회사가 서울교통공사와 계약을 맺었으나, 감사 결과 부실시공 관련 지적을 받았습니다. 서울교통공사는 처음에는 일부 항목에 대해 벌점을 부과하지 않거나 경고, 주의 조치만 했으나, 상위 감사기관의 재감사 요구에 따라 이전에 벌점을 부과하지 않았던 항목들에 대해 다시 벌점을 부과했습니다. 이에 두 회사는 이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서울교통공사의 재부과 처분이 행정법상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하여 벌점 부과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원고 A와 B는 공동으로 2016년 6월 27일 서울교통공사와 22억 7,900만원 상당의 'C공사' 건설사업관리용역계약을 체결하고 2018년 12월 13일까지 감리용역을 수행했습니다. 2019년 2월 서울특별시 감사위원회의 특정감사 결과, 원고들이 품질관리 소홀, 부적합 자재 사용, 품질시험 감독 부적정 등으로 부실시공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있었고,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라 벌점 부과를 통보받았습니다. 서울교통공사는 2020년 7월 20일 원고들에게 총 23점의 벌점 부과를 사전 통지했고, 원고들의 의견서 제출 후 벌점심의위원회를 개최하여 2021년 1월 13일 총 3점의 벌점과 함께 나머지 항목에 대해서는 주의, 경고, 또는 벌점 미부과 조치(선행조치)를 내렸습니다. 그러나 서울특별시 감사위원회는 2021년 1월부터 2월까지 이행실태 감사를 실시하며, 서울교통공사가 감사위원회의 벌점 부과 요구를 이행하지 않고 '미부과'로 결정한 것을 지적하며 재차 벌점 부과를 요구했습니다. 이에 서울교통공사는 2022년 1월 12일 선행조치에서 벌점 미부과, 주의, 경고로 의결했던 항목 중 대부분에 대해 총 14점의 벌점(이 사건 처분)을 재부과했습니다. 원고들은 이 재부과 처분이 일사부재리 및 신뢰보호 원칙에 위배된다며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가 이전에 벌점을 부과하지 않거나 주의, 경고 조치만 했던 동일한 부실 사항에 대해 상위 감사기관의 요구로 다시 벌점을 부과한 행위가 행정법상 일사부재리 및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입니다.
피고가 2022년 1월 12일 원고들에게 부과한 벌점 부과 처분(총 14점)을 모두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법원은 서울교통공사가 이전에 '주의, 경고, 미부과' 조치를 통해 벌점을 부과하지 않겠다는 공적인 견해를 표명했다고 보았습니다. 이 결정은 벌점 부과 권한을 가진 기관이 사전 통지 및 의견 제출 절차, 벌점심의위원회를 거쳐 내린 것으로, 원고들은 이 결정이 정당하다고 신뢰할 만한 충분한 사정이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들이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공공 입찰 참여나 신규 인력 채용 등의 경제활동을 계속해 온 점도 인정되었습니다. 따라서 이후 이루어진 벌점 재부과 처분은 원고들의 정당한 신뢰 이익을 침해하여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되므로 위법하다고 보아 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법리는 행정법상 '신뢰보호의 원칙'입니다.
신뢰보호의 원칙: 이 원칙은 행정기관이 특정 개인에게 어떤 행정처분을 하지 않거나 특정 방식으로 처리하겠다는 '공적인 견해표명'을 했을 때, 그 개인이 이러한 견해표명을 신뢰하여 어떤 행위를 하였고, 그 신뢰에 귀책사유가 없을 경우, 행정기관이 나중에 그 견해표명에 반하는 처분을 함으로써 개인의 이익이 침해되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입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요건을 바탕으로 판단합니다.
일사부재리의 원칙 (부정): 원고들은 서울교통공사의 재부과 처분이 이전에 '주의'나 '경고'를 받은 사안에 대해 다시 벌점을 부과하는 것이므로 일사부재리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주의'나 '경고' 조치는 건설기술진흥법에서 정한 '제재적 처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는 행정처분의 법적 성격을 명확히 구분하는 중요한 지점입니다.
관련 법령:
행정청의 공적 견해표명은 신뢰보호의 원칙을 적용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주의', '경고', '미부과'와 같은 결정도 문서로 명확히 통보되었다면 추후 같은 사안으로 불이익을 줄 수 없다는 공적 견해표명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공공기관과의 계약에서 감사 결과 벌점 등 제재 조치가 예상될 때는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소명 자료를 제출하고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행정청이 재량을 가진 벌점 부과에 있어 일단 결정을 내린 후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번복하여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것은 신뢰보호 원칙에 위배될 수 있습니다. 건설기술 진흥법 등에 따른 벌점은 공공 입찰 참가 자격에 큰 영향을 미치며, 누계 평균 벌점이나 이력 공개 등으로 인해 기업의 이미지와 영업 활동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으므로, 벌점 부과 처분에 대한 대응은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기업 활동 중 공공기관의 공적 견해표명을 신뢰하고 자본 투자, 인력 고용, 입찰 참여 등 구체적인 행위를 했다면, 그러한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잘 보관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향후 행정처분의 부당함을 주장할 때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