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퇴사 후 자살, 유족급여 인정 판결

H 씨는 화장품 매장 매니저로 근무하던 중 직속 상사로부터 갑질과 성희롱 등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H 씨는 이에 대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회사를 그만두었고, 이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요양급여 신청 절차가 지연되면서 불안과 무기력감에 시달리다가 퇴사 약 8개월 후 자택에서 자살했습니다. 고인의 부모는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신청했으나, 공단은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며 부지급 처분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H 씨가 겪은 업무상 스트레스와 직장 내 괴롭힘, 그리고 퇴사 후 산재 처리 지연으로 인한 절망감이 우울증을 악화시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판단하여, 고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을 취소하고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B: 사망한 H 씨의 부모로서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한 당사자들
• 고인 H: J 주식회사에서 근무 중 직장 내 괴롭힘을 겪고 퇴사 후 자살한 근로자
• 피고 근로복지공단: 고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하여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거부한 기관
• K 팀장: 고인 H 씨의 직속 상사로 직장 내 괴롭힘을 행한 당사자
• J 주식회사: 고인 H 씨가 근무했던 직장

분쟁 상황

고인 H 씨는 J 주식회사의 매니저로 2017년 9월부터 근무하며 화장품 판매, 고객 응대, 보고서 작성, 재고 및 매장 관리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고인은 직속 상사인 K 팀장으로부터 갑질과 성희롱 등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으며, 2019년 7월 2일 본사에 괴롭힘 사실을 신고하고 근무 지속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퇴사 의사를 밝혔습니다. 주요 신고 내용은 K 팀장이 고인의 험담을 하고, 유니폼 착용 등을 빌미로 훈계하며, 일방적으로 근무 스케줄을 정하고, 개인 심부름을 시키는 등 공격적인 언행과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본사는 조사 후 K 팀장에게 언행 개선을 지시하고 2020년 1월 1일자로 강등 인사 발령을 냈습니다.

H 씨는 2019년 7월 21일 퇴사한 후에도 K 팀장과의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호소했습니다. 고인은 2016년 11월부터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고 있었으며, 주치의는 입사 초에는 일반적인 업무 스트레스였으나 점차 개인적인 시달림으로 악화되어 퇴사 시기까지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K 팀장과의 갈등으로 인한 신체적 통증(섬유근육통)까지 더해져 괴로움이 심화되었다고 평가했습니다.

퇴사 후인 2019년 8월 23일, H 씨는 '직장 상사와의 불화로 인한 스트레스'를 재해 경위로 '사지전신 섬유근통'에 대한 최초 요양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산재 처리 과정이 지연되면서 고인은 비관적인 상황에 대한 불안과 무기력감을 호소했으며, 결국 2020년 3월 15일 자택에서 목을 매어 사망했습니다.

고인의 부모인 원고들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신청했으나, 공단은 2021년 11월 24일 '직장 상사의 행위가 고인에게만 특별히 가해진 것이 아니고, 고인을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의 극단적인 스트레스로 보기 어려우며, 만성적인 통증으로 우울증이 악화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아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에 원고들이 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고인의 사망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업무상 스트레스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 특히 퇴사 후 자살의 경우에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기존에 앓던 우울증이나 신체 질환(섬유근육통)이 업무 스트레스에 의해 악화되어 자살에 이르게 된 경우,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피고 근로복지공단이 2021년 11월 24일 원고들에게 내린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고, 소송 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는 고인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것입니다.

결론

법원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퇴사 후 산재 처리 지연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고인의 우울증을 악화시키고 자살에 이르게 한 것으로 보아, 고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근로복지공단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 판결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업무상 재해 인정 여부와 그에 따른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에 관한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1. 업무상 재해의 인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에 따르면 근로자가 업무상 사유로 부상, 질병, 장해 또는 사망한 경우를 업무상 재해로 봅니다. 이 중 근로자의 자해 행위(자살)로 인한 사망은 원칙적으로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지만, 업무상 사유로 발생한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았거나 업무상 스트레스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 인정되면 예외적으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2. 상당인과관계: 업무상 재해가 인정되려면 업무와 재해(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이는 단순한 시간적·공간적 근접성을 넘어, 사회통념상 업무가 재해 발생의 주된 원인이 되었다고 볼 만한 개연성이 충분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고인이 겪었던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기존 우울증을 악화시키고, 퇴사 후 산재 처리 지연으로 인한 불안, 분노, 절망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고인의 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저하시켜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퇴사 후 발생한 자살이라 하더라도, 그 원인이 업무상 스트레스의 연장선에 있다면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는 법리를 적용한 것입니다.
3. 직장 내 괴롭힘: 근로기준법 제76조의2 및 제76조의3은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고,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K 팀장의 갑질과 성희롱 등은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며, 이는 고인에게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한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비록 회사가 가해자에게 인사상 조치를 취했으나, 고인에게는 이미 심각한 정신적 피해가 발생한 상황이었습니다.
4. 기존 질환과 업무 스트레스: 기존에 우울증이나 섬유근육통과 같은 질환을 앓고 있었더라도, 업무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가 이러한 질환을 악화시켜 자살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정신과 및 류마티스내과 전문의 감정 소견을 바탕으로, 업무 스트레스가 고인의 우울장애를 악화시키는 인자로 작용했으며, 만성적인 통증 또한 스트레스와 연관되어 우울증 악화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인정했습니다.

참고 사항

직장 내 괴롭힘이나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 다음 사항들을 참고해 주세요.

1. 증거 확보의 중요성: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관련 대화 기록, 이메일, 메시지, 녹취, 동료 직원 진술 등 모든 증거를 가능한 한 빨리 수집하고 보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나중에 법적 절차를 밟을 때 핵심적인 자료가 됩니다.
2. 적극적인 대처: 괴롭힘을 겪고 있다면 참지 말고 회사 내 신고 절차를 이용하거나,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회사의 미온적인 대처나 부적절한 보호 조치 또한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3. 의학적 진료 및 기록: 정신적 고통이나 신체적 통증이 있다면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직업환경의학과 등 전문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고, 스트레스 원인과 증상에 대한 의사의 소견을 상세히 기록으로 남겨야 합니다. 기존에 앓던 질환이 있더라도 업무 스트레스가 이를 악화시켰다는 의학적 소견은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4. 퇴사 후에도 지속적인 관리: 퇴사했다고 해서 직장 스트레스가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퇴사 후에도 불안감이나 우울 증세가 지속되거나, 산재 처리 등 복잡한 절차로 인해 추가적인 스트레스를 겪을 수 있으므로 지속적인 정신 건강 관리가 필요합니다. 퇴사 후 시간이 경과했더라도 직장 내 괴롭힘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으니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5. 산재 신청 시 준비: 업무상 재해를 신청할 때는 직장 내 괴롭힘 내용, 이로 인한 정신적 고통 및 신체 증상, 병원 진료 기록, 주치의 소견서 등 업무와 사망 또는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충분히 준비하여 제출해야 합니다.
6. 객관적인 평가: 직장 상사의 행위가 자신에게만 가해진 것이 아니었다거나, 극단적인 스트레스가 아니라고 판단될지라도, 피해자의 취약한 상황이나 특수한 환경을 고려할 때 스트레스 수준은 예측보다 훨씬 높을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